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이방인 아닌 동반자…‘장기체류의 길’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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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이방인 아닌 동반자…‘장기체류의 길’ 연다
[전라도가 좋다, 전라도 외국인]
<10> 다문화 인재 유치 위한 ‘이민정책’
■ ‘장기 정착 유도’ 전남
지방 소멸 위기 타개 ‘비자 해결’ 승부수
기준 완화·가족 초청·배우자 취업 지원
최초 쿼터제 소진…전국 1위 충원율
■ ‘원스톱 복지’ 광주
외국인주민지원센터, 언어·법률 등 도움
2025년 09월 05일(금) 10:30
안산시 ‘다문화마을특구’
인구 절벽과 지방 소멸의 위기 앞에 외국인 주민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적인 지역사회의 동반자다. 이에 지방자치단체들은 외국인 인재 유치와 안정적인 정착을 돕기 위해 저마다의 특색을 담은 ‘이민 정책’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비자 문턱을 낮추고, 촘촘한 복지망을 짜는 등 외국인 주민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광주·전남을 비롯, 이민정책 선진 지자체인 경북도와 안산시의 구체적인 전략을 들여다본다.

◇전남, ‘파격적 비자 완화’로 지역 활력의 돌파구 마련

전남도의 이민 정책은 ‘생존’과 직결돼 있다. 인구 감소가 심각한 지역의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외국인 인재 유치의 가장 큰 걸림돌인 ‘비자’ 문제 해결에 승부수를 띄웠다.

핵심은 외국인 유학생(D-2)과 전문인력(E-7)이 인구감소지역에 정착할 경우 발급받는 ‘지역우수인재 비자(F-2-R)’의 소득 요건을 대폭 완화한 것이다. 기존 국민총소득(GNI) 70%(약 3500만 원) 기준은 지역 중소기업이 외국인에게 초봉으로 지급하기 어려운 ‘그림의 떡’이었다.

전남도는 법무부에 지속적으로 현실화를 건의해 이 기준을 ‘전남도 생활임금(2025년 기준 약 2992만 원)’ 수준으로 낮추는 데 성공했다. 이 비자는 최대 5년간 체류하며 가족 초청과 배우자 취업까지 가능해 지역 정착에 매우 유리하다. 제도 개선 후 신청자가 급증하며 정책의 효과를 입증했다.

단순노무 외국인력(E-9 등)이 장기 체류할 수 있도록 전환하는 ‘지역특화 숙련인력 비자(E-7-4R)’ 역시 전남의 주력 사업이다. 숙련도(2년 이상 근로)와 한국어 능력(토픽 2급)을 갖춘 외국인 근로자가 3년간 도내에 거주하며 일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제도로, 기업 입장에서도 숙련된 인력을 안정적으로 고용할 수 있어 반응이 뜨겁다. 전남은 올해 최초 쿼터(308명)를 전국에서 가장 먼저 소진해 130명을 추가 배정받는 등 전국 1위의 충원율을 기록했다.

최근에는 지역 산업과 연계된 학과에 입학하는 유학생의 재정 능력 입증 요건을 절반(1600만→800만 원)으로 낮추고, 졸업 전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따면 시간제 인턴 취업을 허용하는 ‘전남형 유학 비자(D-2)’ 시범사업도 전국 유일하게 추진하고 있다. 이는 학업과 지역의 돌봄 인력 수요를 직접 연계하는 혁신적인 시도다.

김일수 전남이민외국인종합지원센터장이 최근 열린 전남도 지역특화비자 제도 설명회에서 유학생들에게 지원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전남도 제공>
◇광주, ‘원스톱 복지·인권’으로 촘촘한 지원망 구축

광주시는 ‘포용도시’를 지향하며 인권과 복지에 기반한 촘촘한 지원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강점을 보인다. 그 중심에는 2024년 4월 개소한 ‘광주외국인주민지원센터’가 있다. 센터는 9개 언어 통·번역, 체류·노무·법률 상담, 생활회화 및 체류자격 취득용 한국어 교육 등 초기 정착에 필요한 모든 서비스를 한곳에서 제공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다. 특히 매월 전문가를 초빙해 진행하는 ‘원스톱 상담의 날’은 개별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들을 심층적으로 해결해주는 창구다.

의료 접근성 강화는 광주가 가장 공들이는 분야다. 전국 최초로 지정, 운영 중인 ‘외국인주민 친화병원(71개소)’은 건강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외국인에게 보험 수가 수준의 합리적인 진료를 제공한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의학용어 등 전문 교육을 이수한 ‘의료 통번역 활동가’ 29명(12개 언어권)을 양성해 병원에 파견함으로써 언어 장벽 없는 의료 서비스를 실현하고 있다.

