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참사 1년] 일상 무너진 여행업계, 오늘도 숨죽이며 버틴다
무안공항 1년째 폐쇄…광주·전남 여행사 전수조사 해보니
애도 속 ‘침묵의 절규’…매출 50~90% 급감·폐업 속출
희망 때문에 문 못 닫아 “무안공항 재개항만이 살길”
애도 속 ‘침묵의 절규’…매출 50~90% 급감·폐업 속출
희망 때문에 문 못 닫아 “무안공항 재개항만이 살길”
![]()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1주기를 앞둔 25일 오후 무안국제공항 활주로에 적막감이 감도는 가운데, 사고 당시의 아픔을 기억하듯 차가운 겨울바람만이 정지된 유도등 사이를 지나고 있다. /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 |
지난해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이후 무안국제공항이 1년 가까이 폐쇄되면서 광주·전남 지역 여행사들은 사실상 ‘고사’ 상태에 놓였다.
광주일보가 한국여행업협회에 제주항공 참사 피해를 신고 접수한 광주·전남 여행사 113곳을 전수 조사한 결과, 폐업하거나 연락이 닿지 않는 업체(18개), 취재를 거부한 업체(43개)를 제외한 52개 여행사 모두 “그만두고 싶어도 그만둘 수 없고, 계속해도 적자만 쌓이는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취재를 거부한 업체나 취재에 응한 여행업계 모두 “많은 여행객들이 죽었는데, 저희들이 어떻게 나섭니까”라고 했다.
모든 업체의 매출이 50~90% 이상 급감해 폐업이 속출했는데도, 희생자와 유가족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여행업계 관계자들이 많았다. 폐업하지 않았더라도 직원 감원과 겸업은 일상이 됐으며 재개항 희망 때문에 휴업·폐업조차 쉽게 결정하지 못한 채 버티고 있는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경옥(54·강남여행사)씨는 “2016년 여행사를 차렸는데 2020년 코로나19가 터졌고, 또 이제 다시 시작해보자 하니 2024년 공항 참사다”며 “여행업을 그만두고 사회복지사, 요양보호사 등 직업 전환을 진지하게 고민했다”고 털어놨다.
김씨는 “12~2월이 여행업 성수기인데 매출이 싹 사라졌고, 예약금 환불 과정에서 손님-현지업체 사이에서 갈등과 심리적, 재정적 부담이 커졌다고 한다. 결국 보험회사에 취직해 보기도 하는 등 ‘살 길’을 찾아 나서야 할 처지가 됐다고 한다.
박재구(45·광주 지구별 여행)씨도 “직원 둘을 내보내고 주말 아르바이트까지 하며 혼자 버티고 있다”며 “나이도 있고, 지금 와서 새로 시작할 수 있는 일이 마땅치 않다”고 털어놨다.
화순에서 40년 가까이 여행업에 몸담아온 김정록(66·남일관광)씨는 지난 1년간 매출 손실만 40~50%인데 정부나 지자체 지원도 전혀 체감되지 않고, 생계가 막막해 내년 휴업을 고민하고 있다. 가까운 무안공항에서 항공편이 뜨지 않다 보니 가격 경쟁력이 크게 떨어졌고, 고객들이 타 지역 여행사 상품을 이용하는 경우도 늘어났다는 것이다. 김씨는 “무안공항이 재개항되지 않으면 내년 봄엔 정리하고 휴업에 들어가려고 한다”며 “너무 안타까운 사고라 누구를 탓할 수도 없어 속으로만 끙끙 앓고 있다. 하루라도 빨리 재개항되는 게 유일한 희망”이라고 말했다.
다른 여행사들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광주시 남구에서 8년째 여행사를 운영 중인 김낙중(61·삼성관광)씨는 “매출이 70% 가까이 줄었다”며 “임대료를 감당하기 어려워 형의 도움으로 사무실을 유지하고 있고, 생활비도 최대한 줄여가며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무안공항이 막히면서 타 지역 공항을 이용해야 하는 추가 비용이 늘었고 그 부담이 고스란히 고객과 여행사에 전가됐다”고 덧붙였다.
여행업계 대표들은 이번 사태를 ‘제2의 코로나’, 혹은 그보다 더한 위기라고 입을 모았다.
