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 경계, 꿈, 권준희 지음, 고미연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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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을 수 있는 사람은 모두 다 한국에 갔다.” 연변 조선족 사회에서 한국은 ‘기회의 땅’이었다. 1990년대부터 많은 조선족이 한국으로 향했다. ‘고국’이라 불리는 땅에서 돈을 벌고, 연변으로 돌아와 아파트를 사고 자녀 교육에 투자하며 더 나은 삶을 꿈꿨다. 하지만 이 바람은 단순한 공간의 이동을 넘어 고향과 타향을 오가는 독특한 삶의 리듬을 만들어냈다.
‘이주, 경계, 꿈’은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 권준희 교수가 12년에 걸쳐 연변과 서울을 오가며 조선족 이주자들과 함께 보낸 현장 기록이다. 한국의 신자유주의적 민주화와 중국의 급속한 사유화가 교차하는 연변이라는 지정학적 공간을 배경으로, 이주민들의 몸과 감정, 일상에 스며든 변화의 궤적을 섬세하게 그린다.
총 3부로 구성된 책은 조선족의 코리안 드림이 어떻게 형성되고 쇠락했는지를 따라가며, 그 이후에 남겨진 삶의 형상들을 보여준다. 한국에서의 1년, 연변에서의 3년, 다시 한국에서의 2년으로 이어지는 ‘1-3-2 리듬’이 특히 흥미롭다. H-2비자 체제 아래 형성된 이 시간 구조 속에서 조선족은 ‘일터이자 타국인 한국’과 ‘고향이자 소비지인 연변’을 오가며 독자적인 생활 양식을 만들어냈다.
책의 가장 큰 특징은 현장 중심의 문화인류학적 접근이다. 저자는 조선족 등산 모임에 함께하고, 송금이 끊긴 남편의 사정을 듣고, 직업소개소에서 터져 나오는 여성들의 불만을 포착한다. 이를 통해 조선족 이주가 단순한 물리적 이동이 아니라, 젠더와 계급, 민족, 자본주의와 사회주의가 교차하는 복잡한 구조 속에서 끊임없이 조정되는 실천임을 드러낸다. <생각의힘·2만2000원>
/장혜원 기자 hey1@kwangju.co.kr
총 3부로 구성된 책은 조선족의 코리안 드림이 어떻게 형성되고 쇠락했는지를 따라가며, 그 이후에 남겨진 삶의 형상들을 보여준다. 한국에서의 1년, 연변에서의 3년, 다시 한국에서의 2년으로 이어지는 ‘1-3-2 리듬’이 특히 흥미롭다. H-2비자 체제 아래 형성된 이 시간 구조 속에서 조선족은 ‘일터이자 타국인 한국’과 ‘고향이자 소비지인 연변’을 오가며 독자적인 생활 양식을 만들어냈다.
/장혜원 기자 hey1@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