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장헌권 광주 서정교회 목사] 성탄절을 앞두고 또 하나의 촛불을 들며
2018년 12월 21일(금) 00:00
필자 교회에서는 대림절(성탄 4주 전 준비하는 절기)을 보내면서 촛불을 매주 하나씩 켠다.

첫 번째 촛불은 이 땅 어둠속에 갇힌 우리를 위하여 빛으로 오신 예수를 기다리는 ‘기다림과 소망의 빛’이다. 두 번째 촛불은 죄와 고통가운데 신음하는 이 땅에 ‘회개와 평화’의 촛불을 켠다. 세 번째 촛불은 작고 연약한 주위 이웃들을 위하여 ‘사랑과 나눔’의 촛불이며 마지막 촛불은 ‘만남과 화해’의 촛불이다.

성탄을 앞두고 필자는 또 하나의 촛불을 들고 거리에 섰다. 바로 태안화력 비정규직 청년노동자 고 김용균 씨 추모 집회다.

“우리는 더 이상 죽고 싶지 않습니다. 만나자는 비정규직 외침, 정부는 응답하라. 산업 안전법 개정하여 청년노동자 보호하라. 안전원칙 무시하는 태한 화력 규탄한다. 외주화를 멈춥시다, 죽음을 멈춥시다.”

‘고 김용균 비정규직 청년 노동자의 사망사고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광주시민대책위’에서 말하는 추모 집회 공식 구호다. 얼마나 절절하고 슬픈 구호인가.

지난 12월 11일 고 김용균 씨는 혼자서 컨베이어 벨트를 순찰하던 사고로 숨졌다. 그의 곁에는 기계를 멈추어 줄 동료가 단 한명도 없었다. 외주화로 인해 2인 1조의 안전 규정이 폐지되었기 때문이다. 그는 5시간 이상 방치된 채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이처럼 청년 노동자들은 끝없이 죽음으로 내 몰리고 있다.

2년 전 서울 구의역 지하철 스크린 도어를 수리하다 사망한 청년의 가방 속에는 컵라면이 들어 있었다. 여러 작업 공구 사이에 들어 있던 컵라면을 보면서 마음이 아렸었다. 그로부터 1년 만에 그 보다 더 어린 고등학교 학생 고 이민호 군이 현장 실습이라는 이름으로 꽃 같은 나이에 노동 현장에서 죽음을 맞이했다. 유품에서 나온 컵라면의 사례도 2년 전 발생한 구의역 사고와 똑같다.

“나 김용균은 화력발전소에서 석탄 설비를 운전하는 비정규직 노동자입니다” “문재인 대통령, 비정규직 노동자와 만납시다.”

직접 쓴 글을 들고 있는 사진을 보고 있으면 억장이 무너진다. 고 김용균 씨 어머니는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 아들은 어려서부터 속 썩인 적이 없다. 너무 착하고 예쁘고 보기만 해도 아까운 아들이다. 아들 하나뿐이다. 아들이 죽었다는 소리에 우리 부부도 같이 죽었다. 아들이 죽었는데 아무 희망도 없다. 이 자리에 나온 건 우리 아들 억울하게 죽은 거 진상 규명하고 싶어서다.(중략) 이건 한국에서 벌어질 수 없는 일이다. 지금도 일하고 있는 아이들에게 빨리 나오라 하고 싶다. 아들이 일하던 곳 정부가 운영한다는 게 믿기지 않다. 우리나라를 바꾸고 싶다. 아니 우리나라를 저주한다. 내 아들이 죽었는데 나에게는 아무것도 소용없다. 명예회복 그거 하나 찾고자 한다. 아들 억울함을 조금이라도 풀 수 있다면 도와 달라. 아이가 취업한다고 수십 군데 이력서 넣었는데 마지막 구한 곳이 여기다. 대통령이 일자리 만들겠다고 했다. 그런데 대통령 당선되고 하나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말로만이다.”

긴 어머니의 이야기를 인용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위험 사회다. 위험이라는 파도 앞에 언제 죽을지 모르는 불안한 사회다.

이제 며칠이 지나면 예수 탄생의 성탄절이다. 어두운 오막에서 간절히 부르는 아프리카 노예의 쿰바야 노래가 생각나는 아침이다. 죽어야만 끝날 것 같은 고달픈 노예 생활과 굶주림을 달래주는 것은 음악과 춤이다.

거기에 신앙으로 인해 희망을 갖게 된 노예들이 부르기 시작한 노래 ‘쿰바야’(Kum ba ya)다. ‘쿰바야’는 (Come by here, my Lord) ‘여기 오소서, 내 주여’라는 뜻이다. 영어 발음이 잘 되지 않던 노예들이 ‘Come by here’ 를 쿰바야로 잘 못 읽으면서 쿰바야로 고착되었다. 이 억압의 시간에서 해방시켜 주실 구세주를 기다리며 쿰바야를 조용히 불러본다.

2018년 성탄의 계절 오늘도 우리는 ‘여기 오소서, 내 주여’를 노래하는 슬픈 현실이지만 “하늘 높은 곳에는 하느님께 영광, 땅에서는 그가 사랑하시는 사람들에게 평화!”(루가2:14, 공동 번역)라는 말씀으로 독자 여러분께 성탄인사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