엄옥란(64·광주알프스관광)씨는 “직원 없이 혼자 운영하는 건 35년 만에 처음”이라며 “코로나 때는 지원책이라도 있었지만 지금은 체감할 수 있는 대책이 거의 없다”고 호소했고, 강형곤(49·고니투어)씨는 “평일엔 여행사 문을 열고, 저녁과 주말엔 다른 일을 병행하고 있다”며 “코로나 때보다 지금이 더 어렵다”고 말했다.
이원숙(49·트래블월드)씨 역시 “코로나 3년을 겪으며 이미 손실이 누적된 상태에서 이번 참사로 직격탄을 맞았다”며 “매달 고정비가 나가는데 매출은 바닥이라 대출로 버티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피해가 누적되는 동안 피해 접수와 여행업계 지원 모색 간담회를 연 적도 있지만, 실제 도움이 되는 지원을 받는 경우는 없었다는 여행사도 다수였다. 특히 광주 지역의 경우 재난지역 지정에서 제외되면서 전남 일부 지역과 달리 재난지원금 대상에서도 빠졌다는 점도 반복적으로 지적됐다.
익명을 요청한 한 광주지역 여행사 대표는 “사고와 연관된 여행사 70~80%가 광주 지역 여행사였는데도 광주는 재난지역으로 선포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원은 더욱 부족했다”며 “기존 판매하던 여행상품의 95%가 무안공항을 경유하면서 사고 이후 생계를 유지하기 어렵다고 판단돼 공항 폐쇄 이후 11개월째 마트에서 파트타임 근무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행 업계에서는 결국 업계가 완전히 부활하기 위해서는 조속히 무안공항을 재개항하는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강준형(42·무안기억플랫폼)씨는 “제주항공 참사 이후 여행상품 취소율이 80~90%에 달했는데도 정부나 지자체 지원금도 전혀 없어 힘들었다”며 “폐업도 고민했지만 마땅한 대안이 없어 버텨왔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무안공항 재개항이다”고 말했다.
박경음(38·힐링아일랜드섬투어)씨는 “참사 이후 회사가 어려워지자 육아휴직에 들어간 직원이 기존 6개월이던 출산휴가를 1년 6개월까지 연장하는 등 내부적으로도 버텨보려 노력했다”며 “여행사들이 숨통이라도 트일 수 있도록 최소한의 지원이 필요하다. 무안공항 대신 부산·김해·청주로 이동하면서 발생하는 추가 버스 수송비라도 지원해 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37년째 여행업에만 종사해온 60대 이정우씨도 “가장 바라는 것은 조속한 무안공항 재개항이다”며 “현실적으로 금전적 지원이 어렵다면 정책적으로 지역 관광 활성화를 위한 대형 행사 지원이라도 해달라”고 호소했다.
/서민경·양재희·윤준명 기자 minky@kwangju.co.kr
광주일보가 한국여행업협회에 제주항공 참사 피해를 신고 접수한 광주·전남 여행사 113곳을 전수 조사한 결과, 폐업하거나 연락이 닿지 않는 업체(18개), 취재를 거부한 업체(43개)를 제외한 52개 여행사 모두 “그만두고 싶어도 그만둘 수 없고, 계속해도 적자만 쌓이는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취재를 거부한 업체나 취재에 응한 여행업계 모두 “많은 여행객들이 죽었는데, 저희들이 어떻게 나섭니까”라고 했다.
김경옥(54·강남여행사)씨는 “2016년 여행사를 차렸는데 2020년 코로나19가 터졌고, 또 이제 다시 시작해보자 하니 2024년 공항 참사다”며 “여행업을 그만두고 사회복지사, 요양보호사 등 직업 전환을 진지하게 고민했다”고 털어놨다.
박재구(45·광주 지구별 여행)씨도 “직원 둘을 내보내고 주말 아르바이트까지 하며 혼자 버티고 있다”며 “나이도 있고, 지금 와서 새로 시작할 수 있는 일이 마땅치 않다”고 털어놨다.
