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은 슬퍼도 울지 않는다 - 임몽택 미네르바 코칭앤컨설팅 대표, 전 광주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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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해서 끼니조차 잇기 힘든 흥부가 굶주린 처자식을 먹여 살리기 위해 매품팔이(죄지은 부자 대신 매를 맞고 품삯을 받는 일)에 나선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곡절이 생기고, 매를 못 맞게 된 흥부가 빈손으로 잔뜩 풀이 죽어 집에 왔는데, 웬걸, 마누라가 정화수 떠 놓고 “서방님 매 맞지 않게 해달라”며 빌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일이 틀어진 이유가 마누라 때문이라 생각한 흥부는 화가 나서 마누라를 때리지만 마누라는 흥부의 주먹질을 피하기는커녕 덩실덩실 춤을 춘다. 모진 매를 맞고 반죽음으로 돌아오리라 생각한 서방님이 아무 탈 없이 돌아와서 그저 기쁘기만 한 것이다.
1967년 7월 15일 스페인 마드리드. 제16회 국제기능올림픽 대회가 열리고 국제대회에 처음으로 출전한 한국은 9명의 선수가 출전해 6개 메달을 획득하며 종합 순위 4위에 올랐다. 경기가 끝나고 귀국한 선수들은 시민들의 열렬한 환영 속에 김포공항부터 서울시민회관까지 ‘카퍼레이드’를 펼쳤다.
그 후 한참 동안 전국 극장에서 상영하는 ‘대한늬우스’에는 어김없이 “기술 한국의 영광스러운 이름을 세계에 떨치고 금메달·은메달·동메달을 차지한 자랑스러운 한국의 아들들이 승리의 선물을 안고 돌아왔습니다”라는 감격에 겨운 내레이터의 음성이 흘러나왔다.
2021년 11월 22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방탄소년단(BTS)이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에서 아시아인 최초로 대상인 ‘올해의 가수상’을 수상했다. 무대에 오른 리더 RM은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 4년 전 우리는 바로 이 무대에서 ‘DNA’ 공연을 처음 했다 … 그 누구도 우리가 이 상을 받게 될 것이라고 상상하지 못했다 … 한국에서 온 7명의 소년이 음악에 대한 사랑으로 똘똘 뭉쳐 여기까지 왔고 이 모든 것은 전 세계 아미(BTS 팬클럽) 덕이다. 이 모든 건 기적이다. 당연히 여기지 않겠다.”고 했다.
2024년 12월 10일 스웨덴 스톡홀름. 소설가 한강이 아시아인 여성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스웨덴 아카데미는 “역사적 트라우마를 직시하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내는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어렸을 때부터 “우리는 왜 태어났는지, 왜 고통과 사랑이 존재하는지”가 궁금했다는 그녀는 수상 소감에서 “문학을 읽고 쓰는 일은 생명을 파괴하는 행위들의 반대편에 서 있습니다“라며 ”폭력의 반대편인 사람들과 함께 상의 의미를 나누고 싶다“고 했다.
우리는 잘 달려왔다. 그러나 2026년은 한국 사회의 지속 가능성이 시험대에 오르는 임계점이 될 것이다. 경제적으로는 지속적인 물가 상승 압박, 가계 및 기업의 부채 부담 증가, 혁신과 성장 동력 둔화 등으로 경기침체가 계속되고, 사회적으로는 성장과 분배, 현재와 미래를 둘러싸고 지역, 세대, 계층 간 갈등이 심화하며, 정치적으로는 집단사고에 빠진 정파들이 국민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들만의 리그를 벌이면서 상대 세력에 대한 혐오와 갈등을 증폭시켜 사회적 분열을 심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우리는 아무리 거대한 난관이라도 극복할 수 있다. 그동안 IMF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 팬데믹까지 수많은 도전을 겪으면서 한국 사회의 회복탄력성과 위기 극복 능력은 오히려 더 단단해졌다. 여기에 더해 반도체, 조선, 디스플레이는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고, 인공지능, 바이오, 우주항공 등 미래산업 분야도 높은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으며, K-콘텐츠, K-뷰티는 이미 지구촌을 흔들고 있다. 이러한 요인들은 새로운 성장 동력 발굴과 산업 구조 고도화를 촉진하고, 한국 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견인하는 강력한 엔진으로 작용할 것이다.
