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명섭 대한문학작가회 광주·전남 회장] 준비 안 된 노후는 재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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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내 인생의 절반이 넘는 오랜 기간을 대학의 심장부라 부르는 대학도서관에서 책과 더불어 살아왔다. 물론 이용자를 위한 정보서비스 제공이 주된 임무였으니 그 많은 책들의 주옥같은 내용은 훔쳐나 볼 수 있었겠는가? 그러나 서고에 배열되는 책의 표지를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 설레는 시간이었다. 이러기를 서른다섯 해, 출발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공직생활의 종착역이 보름여밖에 남지 않았다.
세월 앞에 장사가 없다고 했던가? 늦게 둔 아들 녀석이 벌써 커서 애비의 눈빛이나 표정이 이제는 무섭지 않다고 한다. 씨름하자고 무작정 대들었다가 나가떨어진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시력도 저하되고 힘도 부친다. 확실하게 보이는 공직생활의 종착역 앞에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발자국을 뒤돌아본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마는 그래도 오늘 아침 한두 점 지난날들의 기억들이 꿈틀거리고 있음은 비단 퇴직을 앞둔 나 혼자만의 심경은 아닐 것이다.
본격적인 겨울 추위와 함께 요즘 신문과 방송에 유난히도 고령화, 은퇴, 저출산이란 단어가 많이 나온다.
현대는 의학기술의 발달과 경제수준 향상으로 인해 인간 수명 100세 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따라서 직장을 퇴직해도 남은 인생이 40여년이다. 이 긴 기간 동안 제2의 인생설계가 필요하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2060년에는 생산가능 인구 1명당 노인 1명을 부양해야 한다. 결혼 기피 현상과 저출산으로 인해 2305년이 되면 대한민국은 남자 2만 명, 여자 3만 명 정도만 살게 될 것이며 이 지구상에서 가장 먼저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등 암울한 이야기로 가득하다.
중국의 유명한 시인 주신중은 우리 인생에는 5계가 있다고 하였다. 생계(生計), 신계(身計), 가계(家計), 노계(老計), 사계(死計)다. 이 단어는 은퇴를 목전에 둔 나에게 많은 생각을 자아내게 한다.
대부분의 사람은 생계, 신계, 가계 이 세 가지는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노계, 사계는 조금 소홀히 한 것 같다. 그 결과 지금 우리 부모님 세대들은 노계를 준비하지 않아서 아니 못해서 요양원에 계시는 분들이 많다. 그리고 앞으로 요양원에 가실 분들도 많다.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나이가 들면 내 발로 먼저 갈 것인가? 아니면 자식들이 보낼 때까지 버티다 갈 것인가. 생각하면 억장이 무너진다. 그렇다면 내발로 먼저 가야한다. 이것이 세대간 차이다. 우리 부모님들은 대부분 자식들이 보내서 가는 것이다. 그래서 너무 자존심이 상하고 속상해 하신다. 그런데 노계를 준비한 사람은 자신의 발로 조금이라도 서비스가 좋은 시설로 간다라는 것이다.
요즘 친구들 모임에 가면 집에 계시는 부모님이 치매가 심한데 어디 좋은 요양원 있으면 소개해 달라고 하는 이야기가 상당부분 차지한다. 그래서 몇 곳이 공공연하게 거론된다. 그 후로 보통 보름 전후해서 여지없이 문자 메시지가 도착한다. 부친상, 또는 모친상, 그래서 장례식장에 가보면 이렇게 빨리 가실 줄 알았으면 그냥 집에 모시고 있었을 것인데 하면서 때늦은 후회를 하는 것을 본다. 집에 계셨으면 그렇게 빨리 안 가신다. 새로운 곳에 간다는 자체가 이미 올 것이 왔구나 생각하신다. 그러면 분노가 일어나고 우울증에 시달린다.
