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명예’ 탄소의 진짜 얼굴 보여준다
탄소라는 세계-폴 호컨 지음, 이한음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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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이변으로 전 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는 상황에서 탄소(Carbon)는 우리가 알고 있는 원자 중 가장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진 원자일 듯하다. 전 지구적 문제로 다가온 기후위기의 원흉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탄소배출량을 줄이고 대기중으로 배출되는 탄소를 제거·흡수해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탄소중립’은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 250여개국이 정책으로 채택하고 있다.
탄소의 불명예를 복원시켜주는 책이 나왔다. 세계적인 환경운동가이자 사회적기업가로 60여년간 환경운동의 최전선에서 일해온 폴 호컨은 신간 ‘탄소라는 세계’를 통해 탄소의 ‘진짜 얼굴’을 보여준다. 지금까지 출간된 대부분의 책이 탄소를 범죄자로 보는 데 반해 이 책은 탄소가 지구 생명의 근원임을 상기시킨다. 저자는 “길을 잘못 든 원소로, 문명을 자멸로 이끄는 주범으로 축소시켜온” 탄소를 복원시켜 “온갖 아름다움, 비밀, 복잡성을 지닌 생명 전체를 들여다보는 유리창”으로 삼아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폴 호컨은 전 세계 67개 경영대학 교수들이 ‘경영 및 환경 분야 최고의 대학 교재’로 선택한 ‘비즈니스 생태학’, 17부작 TV 시리즈로 만들어져 1억 명이 이상 시청한 ‘그로잉 비스니즈’의 저자다.
생명의 가장 기초적인 화학 원소로 지구의 3300만 가지 물질의 99퍼센트에 들어 있는 탄소의 영어 단어 ‘카본(Carbon)’은 ‘태우다’라는 뜻의 인도유럽어 ‘케르(kerh)’에서 나왔고 케르는 ‘석탄’을 뜻하는 라틴어 ‘카르보넴(carbonem)’이 됐다.
책은 생명의 번영과 죽음, 그리고 재생까지 아우르며 지구상에서 가장 다재다능한 원소로 꼽히는 탄소에 대한 모든 것을 알려준다. “탄소는 생명의 모든 자취에 활기를 불어넣는 공학자이자 제작자, 분자 행위자”라 말하는 저자는 모든 생명체를 연결하는 탄소의 탁월함을 소개하며 “탄소가 살아있는 존재라면, 우리는 탄소의 사회적 지능, 모이고 어울리는 유연한 특성, 쉽게 친구를 만드는 능력에 찬사를 보낼” 것이라고 강조한다.
저자는 생태학자, 물리학자, 균학자, 생명윤리학자 등 다양한 전문가들의 최신 연구를 소개하고 화학, 생명과학, 지구과학, 환경공학을 아우르며 생명의 기원, 농업혁명, 질병치료, 신물질 개발, 나노기술까지 탄소가 이룩한 138억년의 대장정을 풀어낸다.
책은 오늘날 생명체들의 호르몬과 DNA, 손톱과 장기에 이르기까지 모두 탄소 기반 물질이라는 점을 이야기하며 모든 생명은 탄소라는 같은 뿌리를 둔 셈이라고 소개한다. 또 농업 생산량을 폭발적으로 끌어올린 탄소 비료와 의료, 항공, 우주, 전자공학 등에서 없어선 안 될 물질로 자리잡은 나노기술 역시 ‘풀러렌(fullerene)이라는 탄소 분자에서 태동했음을 상기시키며 탄소가 인류 번영까지 관장했다고 말한다.
기후위기 시대 저자가 주목한 것은 ‘탄소의 흐름’이다. 공기 중의 탄소는 식물과 바다로, 다시 토양으로 이동하며 지구 전체에 에너지를 전달한다. 하지만 수십억년 동안 지구를 지탱하던 탄소의 흐름은 인간에 의해 끊기고 말았다. 기후위기에 대한 논의는 탄소의 흐름을 다시 이어붙이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한다고 말하는 저자는 ‘탄소의 춤’(생명에 내재된 끊임없는 재생)을 언급하며 기후 위기의 진정한 해답은 인간의 인위적인 개입이 아닌, 자연의 재생 능력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책에서 돋보이는 것 중의 하나는 과학책에서는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예사롭지 않은 문체다. 추천사를 쓴 동물행동학자 제인 구달 등이 ‘시적인 문체’라 표현한 문장들이 어우러져 다양한 주제를 한편의 서사시처럼 풀어냈다는 평을 받았다. <웅진지식하우스·1만9800원>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생명의 가장 기초적인 화학 원소로 지구의 3300만 가지 물질의 99퍼센트에 들어 있는 탄소의 영어 단어 ‘카본(Carbon)’은 ‘태우다’라는 뜻의 인도유럽어 ‘케르(kerh)’에서 나왔고 케르는 ‘석탄’을 뜻하는 라틴어 ‘카르보넴(carbonem)’이 됐다.
책은 생명의 번영과 죽음, 그리고 재생까지 아우르며 지구상에서 가장 다재다능한 원소로 꼽히는 탄소에 대한 모든 것을 알려준다. “탄소는 생명의 모든 자취에 활기를 불어넣는 공학자이자 제작자, 분자 행위자”라 말하는 저자는 모든 생명체를 연결하는 탄소의 탁월함을 소개하며 “탄소가 살아있는 존재라면, 우리는 탄소의 사회적 지능, 모이고 어울리는 유연한 특성, 쉽게 친구를 만드는 능력에 찬사를 보낼” 것이라고 강조한다.
저자는 생태학자, 물리학자, 균학자, 생명윤리학자 등 다양한 전문가들의 최신 연구를 소개하고 화학, 생명과학, 지구과학, 환경공학을 아우르며 생명의 기원, 농업혁명, 질병치료, 신물질 개발, 나노기술까지 탄소가 이룩한 138억년의 대장정을 풀어낸다.
![]() 세계적인 환경운동가 폴 호컨의 ‘탄소라는 세계’는 기후위기의 주범으로 꼽히는 탄소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 사진은 지난달 7일 LA 북부 캐스테이크 지역에서 불길과 싸우고 있는 소방관들. /연합뉴스 |
기후위기 시대 저자가 주목한 것은 ‘탄소의 흐름’이다. 공기 중의 탄소는 식물과 바다로, 다시 토양으로 이동하며 지구 전체에 에너지를 전달한다. 하지만 수십억년 동안 지구를 지탱하던 탄소의 흐름은 인간에 의해 끊기고 말았다. 기후위기에 대한 논의는 탄소의 흐름을 다시 이어붙이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한다고 말하는 저자는 ‘탄소의 춤’(생명에 내재된 끊임없는 재생)을 언급하며 기후 위기의 진정한 해답은 인간의 인위적인 개입이 아닌, 자연의 재생 능력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책에서 돋보이는 것 중의 하나는 과학책에서는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예사롭지 않은 문체다. 추천사를 쓴 동물행동학자 제인 구달 등이 ‘시적인 문체’라 표현한 문장들이 어우러져 다양한 주제를 한편의 서사시처럼 풀어냈다는 평을 받았다. <웅진지식하우스·1만9800원>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