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1년, 이젠 희망을 인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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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1년, 이젠 희망을 인양하자
송 기 동
사회2부장
2015년 04월 15일(수) 00:00
다시 4월이다. 14일 아침 울돌목을 가로지르는 진도대교를 건너 팽목항까지 가는 18번 국도에는 간밤에 내린 비에 떨어진 벚꽃잎이 하얗게 깔려 있었다. 굳이 길을 묻지 않아도 도로변에 세워진 노란 빛깔 깃발과 리본이 항구 방향으로 차 머리를 이끌었다. 아름답지만 되려 아프고, 처연한 느낌을 안겨주는 길이다.

광주에서 2시간30분 만에 도착한 팽목항 방파제에는 무수한 노란 깃발과 리본들이 남녘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나부꼈다. 남도 특유의 전통적인 멋과 흥이 넘실대는 진도땅 끝자락에 짙은 슬픔이 가득했다.

하루 뒤면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꼭 1주년을 맞는다.

지난해 4월 16일, 인천에서 출항한 제주행 여객선이 물살이 거칠기로 유명한 맹골수도(孟骨水道) 병풍도 인근 해상에서 전복돼 침몰하는 모습을 TV 생중계로 지켜볼 당시만 해도 누구든 사태가 이렇게 커질 줄 몰랐을 것이다. ‘역사에 만약(if)이란 없다’고 하지만 당시 긴박한 침몰상황에서 국가의 시스템이 일부나마 제대로 작동했으면 어떠했을까 싶은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결국 벚꽃과 유채가 만개한 제주도로 3박4일간의 수학여행을 떠난 꽃다운 나이의 고교 2학년 학생들을 비롯해 304명이 목숨을 잃었고, 7개월간 지속된 수색작업에도 불구하고 아직 9명을 찾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8월 방한 때 ‘세월호’ 희생자 가족을 위로했던 프란치스코 교황은 3월 중순 로마교황청을 방문한 한국 주교들에게 “세월호 문제는 어떻게 되었나요”라고 물었다고 한다. 1주년을 맞은 현재 무엇이 얼마나 바뀌고 달라졌는가?

참사 이후 선체 내에 갇힌 승객과 학생을 단 한 명도 구조하지 못한 해양경찰은 해체돼 국민안전처 해양경비 안전본부로 개편됐고 ‘세월호’를 책임졌던 선장과 선원도 법의 단죄를 받았다. 그러나 부처별로 많은 대책들이 쏟아졌지만 장성 요양원 화재 등 안전사고는 잇따라 발생했다.

자식이 부모보다 먼저 세상을 떠나는 경우를 ‘참척’(慘慽)이라고 표현한다. 자식을 가슴에 묻은 한 어머니는 이렇게 말한다.

“…움직이지 말라고 방송한 선장이나 선원도 그렇고, 한 시간 넘게 구조요청을 했는데도 왜 해경이 안 구했는지 알아야 할 거 아니에요. 진도 관제센터가, 정부가, 청와대가 그 시간에 뭘 하고 있었는지 유족들은 알아야죠.” (세월호 유가족 육성기록 ‘금요일엔 돌아오렴’에 실린 신승희 학생 어머니 전민주씨 이야기 중에서)

검찰 수사와 법원 재판과정에서 많은 사실들이 밝혀졌지만 아직도 많은 이들을 납득시키지 못하고 있다. 정치권이 약속했던 ‘세월호’ 참사의 철저한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책 수립은 제자리 걸음이다.

지난 1월에 ‘세월호 특별법’이 제정됐지만 정부는 3월 말 특별조사위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시행령안을 내놓아 분란을 더욱 키우고 있다. 정부는 16일 차관회의를 열고 특별법 시행령을 강행할지, 수정할지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또 정부는 최근 수심 44m 깊이에 가라앉은 ‘세월호’ 선체인양을 전향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보수진영은 선체 인양을 두고 “원형 보존이 어렵고, 돈이 많이 들고, 추가 희생이 우려된다”는 ‘3 불가론’을 내세워 반대 의견을 밝히기도 했지만 선체 인양은 진실규명을 위해 꼭 필요한 절차이다. 코리아 리서치가 최근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77.2%가 선체 인양에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국민의 다수가 ‘세월호’ 인양을 촉구하는 것은 참사의 아픔을 망각하지 않고 진실을 밝혀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 한다는 얘기다. 참사 이전과 다른 한국 사회를 만들어야 하며, ‘국가는 어떤 경우에도 국민을 보호한다’는 신뢰감을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팽목항 방파제 입구에서 빨간 등대까지 200여m 구간에 설치된 ‘세월호 진실을 인양하라’는 문구가 적힌 깃발과 4650여 명의 소망이 담긴 자그마한 타일벽화를 하나하나 살펴보노라니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컨테이너를 개조한 팽목항 세월호 분향소 내부 제단에 모셔진 앳된 학생들의 영정사진 역시 망연자실하게 하였다. 하늘의 별이 돼 봄 소풍을 즐기기를 비는 마음으로 하얀 국화 한 송이를 영전에 올렸다.

작은 물고기를 매단 풍경(風磬)이 바람에 흔들리며 가슴 속에 깊은 울림을 남겼다.

/song@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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