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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 장르의 다양화가 필요한 이유
홍 상 표
한국콘텐츠진흥원장
2014년 10월 20일(월) 00:00
재테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마라’란 격언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실수로 바구니를 떨어뜨리면 계란이 한 번에 모두 깨지는 낭패를 볼 수 있으니 조심하라는 얘기다.

주식시장에서 위험을 회피하기 위한 분산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할 때 인용하는 말이지만 개인의 일상생활이나 국가 경제활동에 적용해도 큰 무리는 없을 듯하다. 정부가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가능한 한 많은 글로벌 1등 상품을 확보함으로써 국가경쟁력을 유지하고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최근 해외 진출을 활발히 모색하고 있는 우리 대중문화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대중음악 한류의 중심인 K팝은 곧 아이돌 음악이라는 등식이 성립해 왔다. 우리나라 연예기획사의 선진적 시스템에 의해 육성된 아이돌 그룹들이 중국, 일본 등 아시아를 넘어 유럽, 남미까지 팬덤을 형성하며 K팝 한류를 이끌어 온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K팝 한류의 차원을 한 단계 높이기 위해서는 다른 색깔과 모양을 가진 다양한 계란(K팝) 바구니를 많이 만드는 전략이 필요하다. 다양한 장르에서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나와야 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발굴해 세계시장에 내놓기 위한 정부의 지원도 절실하다.

지난 6∼8일 서울 이태원에서는 한국콘텐츠진흥원 주관으로 ‘2014 서울국제뮤직페어(MU:CON SEOUL 2014’가 열렸다. 2012년 처음 시작한 뮤콘에는 올해도 조용필의 ‘헬로’ 음반을 프로듀싱한 토니 마세라티를 비롯한 세계적 프로듀서들과 모든 인디 밴드들의 꿈의 무대인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XSW)’를 총괄 기획하는 제임스 마이너 등 세계 유수 음악 마켓의 디렉터들이 찾아왔다.

이들은 행사 기간 중 우리 뮤지션들의 음악을 직접 듣고 만나서 함께 작업을 하거나 자신들의 페스티벌에 초청할 파트너를 선발하는 한편, 국내 음악산업 전문가들과 교류하며 한국 대중음악의 발전과 해외 진출을 위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한류가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기획사에 의해 공장 제품처럼 만들어지는 K팝 콘텐츠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미국 빌보드 대표이자 할리우드 리포터의 총괄 편집장인 재니스 민의 조언은 새겨 들을만 했다. 기조연사로 이번 행사에 참석한 그는 “싸이 이후의 차세대 스타가 등장하면 K팝이 더 널리 알려질 것으로 본다”며 한류가 지속 발전할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도 던져주었다.

그들이 공동작업의 대상 혹은 초청자로 선택한 14개 팀 뮤지션들의 면면도 ‘다양한 계란 바구니’가 필요하다는 점을 그대로 보여준다. 라디오헤드(Radiohead)가 속해 있는 영국 XL레코딩의 대표 프로듀서 로디 맥도널드는 “연주하는 악기에 매력을 느꼈다”면서 우리 전통 악기로 록을 연주하는 퓨전 국악그룹 ‘잠비나이’를 선택했다.

토니 마세라티는 “재미있고 에너지 넘치는 음악을 한다”며 기존 아이돌과 다른 댄스음악을 펼치는 ‘술탄오브더디스코’와 작업하기로 했다.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는 대중들에게는 그다지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개성 넘치는 하모니를 들려주는 복고풍 걸그룹 ‘바버렛츠’를 비롯한 5개 팀을 초청했다.

내년 6월 프랑스 칸에서 개최되는 미뎀(MIDEM)에는 록 인디밴드 ‘로큰롤라디오’와 ‘로로스’가 참가하게 됐다.

이들은 앞으로 내년 상반기까지 자신을 선정한 프로듀서들과 함께 그들의 근거 도시에서 현지 뮤지션들과 교류하며 음악 작업을 진행하게 된다. 또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와 미뎀을 비롯해 세계 4대 음악마켓인 싱가포르의 뮤직매터스(Music Matters), 캐나다의 캐네디언뮤직위크(CMW) 무대에서 전 세계 음악산업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자신들의 실력을 맘껏 뽑낼 것이다.

이들이 아이돌 그룹이 열고, 싸이가 넓힌 K팝 한류의 길을 더 여러 갈래로 펼쳐나가며 해외의 팬들에게 K팝의 무한한 잠재력과 다채로움을 보여줄 날이 빨리 오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