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참사 1년] 179켤레 신발·1229개 리본…공항 가득 추모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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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 참사 1년] 179켤레 신발·1229개 리본…공항 가득 추모 메시지
희생자들을 기억하는 법
지상 내리지 못한 그리운 이들
기억하려는 간절한 몸짓
시집 ‘보고 싶다는 말’도 펴내
2025년 12월 25일(목) 20:20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1주기를 나흘 앞둔 25일 오후 무안국제공항에서 한 시민이 참사의 현장인 활주로가 내려다보이는 외곽 펜스 앞에 서서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며 묵념하고 있다. /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
며칠 쉬고 오겠다던 가족을 마중한 공항에서 맞은 두 번째 겨울이다. 유가족들은 변변한 인사도 없이 헤어진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그리움으로 지난 1년을 어떻게 보냈는지 모른다. 지상에 내리지 못한 그리운 이들을 기억하려는 몸짓은 그래서 더 간절하다.

지난 24일 찾은 무안국제공항 1층 입구에는 추모작 ‘캐리어 179: 못다 한 여행의 기록’이라는 작품이 참사 희생자들을 마중하고 있다.

게이트부터 길게 이어진 179켤레의 주인 잃은 신발들은 여행 가방(캐리어)을 향해 줄지어 놓여있고 179명의 여행가방은 5m 높이의 탑으로 세워져 돌아오지 못한 그들을 기다리고 있다. 가방은 푸른색 끈으로 서로 묶여있었다. 서로를 지탱하는 연대의 힘이자, 떠난 이들과의 소중한 인연을 마음으로 잇겠다는 ‘기억의 약속’이라는 의미다.

서은선 작가는 “못다 한 그들의 여행이 하늘에서 편안히 이어지길 바란다”면서 “우리는 이곳에 남아 멈춰버린 179명의 시간을 기억하겠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공항 한 편에 놓인 테이블에서 파란 리본 배지·열쇠고리를 만드는 봉사자들은 여전히 공항에서 참사로 목숨을 잃은 이들을 기억하기 위한 파란 리본과 친환경 가방 나눔 활동을 진행 중이다.

한 시민이 하늘색 가죽으로 만들어 유족 측에 전달한 추모 리본도 공항을 찾은 추모객들에게 자연스럽게 나눠지고 공항 1층과 2층을 잇는 계단 난간은 가슴에 묻은 딸, 아들, 그리운 엄마, 아빠, 형제 등 보고 싶어도 더 이상 볼 수 없게 된 사랑하는 이들을 향한 추모 메시지로 가득하다.

곁에 있을 때 더 챙겨주지 못한 미안함, 행복했던 추억, 기억하며 잘 살아내겠다는 굳은 다짐의 글들이다.

‘어딘가에 살아있다고 생각하면서 버티고 또 버텨보겠다’, ‘이렇게 잘 클 수 있었던 건 엄마가 주신 사랑 덕분이다’,‘하나뿐인 내 동생 더 잘해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평생 친구 해달라던 너는 정말로 내 평생 친구…내가 널 오래 기억할게’, ‘우리 다시 만나면 밀린 이야기 밤새 하자’ ‘너 없는 일상이 믿기지 않는다’는 메모를 접하며 눈물을 훔치는 방문객들도 보였다. 공항 주변 철조망도 추모 메시지로 가득하다.

희생자들을 기리고 유가족들을 위로하는 책도 나왔다.

한국작가회의 시분과위원회 주도로 만든 시집 ‘보고 싶다는 말’은 전국 시인과 유족 등 40명의 애도의 목소리가 감겼다.

권현형 시인은 자신의 시 ‘잘린 필름, 잘린 사랑’을 통해 “새 떼처럼 표류하는 책임들을 정밀히 추적하고 밝혀야 한다”고 썼다. ‘그날, 폭발음이 있었다’라는 시를 쓴 이명윤 시인은 “언젠가부터 우리 가슴 속에 지옥이 살고 눈물이 살며 사막이 살아간다/…/사람이 사람에게 꽃이 되어 해마다 잊지 않고 세상의 창가에 피어나기를/ 더 이상 하늘이 무너지는 절망과 슬픔과 후회를 반복하지 않기를”이라고 썼다.

또 박연준 시인은 “떠난 자의 안부를 알 길이 없고, 남은 자의 슬픔을 다 헤아릴 수 없을 테지만…소용없겠지만. 없을지라도. 마음을 기울이겠다”고 위로했다. /김진아 기자 jingg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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