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가 앗아간 고령자 쉼터 하루빨리 복구를 - 심명섭 국학자료원 상임위원, 행정학박사
  전체메뉴
폭우가 앗아간 고령자 쉼터 하루빨리 복구를 - 심명섭 국학자료원 상임위원, 행정학박사
2025년 07월 30일(수) 00:00
얼마 전 우리나라 전역을 덮친 기록적인 폭우는 단지 물리적인 피해만을 남기지 않았다. 침수된 도로, 무너진 주택, 붕괴된 교량 등 가시적인 피해뿐 아니라, 시민들의 일상과 공동체, 심지어는 삶의 리듬마저도 무너뜨렸다. 광주광역시 광산구에 위치한 서봉 파크골프장도 이 재난의 여파를 고스란히 떠안은 대표적인 사례다.

서봉 파크골프장은 광주광역시 고령자들의 대표적인 여가 공간이다. 하루 평균 400명에서 500명에 달하는 이용객 중 대부분이 60세 이상 노년층이다. 운동을 통해 건강을 유지하고, 서로의 안부를 나누며 정서적 교감을 쌓는 장소로, 고령자들에게 이곳은 단순한 스포츠 공간을 넘어 삶의 일부분이자, 공동체의 중심이었다.

그러나 지난 폭우는 이 일상의 기반을 단숨에 무너뜨렸다. 골프장 전역이 물에 잠기고, 축대가 무너지고 잔디는 뿌리째 쓸려 나갔으며, 벙커와 티박스 등 주요 시설물은 심각하게 파손됐다. 그라운드는 진흙탕이 되었고, 곳곳에 흉물처럼 드러난 시설물은 복구의 난이도를 짐작케 한다. 심한 생채기를 입은 이곳은 현재까지 운영이 전면 중단된 상태다. 갑작스러운 단절에 이용자들은 큰 충격에 빠졌고, 몇몇은 “갈 곳을 잃은 기분”이라며 상실감을 호소하고 있다.

그럼에도 클럽회원들과 이용자들은 주저앉지 않았다. 담당구역의 흙과 잔해를 치우며 자발적인 복구에 나섰다. 시설을 살려보겠다는 의지로 새벽부터 땀 흘리는 회원들의 모습은 감동적이다. 하루라도 빨리 일상을 되찾기 위해 땀을 흘렸다. 이는 단지 운동장을 복원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일상을 지키기 위한 공동체의 자구책이자 삶에 대한 집념이었다. 그러나 이들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명확하고 골프장은 여전히 휴장중이며, 개장 시점조차 불투명하다.

하지만 무너진 제방둑 쌓기, 잔디 복원, 배수로 정비, 구조물 교체 등 본격적인 복구를 위해서는 전문 인력과 예산, 행정적 뒷받침이 필수적이다. 광산구청은 행정안전부 합동조사단과 함께 피해 현황을 조사하고 복구 계획을 수립 중이라 밝혔지만, 실제 공사 착수 시점은 아직 불투명하며, 8월중으로 응급복구를 완료하고 9월초 개장을 목표로 계획을 세웠지만 재개장 일정 또한 명확히 제시되지 않았다.

문제는 단순한 체육시설의 훼손으로 그치지 않는다. 서봉 파크골프장이 담당해온 기능은 운동 이상의 것이었다. 고령자들에게 이 공간은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고, 건강을 점검하며, 정서적 안정을 유지하는 생활 밀착형 사회 인프라였다. 이러한 공간이 장기간 방치된다면, 고령층의 신체적 건강 악화는 물론 사회적 고립, 우울증 증가 등 연쇄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여기서 우리는 한 가지 중요한 질문을 던져야 한다. “자연재해 대응에 있어, 고령층의 일상 공간은 얼마만큼의 우선순위를 갖고 있는가?” 지금까지의 재난복구 정책은 도로, 교량, 하수도 등 눈에 보이는 물리적 인프라에 집중되어 왔다. 그러나 이번 서봉 파크골프장 사례는 생활 인프라, 특히 고령자 커뮤니티 공간의 복구도 재난관리 대상에 포함되어야 함을 강하게 시사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와 지자체는 기존의 재난 대응 체계를 점검하고, 필요 시 재해특별법과 재난관리법의 적용 범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고령자가 주로 이용하는 시설 역시 사각지대에 놓이지 않도록, 복구 절차와 기준을 제도적으로 명문화하고 체계화해야 한다.

복구는 단순히 파손된 시설을 원상복구 하는 것을 넘어선다. 그것은 곧 시민들의 삶의 리듬을 회복하는 일이며, 공동체의 안정감을 되찾는 작업이다. 그 대상이 아무리 작고 지엽적이라 해도, 그것이 수백 명의 삶과 직결된 공간이라면 결코 우선순위에서 밀려서는 안 된다.

서봉 파크골프장이 하루빨리 고령자들의 웃음소리와 활기로 가득한 일상으로 돌아가기를 바란다. 그리고 이곳의 복구가 단순한 시설 복원이 아닌, 사람과 공동체를 회복하는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핫이슈

  • Copyright 2009.
  • 제호 : 광주일보
  • 등록번호 : 광주 가-00001 | 등록일자 : 1989년 11월 29일 | 발행·편집·인쇄인 : 김여송
  • 주소 : 광주광역시 동구 금남로 224(금남로 3가 9-2)
  • TEL : 062)222-8111 (代) | 청소년보호책임자 : 채희종
  • 개인정보취급방침
  • 광주일보의 모든 컨텐츠를 무단복제 사용할 경우에는 저작권법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