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기 정치·경제담당 에디터] 우리들의 일그러진 ‘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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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검찰조직 안에서 감찰사건을 처리하면서 경험한 세상은 영화 ‘내부자들’, ‘더 킹’ 등에서 설마 그럴리가 하면서 믿지 않았던 장면과 사건들이 실재하는 곳이었다.”
윤석열 검찰총장 시절 대검 감찰부장을 지낸 한동수 변호사가 ‘검찰의 심장부에서’(오마이북)에서 이렇게 썼다. 윤석열 전 총장이 술자리에서 ‘내가 육사에 갔더라면 쿠데타를 했을 것’이라고 호기롭게 말했다는 대목에서 비상계엄 선포가 맥락 없는 일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든다.
국민에 비친 검찰은 ‘표적 수사’ ‘별건 수사’ ‘먼지떨이 수사’ 등 수사권 남용의 일그러진 모습이다. 노무현 대통령을 부엉이 바위로 몰아세운 일은 국민 트라우마로 남아 있다. 검찰에서 ‘왕따’였던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이 “검찰의 장례를 치르는 장의사 역할을 잘 감당해보겠다”며 취임 각오를 밝힌 대목이 과하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공감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 있다.
이재명 정부가 들어선 이상 수사와 기소권 분리를 골자로 한 검찰개혁의 적기인 것은 맞다. 국민은 이재명 대통령을 선택하면서 검찰개혁을 승인했다. 개혁의 열망이 정점에 달했고 대의명분도 탄탄하다. 검찰은 이제 도마 위에 오른 생선이다. 때맞춰 쏟아져 나온 검찰개혁 관련 법안이 줄잡아 8개에 달한다. 하지만 검찰개혁 완수 시점을 추석으로 못 박은 민주당 당 대표 후보들의 요란한 공약만 선명할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 개혁법안을 다듬자는 목소리까지 반동으로 간주되는 상황은 우려스럽다. 망치를 든 사람은 모든 것을 못으로 본다는 서양 속담이 떠오른다.
수사·기소 분리 개혁의 적기
‘검찰 개혁 4법’은 검찰의 직접수사권은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에 넘기고, 경찰과 중수청의 수사를 검증·보완하도록 하는 기능은 신설되는 국가수사위원회(국수위)에 맡기는 구조로 설계돼 있다. 4개 법안은 검찰청법 폐지법률안, 공소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 국가수사위원회(국수위)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 등이다.
법이 촘촘하지 않다 보니 법조계에서 우려가 나온다. 우선 피해자 고려가 없다는 점이 지적된다. 경찰이 일단 불송치한 사건의 경우 피해자가 부당하다고 느껴도 경찰의 애초 판단을 바꾸기 어렵다는 것이다. 검찰이 보완수사나 재조사를 거쳐 사건을 다시 들여다볼 수 있는 보완구조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경찰의 사건처리에 이의신청을 하려 해도 국수위법에 따르면 피해자, 고소인, 고발인만 가능하다. 공수처법은 고소인, 고발인, 수사절차법은 고소인만 이의신청을 할 수 있고 고발인은 배제된다.
법안이 유기적으로 맞물리지 않아 충돌할 소지가 크다. 수사의 칼을 검찰로부터 빼앗아 경찰에 쥐어줄 뿐 비대해진 경찰력을 통제할 방안이나 견제 장치가 없다는 것도 한계다. 힘과 권한이 쏠리면 오·남용과 부패는 필연이다. 적폐를 노출한 검찰을 개혁하면서 경찰력에 대한 고려가 없다면 또 다른 ‘괴물’을 낳는 악순환이 되풀이된다. 대학수학능력시험에 자주 등장하는 정치철학자 존 롤스의 ‘무지의 베일’(Veil of Ignorance) 이론을 떠올려 보면 해법은 간단하다. 내가 범죄자, 범죄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검찰개혁을 바라보는 것이다.
수사역량 국민의 자산으로
다행히 정성호 법무부장관은 검찰개혁의 우려를 귀담아듣고 있는 것 같다. 그는 최근 취임사에서 “검찰의 기능 조정 과정에서 범죄 대응의 사각지대가 발생하거나 수사 부실·지연과 같은 부작용이 없도록 치밀하게 시스템을 설계해야 한다. 특히 국가 전체 수사기관의 범죄 대응 역량을 훼손시키지 않고 국민을 위한 자산으로 효과적으로 활용할 방안도 함께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확한 진단이자 검찰개혁의 모범답안이다. 실천을 기대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정치를 이렇게 말했다. “정치에 있어서도 소비자 민주주의가 성립될 때 그 정치가 올바른 민주주의라고 생각합니다. 정치는 구매자가 따로 없기 때문에 정치의 소비자를 유권자라고 합니다. 서비스를 향유하는 사람이 서비스에 대한 최종적 평가를 유권자로서 선거와 투표로 나타내기 때문입니다.”
‘정치’를 검찰개혁으로 바꾸면 당면 과제가 선명하게 떠오른다. 이번 검찰개혁은 목표 생산에 매몰돼 부실제품이 시장에 나올 가능성이 농후하다. 우리는 문재인 정부에서 단행한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공수처 설치로 상징되는 검찰 개혁의 한계를 절감했다. 경찰과 공수처가 서로 윤 전 대통령 잡겠다고 수사에 나서 혼란을 부추기고 수사권 논란에 휘말려 허둥댔다. 촛불혁명의 결과로 탄생한 공수처가 그렇게 국민 시야에서 사라졌다.