화순에서 40년 가까이 여행업에 몸담아온 김정록(66·남일관광)씨는 지난 1년간 매출 손실만 40~50%인데 정부나 지자체 지원도 전혀 체감되지 않고, 생계가 막막해 내년 휴업을 고민하고 있다. 가까운 무안공항에서 항공편이 뜨지 않다 보니 가격 경쟁력이 크게 떨어졌고, 고객들이 타 지역 여행사 상품을 이용하는 경우도 늘어났다는 것이다. 김씨는 “무안공항이 재개항되지 않으면 내년 봄엔 정리하고 휴업에 들어가려고 한다”며 “너무 안타까운 사고라 누구를 탓할 수도 없어 속으로만 끙끙 앓고 있다. 하루라도 빨리 재개항되는 게 유일한 희망”이라고 말했다.
다른 여행사들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광주시 남구에서 8년째 여행사를 운영 중인 김낙중(61·삼성관광)씨는 “매출이 70% 가까이 줄었다”며 “임대료를 감당하기 어려워 형의 도움으로 사무실을 유지하고 있고, 생활비도 최대한 줄여가며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무안공항이 막히면서 타 지역 공항을 이용해야 하는 추가 비용이 늘었고 그 부담이 고스란히 고객과 여행사에 전가됐다”고 덧붙였다.
여행업계 대표들은 이번 사태를 ‘제2의 코로나’, 혹은 그보다 더한 위기라고 입을 모았다.
엄옥란(64·광주알프스관광)씨는 “직원 없이 혼자 운영하는 건 35년 만에 처음”이라며 “코로나 때는 지원책이라도 있었지만 지금은 체감할 수 있는 대책이 거의 없다”고 호소했고, 강형곤(49·고니투어)씨는 “평일엔 여행사 문을 열고, 저녁과 주말엔 다른 일을 병행하고 있다”며 “코로나 때보다 지금이 더 어렵다”고 말했다.
이원숙(49·트래블월드)씨 역시 “코로나 3년을 겪으며 이미 손실이 누적된 상태에서 이번 참사로 직격탄을 맞았다”며 “매달 고정비가 나가는데 매출은 바닥이라 대출로 버티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피해가 누적되는 동안 피해 접수와 여행업계 지원 모색 간담회를 연 적도 있지만, 실제 도움이 되는 지원을 받는 경우는 없었다는 여행사도 다수였다. 특히 광주 지역의 경우 재난지역 지정에서 제외되면서 전남 일부 지역과 달리 재난지원금 대상에서도 빠졌다는 점도 반복적으로 지적됐다.
익명을 요청한 한 광주지역 여행사 대표는 “사고와 연관된 여행사 70~80%가 광주 지역 여행사였는데도 광주는 재난지역으로 선포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원은 더욱 부족했다”며 “기존 판매하던 여행상품의 95%가 무안공항을 경유하면서 사고 이후 생계를 유지하기 어렵다고 판단돼 공항 폐쇄 이후 11개월째 마트에서 파트타임 근무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행 업계에서는 결국 업계가 완전히 부활하기 위해서는 조속히 무안공항을 재개항하는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강준형(42·무안기억플랫폼)씨는 “제주항공 참사 이후 여행상품 취소율이 80~90%에 달했는데도 정부나 지자체 지원금도 전혀 없어 힘들었다”며 “폐업도 고민했지만 마땅한 대안이 없어 버텨왔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무안공항 재개항이다”고 말했다.
박경음(38·힐링아일랜드섬투어)씨는 “참사 이후 회사가 어려워지자 육아휴직에 들어간 직원이 기존 6개월이던 출산휴가를 1년 6개월까지 연장하는 등 내부적으로도 버텨보려 노력했다”며 “여행사들이 숨통이라도 트일 수 있도록 최소한의 지원이 필요하다. 무안공항 대신 부산·김해·청주로 이동하면서 발생하는 추가 버스 수송비라도 지원해 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37년째 여행업에만 종사해온 60대 이정우씨도 “가장 바라는 것은 조속한 무안공항 재개항이다”며 “현실적으로 금전적 지원이 어렵다면 정책적으로 지역 관광 활성화를 위한 대형 행사 지원이라도 해달라”고 호소했다.
/서민경·양재희·윤준명 기자 minky@kwangju.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