안개 속에서도 청춘은 길을 찾는다 - 권지수 동신대 군사학과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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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 속에서도 청춘은 길을 찾는다 - 권지수 동신대 군사학과 4년
2025년 09월 09일(화) 00:00
4학년이 된 지금, 하루하루가 무겁게 다가온다. 동기들 대부분은 임관을 앞두고 군 장교로서의 길을 준비하고 있다. 나 역시 군 장학생으로 선발돼 체력 훈련과 전공 공부를 병행하며 군인으로서 첫발을 내디딜 준비 중이다.

하지만 동시에 ‘이 길이 나에게 가장 맞는 길일까?’라는 질문은 마음 한쪽에 남아있다. 군이라는 특수한 진로는 분명 안정적이지만 그만큼 무거운 책임이 따른다는 것을 알기에 고민에 빠지곤 한다.

사실 군사학과 학생들의 진로는 비교적 뚜렷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다. 군 복무 이후의 미래는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전역 후 사회에 나왔을 때 경쟁력을 어떻게 확보해야 할지 막막하기도 하다. 지금 바로 군에 들어가면 안심이 될 것 같다가도 다시 민간 사회로 돌아올 순간을 떠올리면 또 다른 불안이 찾아온다.

이런 고민은 군사학과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인문학을 전공하는 친구는 취업 시장에서 전공을 어떻게 살려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고, 공대를 다니는 친구는 ‘전문성을 쌓아도 결국 스펙 경쟁을 해야한다’며 한숨을 쉰다.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 서 있지만 공통적으로 느끼는 건 ‘취업 피로’다.

최근 언론 기사들을 보더라도 청년층의 불안은 점점 커지고 있다. 대기업과 공기업의 공채가 줄어들면서 채용은 수시전형 중심으로 바뀌었고 언제 어떤 기회가 나타날지 알 수 없어 늘 긴장 상태로 지내야 한다. 이력서를 수십 장 써도 돌아오는 건 ‘불합격’이라는 짧은 통보뿐이고 자격증을 여러 개 따도 정작 그것이 내 진로와 연결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어느새 ‘준비하는 삶’에 지쳐버린 청춘들이 늘어나고 있다.

군사학과 학생들 역시 이런 분위기에서 자유롭지 않다. 임관이라는 비교적 명확한 관문이 있지만 그 뒤의 길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군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면 어쩌지 하는 두려움, 제대 이후 사회로 돌아왔을 때 다시 취업 경쟁에 뛰어들어야 한다는 부담이 우리를 짓누른다. 이는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청년 세대 전반이 겪는 구조적 피로의 한 단면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요즘 ‘내가 진짜 원하는 삶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자주 던진다. 답을 확신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분명한 건 남들과 비교하며 불안에 휩쓸리기보다는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선택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누군가는 자격증 공부에 몰두하고 누군가는 대외 활동으로 경험을 넓히고, 또 다른 누군가는 스스로를 다잡으며 체력과 마음을 관리한다. 방식은 달라도 결국 중요한 건 자기만의 속도와 방향을 지켜내는 일이다.

청춘의 길은 결코 일직선이 아니다. 누군가는 빠르게 달려가고 누군가는 잠시 멈춰 서기도 한다. 중요한 건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군사학과 4학년으로서 나의 진로는 어느 정도 정해져 있는 듯 보이지만 그 안에서도 나의 선택과 조율은 여전히 필요하다. 다른 학과의 친구들 또한 비슷한 고민을 안고 살아간다.

우리는 모두 피로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지만 그 속에서도 각자의 보폭으로 걸어가는 법을 배워야 한다. 남이 정해준 답안지를 따라 쓰는 대신 나만의 답을 써 내려가는 용기가 필요하다. 결국 청춘의 힘은 불안 속에서도 한 발 한 발 내딛는 데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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