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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들의 전성시대를 기대하며
이 상 면
광주대 교수
2014년 08월 25일(월) 00:00
집에서 밥만 축내며 비생산적이었던 ‘아해’들이 1920년 방정환 선생께서 일본 유학길에 ‘어린이’란 단어를 처음 사용하고, 1922년 어린이날 (당시는 소년일)이 제정된 것을 기점으로 ‘미래의 꿈나무’라는 사회에 희망을 주는 강한 사회적 의미로 격상되었다.

20세기에 어린이들이 새로운 이름으로 의미 있는 존재가 되었다면, 21세기에는 노인들이 새로운 이름으로 사회의 짐이 아닌 사회의 힘으로 변해야 할 때다.

일본 나가노현에는 일본식 만두 오야케를 만드는 오가와장이라는 회사가 있다. 주민이 출자하고 동네에 놀고 있는 창고들을 공장으로 활용하고 있는데 연 매출액이 7억5천만 엔을 웃돈다.

100명의 고용인 중 80%가 고령자라고 한다. 전 직원이 10년간에 걸쳐 미국을 다녀왔다. 중고생 손자들에게 용돈을 주면서 영어회화를 공부했다는 이들도 적지 않다.

한국에서도 ‘춘천 시니어클럽’의 경우 2004년부터 10여 명의 노인이 콩나물 판매부터 사업을 시작했다. 지금은 콩두부 판매, 식당 운영, 전통 된장과 간장 판매, 방앗간 운영, 도시락 판매, 헌옷 판매 등 10개 사업을 통해 230여 명이 일하는 노인일터로 성장했다.

노인들이 힘을 합쳐 새로운 일을 개척함으로써 더 이상 사회의 짐이 아니라 지역사회 일꾼이자 생산자로서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새로운 관점으로 노인들을 올려보아야 한다. 우리의 역사와 유물, 그리고 이웃들이 살아왔던 모든 스토리들이 다 좋은 상품이 될 수 있다. 우리가 잊고 살고 있는 것일 뿐이다.

세월호 사건은 우리가 지금 잊고 살고 있는 것들이 너무나 많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었다. 고령자들이 지역의 보배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그들만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토착자원들을 재창조해야 한다. 노인들의 지혜와 솜씨들이 점차 사라지고 있는 것에 초조함을 느끼지 않는가? 그들의 지식과 경험을 사회구성원들이 공유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새 부대에 담고, 새로운 기술과 융복합을 통해, 새로운 세대에게 그들의 지혜를 전수해야 한다. 무엇보다 그들에게 창업 기회를 많이 제공하여 직접 지혜와 경륜을 활용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시급하다.

일본 큐슈에 히마와리테라는 향토 가정요리를 전문으로 파는 농가 레스토랑이 있다. 제철 식자재를 이용한 식문화 창조와 계승을 목표로 지역의 고령여성들이 식당을 시작했는데, 연 5만 명이 방문한다.

그런데 이 성공은 ‘이렇게 맛있는 것을 우리만 먹기엔 너무 아깝다’는 말을 주고받으면서 출발했다고 한다. 즉 고령자의 지혜와 솜씨를 나누어보자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또 중요한 것은 노인들 스스로 활력소를 찾으려는 노력이다. 노인은 행복해야 할 책임이 있다. 불행해서는 안 된다. 젊은 사람들에게 부담을 주기 때문이다.

나이 들면서 찾는 보람이 커져야 가치 있는 삶이 된다. 나이 먹는 보람, 즐거움은 지혜와 추억과 경륜을 여유롭게 나누는 데서 찾아볼 수 있다.

‘살만큼 살았다’며 마음을 놓고 역할을 멈추면 마음도 몸도 금방 허물어진다. 나이가 들수록 집밖으로 나가서, 서로 모여 놀아야 한다. 춘천 시니어 클럽도 처음엔 춤추고 노래하는 모임이었다.

또한 혼자 하지 말고 협동조합 등을 만들어 조직화해야 한다. 혼자는 위축되지만 모여서 힘을 합치면 못할 일이 없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 무언가 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일을 찾으면, 개인, 가정, 사회가 모두 활기차게 된다.

최근 TV에서 새로운 할배, 할머니 프로그램들이 우리 일상에 활기를 주고 있다. 노인 배우들이 다시 주목을 받게 된 것이 노인들이 사회의 새로운 의미로 거듭나는 출발일지 모른다.

베이비부머들의 은퇴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그들이 나이가 들어서도 주변으로부터 ‘왕 어버이’라는 이름으로 존경을 받고, 사회 전반에 걸쳐 활동하면서 진정한 노인들의 전성시대가 펼쳐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