공동체별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정책도 돋보인다. 국제결혼 이주여성을 위해 친정국 출신 산모돌보미를 파견해 산후조리를 돕고 정서적 안정을 제공한다. 국내 최대 고려인 동포 집거지인 월곡동 ‘고려인마을’에는 라디오방송국(고려인FM)과 신문을 제작하는 미디어센터, 광주진료소, 청소년문화센터 등을 집중 지원하며 공동체의 자립과 문화 보존을 돕는다. 또한 다문화가정 자녀의 심리·정서 안정을 위한 놀이치료실을 조성하고, 중도입국 자녀를 위한 1대 1 멘토링을 운영하는 등 미래 세대에 대한 투자도 아끼지 않고 있다.

■ ‘체계적 정책 모델’ 경북

‘K-드림 책임제’ 유입~정주 전 과정 설계

농업 인력 뱅크제로 안정적 일자리 연계

창업 원스톱 지원…주거·보육 안정책도

◇이민정책 선진도시 경북도, ‘K-드림 책임제’로 유입부터 정주까지 설계

경북도는 ‘K-드림 외국인 책임제’라는 종합 마스터플랜을 통해, 유입-유학-취·창업-정착-개방으로 이어지는 전 주기적 이민 정책 모델을 가장 체계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지자체 주도로 비자 요건을 설계하는 ‘광역비자(R비자)’ 제도 도입을 정부에 건의하고, 베트남 등 해외 현지에 ‘경북 인재 유치센터’를 설립해 지역 산업에 필요한 인재를 직접 발굴하고 맞춤형 교육까지 실시해 입국시키는 파격적인 구상을 하고 있다.

정착 지원책은 더욱 구체적이다. 이민자 전용 ‘K-드림 워크넷(구인·구직 사이트)’과 심각한 농촌 인력난 해소를 위한 ‘농업 인력 뱅크제(통합인력관리 플랫폼)’를 구축해 안정적인 일자리를 연계한다. 외국인 창업을 지원하기 위한 ‘글로벌 비즈니스 부트캠프’를 운영해 창업 실무부터 법률, 비자 문제까지 원스톱으로 지원한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가족 단위 정착을 위한 전방위적 지원이다. ‘외국인 행복드림타운’을 조성해 기숙사 등 주거 공간을 제공하고, 전국 최초로 3~5세 외국인 자녀에게 어린이집 보육료를 지원한다.

국민건강보험 가입 전까지 발생하는 의료 공백을 메우기 위해 외국인 통원 진료비를 지원하는 정책도 추진한다. 나아가 개발도상국 인재를 양성해 경북으로 유치하고, 이들이 본국으로 돌아가 지역 전문가로 성장하도록 지원하는 ‘이민-개발 ODA 대전환’이라는 글로벌 비전까지 제시하며 이민 정책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

지난해 문을 연 광주시 광산구 ‘광주외국인주민지원센터’는 지역 거주 이주민들에게 9개 언어 통·번역 및 체류·노무·법률 상담 등을 지원하고 있다. <광주시 제공>
■ ‘상호문화도시’ 안산

‘외국인지원본부’ 독립 행정기구 운영

다문화마을특구, 출입국·고용 등 집약

지역 경제·문화다양성 증진 성공 사례

◇‘상호문화도시’ 안산…지원 넘어 일상적 공존으로

기초자치단체 중 국내 최다 외국인 주민(10만여명, 117개국)이 거주하는 경기도 안산시는 20년 넘게 축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단순 지원을 넘어 내·외국인이 동등한 주체로 교류하는 ‘상호문화주의’를 도시 정책의 핵심으로 삼고 있다. 2020년 대한민국 제1호 ‘상호문화도시’ 지정은 이러한 철학을 공인받은 결과다.

안산시의 정책은 ‘외국인주민지원본부’라는 독립된 행정기구를 중심으로 체계적으로 운영된다.

원곡동 ‘다문화마을특구’ 역시 안산시만의 특별한 외국인 정책이 돋보이는 사업이다.

다문화마을특구는 연간 300만 명이 찾는 관광 명소이자, 출입국·고용 서비스를 한곳에서 보는 ‘다문화이주민플러스센터’, 다국어 도서 1만 2000여 권을 갖춘 ‘다문화작은도서관’, ‘미디어센터’ 등이 집약된 생활의 중심지다. 특히 특구 내 음식점이 본국의 요리사를 쉽게 초청할 수 있도록 ‘외국인 조리사 고용추천서’를 발급해주는 제도는 지역 경제 활성화와 문화다양성 증진을 동시에 이룬 성공 사례로 꼽힌다.

안산시 모델의 핵심은 ‘참여와 권한 부여’에 있다. 다양한 국적의 주민들로 구성된 ‘외국인주민 협의회’와 ‘모니터단’을 운영해 정책 수립과 평가 과정에 당사자의 목소리를 직접 반영한다.

또한 매년 ‘다문화시민대상’을 시상해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한 외국인 주민의 공로를 인정하고 자긍심을 높인다. 이는 외국인 주민을 시혜적 지원의 대상이 아닌, 도시 발전을 함께 이끌어가는 동등한 파트너로 존중하는 안산의 성숙한 정책 방향을 명확히 보여준다.

/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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