지금도 윤석열 전 대통령은 검·경 수사권의 틈새를 물고 늘어지고 있다. 식상한 말이나 문제는 디테일에 있다. 검찰개혁은 시대적 당위지만, 하자 있는 제품을 내놓아서는 안 된다. 잘못된 검찰개혁은 국민을 피해자로 만든다.
윤석열 검찰총장 시절 대검 감찰부장을 지낸 한동수 변호사가 ‘검찰의 심장부에서’(오마이북)에서 이렇게 썼다. 윤석열 전 총장이 술자리에서 ‘내가 육사에 갔더라면 쿠데타를 했을 것’이라고 호기롭게 말했다는 대목에서 비상계엄 선포가 맥락 없는 일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든다.
이재명 정부가 들어선 이상 수사와 기소권 분리를 골자로 한 검찰개혁의 적기인 것은 맞다. 국민은 이재명 대통령을 선택하면서 검찰개혁을 승인했다. 개혁의 열망이 정점에 달했고 대의명분도 탄탄하다. 검찰은 이제 도마 위에 오른 생선이다. 때맞춰 쏟아져 나온 검찰개혁 관련 법안이 줄잡아 8개에 달한다. 하지만 검찰개혁 완수 시점을 추석으로 못 박은 민주당 당 대표 후보들의 요란한 공약만 선명할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 개혁법안을 다듬자는 목소리까지 반동으로 간주되는 상황은 우려스럽다. 망치를 든 사람은 모든 것을 못으로 본다는 서양 속담이 떠오른다.
‘검찰 개혁 4법’은 검찰의 직접수사권은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에 넘기고, 경찰과 중수청의 수사를 검증·보완하도록 하는 기능은 신설되는 국가수사위원회(국수위)에 맡기는 구조로 설계돼 있다. 4개 법안은 검찰청법 폐지법률안, 공소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 국가수사위원회(국수위)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 등이다.
법이 촘촘하지 않다 보니 법조계에서 우려가 나온다. 우선 피해자 고려가 없다는 점이 지적된다. 경찰이 일단 불송치한 사건의 경우 피해자가 부당하다고 느껴도 경찰의 애초 판단을 바꾸기 어렵다는 것이다. 검찰이 보완수사나 재조사를 거쳐 사건을 다시 들여다볼 수 있는 보완구조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경찰의 사건처리에 이의신청을 하려 해도 국수위법에 따르면 피해자, 고소인, 고발인만 가능하다. 공수처법은 고소인, 고발인, 수사절차법은 고소인만 이의신청을 할 수 있고 고발인은 배제된다.
법안이 유기적으로 맞물리지 않아 충돌할 소지가 크다. 수사의 칼을 검찰로부터 빼앗아 경찰에 쥐어줄 뿐 비대해진 경찰력을 통제할 방안이나 견제 장치가 없다는 것도 한계다. 힘과 권한이 쏠리면 오·남용과 부패는 필연이다. 적폐를 노출한 검찰을 개혁하면서 경찰력에 대한 고려가 없다면 또 다른 ‘괴물’을 낳는 악순환이 되풀이된다. 대학수학능력시험에 자주 등장하는 정치철학자 존 롤스의 ‘무지의 베일’(Veil of Ignorance) 이론을 떠올려 보면 해법은 간단하다. 내가 범죄자, 범죄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검찰개혁을 바라보는 것이다.
수사역량 국민의 자산으로
다행히 정성호 법무부장관은 검찰개혁의 우려를 귀담아듣고 있는 것 같다. 그는 최근 취임사에서 “검찰의 기능 조정 과정에서 범죄 대응의 사각지대가 발생하거나 수사 부실·지연과 같은 부작용이 없도록 치밀하게 시스템을 설계해야 한다. 특히 국가 전체 수사기관의 범죄 대응 역량을 훼손시키지 않고 국민을 위한 자산으로 효과적으로 활용할 방안도 함께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확한 진단이자 검찰개혁의 모범답안이다. 실천을 기대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정치를 이렇게 말했다. “정치에 있어서도 소비자 민주주의가 성립될 때 그 정치가 올바른 민주주의라고 생각합니다. 정치는 구매자가 따로 없기 때문에 정치의 소비자를 유권자라고 합니다. 서비스를 향유하는 사람이 서비스에 대한 최종적 평가를 유권자로서 선거와 투표로 나타내기 때문입니다.”
‘정치’를 검찰개혁으로 바꾸면 당면 과제가 선명하게 떠오른다. 이번 검찰개혁은 목표 생산에 매몰돼 부실제품이 시장에 나올 가능성이 농후하다. 우리는 문재인 정부에서 단행한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공수처 설치로 상징되는 검찰 개혁의 한계를 절감했다. 경찰과 공수처가 서로 윤 전 대통령 잡겠다고 수사에 나서 혼란을 부추기고 수사권 논란에 휘말려 허둥댔다. 촛불혁명의 결과로 탄생한 공수처가 그렇게 국민 시야에서 사라졌다.
지금도 윤석열 전 대통령은 검·경 수사권의 틈새를 물고 늘어지고 있다. 식상한 말이나 문제는 디테일에 있다. 검찰개혁은 시대적 당위지만, 하자 있는 제품을 내놓아서는 안 된다. 잘못된 검찰개혁은 국민을 피해자로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