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과 전공의의 자리 찾기에 대한 단상 - 심상돈 동아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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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과 전공의의 자리 찾기에 대한 단상 - 심상돈 동아병원 원장
2025년 08월 13일(수) 00:20
2000명 의과대학 증원이라는 국가폭력에 의해 학생들과 전공의들이 학교와 병원 밖으로 내 몰린지 1년 그리고 반이 지났다. 내란과 폭동의 계엄. 그 중심 무리들을 몰아내고 새 정부를 선출하였다. 부서진 민주주의를 다시 일으켜 세우고 무너진 일상도 회복하고 있지만 내란과 탄핵의 국가적 수치심과 망가진 국가는 아직 국민들의 몫으로 남겨져 있다.

지난 정부는 전공의 사직을 파업으로 규정하고 행정명령으로 의료현장 복귀를 압박하였다. 보건의료노조의 파업 당시 응급, 중증의료분야는 제외하였다는 명분과 다른 직역 파업의 불법적인 측면을 인용하여 불법적 사직이라는 굴레를 씌우고 협박하였다.

전공의 사직을 다른 시각으로 판단하고 불법화 하였고 그 내부를 분열시켜 조각조각 찢어 놓았다. 전공의들은 물론 학생들까지도 자신들의 공동체 뿐만 아니라 병원과 학교 그 어느 곳에도 함께하지 못했다. 주체성까지도 흔들리고 쪼개져 스스로 자리잡지 못하였다. 학교를 자퇴하고 전공의 수련을 영원히 포기하는 등 의료라는 사회적인 큰 틀을 회피하고 거부하는 상황까지도 발생하였다.

교육부의 학생 복귀 정책과 수련병원들의 하반기 전공의 모집으로 학생, 전공의의 복귀가 시작되었다. 학생과 전공의 대표는 대표자 회의와 환자단체연합회에서 ‘길어진 의정 갈등으로 인해 불편을 겪고 불안하셨을 국민 여러분’께 사과 하였다.

정작 책임지고 사과해야 할 사람들은 내버려둔 채 학생, 전공의들에게 더 이상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강요하는 것은 사회구성원에 대한 관용과 제도적 자제에 대한 철학적 빈곤을 사회적 약속과 질서로 포장한 협박일 뿐이다. 학생, 전공의 모두 보호받아야 할 국민이다.

학생들의 학업과 전공의들의 수련을 다시 시작하는 것은 단순히 과거의 ‘원래 자리’로 다시 돌아가는 일이 아니다. 학생, 전공의의 복귀는 ‘새로운 자리찾기’이다. 이는 ‘학생 되기’ ‘전공의 되기’ 더 나아가 ‘의료인 되기’라 할 수 있고 지금까지 이름 지워졌던 과거의 정체성을 과감히 떨쳐내고 스스로를 새롭게 구성하려는 적극적 실천이다.

1년 반이라는 잃어버린 시간과 공간의 빈자리를 묵묵히 지켜왔던 교수님, 다른 직역들을 포함한 의료공동체와의 신뢰를 회복하고 빈자리의 아픈 기억이 잘 치유될 수 있게 최대한 보듬어야 한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먼저 복귀했던 우리들, 향후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올 우리들과의 관계도 잘 해결하기 위해 내부로부터의 고통을 감내하는 꾸준한 노력이 있어야 한다.

중단되었던 의학 교육과 전공의 수련 연속성을 회복해야 한다. 의학교육은 인문사회과학까지 아우르고 사회적 책무를 다하는 의료인을 위한 교육으로, 전공의 수련은 노동 공백을 메우는 소모의 구조에서 실질적 교육의 구조로의 한단계 발전을 이끌어야 한다.

의료 이용이 줄어든 대학병원과 상급종합병원의 응급, 중증, 필수의료의 현 상태와 동네 의원과 2차 병원을 먼저 이용하는 의료행태가 OECD국가들의 보편적 의료구조이다. 의료전달체계를 비롯한 전반적 의료시스템 재구성의 기회로 삼고 사회공동체와 함께 노력해야 한다. 또한 국가의 안전 체계를 망가뜨린 모든 책임을 국가에게만 떠 넘기지 말고 의료계 내부의 과오에 대한 자기성찰도 해야 한다.

국가폭력의 피해자는 국가의 건강과 안전이며 학생과 전공의의 자리 찾기는 국가폭력으로부터 회복하는 발걸음이다. 혼자서 묵묵히 헤쳐 나가는 고난의 발걸음이 아닌 공동체 구성원과 일상에서 공유하는 책임 있는 발걸음이 되기를 응원한다. 일상은 그냥 흘러 지나가는 모습으로 다가오지만 어제와 오늘의 피와 땀, 약속과 희생을 시간으로 잘 엮어놓은 새로운 내일이다. 다시 무너지지 않고 잘 흘러갈 수 있게 지혜를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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