그분들은 일단 거의가 만성질환자들이다. 당뇨나, 혈압, 심장병 등 다들 조금씩 가지고 있다. 그런데 낯선 곳에 가서 보는 것은 아침 저녁 의사들이 하얀 옷 입고 왔다 갔다 하지, 간호사들 뛰어다니지,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침대가 아무리 깨끗하고 칼로리가 풍부한 식사가 나온들 그 모든 것들이 스트레스다. 먹는 것도 보는 것도…. 그래서 당뇨, 혈압 등이 더 올라간다. 그래서 보통 보름이나 한 달안에 운명을 달리하신 분들이 많고 또 한 달이 지나면 조금 적응이 되어 오래가게 되는 분들도 많다고 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의 위력은 여전하다. 따라서 준비 안 된 아니 준비 못한 노후는 결국 재앙이다. 그렇다고 3포 5포의 청년백수시대에 은퇴자들의 재취업은 자식 세대의 일자리를 빼앗는 것이라는 고통을 수반한다. 월급이 끊긴 아버지, 더 이상의 수입이 없는 가장의 기를 살리기 위한 사회적인 대책이 절실하다.
은펜칼럼은 오피니언 기고 최우수작 수상자의 모임인 ‘은펜클럽’ 회원들의 칼럼을 싣는 코너입니다.
현대는 의학기술의 발달과 경제수준 향상으로 인해 인간 수명 100세 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따라서 직장을 퇴직해도 남은 인생이 40여년이다. 이 긴 기간 동안 제2의 인생설계가 필요하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2060년에는 생산가능 인구 1명당 노인 1명을 부양해야 한다. 결혼 기피 현상과 저출산으로 인해 2305년이 되면 대한민국은 남자 2만 명, 여자 3만 명 정도만 살게 될 것이며 이 지구상에서 가장 먼저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등 암울한 이야기로 가득하다.
중국의 유명한 시인 주신중은 우리 인생에는 5계가 있다고 하였다. 생계(生計), 신계(身計), 가계(家計), 노계(老計), 사계(死計)다. 이 단어는 은퇴를 목전에 둔 나에게 많은 생각을 자아내게 한다.
대부분의 사람은 생계, 신계, 가계 이 세 가지는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노계, 사계는 조금 소홀히 한 것 같다. 그 결과 지금 우리 부모님 세대들은 노계를 준비하지 않아서 아니 못해서 요양원에 계시는 분들이 많다. 그리고 앞으로 요양원에 가실 분들도 많다.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나이가 들면 내 발로 먼저 갈 것인가? 아니면 자식들이 보낼 때까지 버티다 갈 것인가. 생각하면 억장이 무너진다. 그렇다면 내발로 먼저 가야한다. 이것이 세대간 차이다. 우리 부모님들은 대부분 자식들이 보내서 가는 것이다. 그래서 너무 자존심이 상하고 속상해 하신다. 그런데 노계를 준비한 사람은 자신의 발로 조금이라도 서비스가 좋은 시설로 간다라는 것이다.
요즘 친구들 모임에 가면 집에 계시는 부모님이 치매가 심한데 어디 좋은 요양원 있으면 소개해 달라고 하는 이야기가 상당부분 차지한다. 그래서 몇 곳이 공공연하게 거론된다. 그 후로 보통 보름 전후해서 여지없이 문자 메시지가 도착한다. 부친상, 또는 모친상, 그래서 장례식장에 가보면 이렇게 빨리 가실 줄 알았으면 그냥 집에 모시고 있었을 것인데 하면서 때늦은 후회를 하는 것을 본다. 집에 계셨으면 그렇게 빨리 안 가신다. 새로운 곳에 간다는 자체가 이미 올 것이 왔구나 생각하신다. 그러면 분노가 일어나고 우울증에 시달린다.
그분들은 일단 거의가 만성질환자들이다. 당뇨나, 혈압, 심장병 등 다들 조금씩 가지고 있다. 그런데 낯선 곳에 가서 보는 것은 아침 저녁 의사들이 하얀 옷 입고 왔다 갔다 하지, 간호사들 뛰어다니지,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침대가 아무리 깨끗하고 칼로리가 풍부한 식사가 나온들 그 모든 것들이 스트레스다. 먹는 것도 보는 것도…. 그래서 당뇨, 혈압 등이 더 올라간다. 그래서 보통 보름이나 한 달안에 운명을 달리하신 분들이 많고 또 한 달이 지나면 조금 적응이 되어 오래가게 되는 분들도 많다고 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의 위력은 여전하다. 따라서 준비 안 된 아니 준비 못한 노후는 결국 재앙이다. 그렇다고 3포 5포의 청년백수시대에 은퇴자들의 재취업은 자식 세대의 일자리를 빼앗는 것이라는 고통을 수반한다. 월급이 끊긴 아버지, 더 이상의 수입이 없는 가장의 기를 살리기 위한 사회적인 대책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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