남은 것은, 지역과 세대와 계층이 모두 활발한 소통과 협의를 통해 갈등을 극복하고 사회적 합의와 연대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미래의 비전을 공유하고, 그 꿈을 위해 힘을 모으는 사회적 연대야말로 초고령화와 양극화의 벽을 넘어서 지속 가능한 사회를 건설하는 데 가장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다.
흥부 마누란들 매품팔이 하는 현실이 마냥 기뻐서 춤을 췄겠는가. 생계의 어려움으로 터져 나오려는 서방님의 울음을 마누라가 춤으로 감싼 것이다. 한국인은 슬퍼도 울지 않는다. 슬퍼도 울지 않는 것은 감정이 없어서가 아니라 슬픔을 안으로 삼켜, 삭히기 때문이다. 슬픔을 삭히며 보다 나은 세상을 꿈꾸는 것, 이것이 한국인의 동력이다. 웰컴, 2026.
2021년 11월 22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방탄소년단(BTS)이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에서 아시아인 최초로 대상인 ‘올해의 가수상’을 수상했다. 무대에 오른 리더 RM은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 4년 전 우리는 바로 이 무대에서 ‘DNA’ 공연을 처음 했다 … 그 누구도 우리가 이 상을 받게 될 것이라고 상상하지 못했다 … 한국에서 온 7명의 소년이 음악에 대한 사랑으로 똘똘 뭉쳐 여기까지 왔고 이 모든 것은 전 세계 아미(BTS 팬클럽) 덕이다. 이 모든 건 기적이다. 당연히 여기지 않겠다.”고 했다.
2024년 12월 10일 스웨덴 스톡홀름. 소설가 한강이 아시아인 여성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스웨덴 아카데미는 “역사적 트라우마를 직시하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내는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어렸을 때부터 “우리는 왜 태어났는지, 왜 고통과 사랑이 존재하는지”가 궁금했다는 그녀는 수상 소감에서 “문학을 읽고 쓰는 일은 생명을 파괴하는 행위들의 반대편에 서 있습니다“라며 ”폭력의 반대편인 사람들과 함께 상의 의미를 나누고 싶다“고 했다.
우리는 잘 달려왔다. 그러나 2026년은 한국 사회의 지속 가능성이 시험대에 오르는 임계점이 될 것이다. 경제적으로는 지속적인 물가 상승 압박, 가계 및 기업의 부채 부담 증가, 혁신과 성장 동력 둔화 등으로 경기침체가 계속되고, 사회적으로는 성장과 분배, 현재와 미래를 둘러싸고 지역, 세대, 계층 간 갈등이 심화하며, 정치적으로는 집단사고에 빠진 정파들이 국민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들만의 리그를 벌이면서 상대 세력에 대한 혐오와 갈등을 증폭시켜 사회적 분열을 심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우리는 아무리 거대한 난관이라도 극복할 수 있다. 그동안 IMF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 팬데믹까지 수많은 도전을 겪으면서 한국 사회의 회복탄력성과 위기 극복 능력은 오히려 더 단단해졌다. 여기에 더해 반도체, 조선, 디스플레이는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고, 인공지능, 바이오, 우주항공 등 미래산업 분야도 높은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으며, K-콘텐츠, K-뷰티는 이미 지구촌을 흔들고 있다. 이러한 요인들은 새로운 성장 동력 발굴과 산업 구조 고도화를 촉진하고, 한국 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견인하는 강력한 엔진으로 작용할 것이다.
남은 것은, 지역과 세대와 계층이 모두 활발한 소통과 협의를 통해 갈등을 극복하고 사회적 합의와 연대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미래의 비전을 공유하고, 그 꿈을 위해 힘을 모으는 사회적 연대야말로 초고령화와 양극화의 벽을 넘어서 지속 가능한 사회를 건설하는 데 가장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다.
흥부 마누란들 매품팔이 하는 현실이 마냥 기뻐서 춤을 췄겠는가. 생계의 어려움으로 터져 나오려는 서방님의 울음을 마누라가 춤으로 감싼 것이다. 한국인은 슬퍼도 울지 않는다. 슬퍼도 울지 않는 것은 감정이 없어서가 아니라 슬픔을 안으로 삼켜, 삭히기 때문이다. 슬픔을 삭히며 보다 나은 세상을 꿈꾸는 것, 이것이 한국인의 동력이다. 웰컴, 20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