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쇼 - 박진표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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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쇼 - 박진표 경제부장
2025년 06월 19일(목) 00:00
‘노쇼(No-show)’는 원래 항공업계에서 유래한 표현이다. 예약 후 정당한 사유 없이 나타나지 않는 승객을 지칭하던 말이, 이제는 외식업과 공연·서비스 업계 전반에서 통용되는 개념이 됐다. 노쇼는 시간과 자원을 투자한 업주 입장에서는 단순한 불편을 넘어 큰 손실이며 그 피해는 소상공인일수록 더욱 크다.

더 큰 문제는 이 ‘노쇼’가 최근 광주·전남 등지에서 신종 사기 수법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예약이라는 사회적 약속을 앞세워 업주의 신뢰를 얻은 뒤 대리구매를 유도하거나 거짓 명분으로 송금을 요청하고 연락을 끊는 수법이 확산하고 있다.

지난달 광주에선 대선 과정에서 당시 이재명 대통령 후보 측을 사칭한 노쇼 사기 사건에 이어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화재까지 사칭한 ‘노쇼 사기’가 발생했다.

광주경찰이 뒤늦게 ‘노쇼 특별경보’를 발령했지만 그 내용은 ‘주의하라’는 수준에 불과했다. 법적 구조 자체가 허술하기 때문이다.

현재 통신사기피해환급법은 ‘재화나 용역을 가장한 사기’를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는 탓에 노쇼 사기에 악용된 계좌조차 동결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피해자는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가해자는 법망을 교묘히 빠져나가는 구조다.

노쇼 사기는 단순한 개인 간 거래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신뢰를 악용한 기획범죄라는 점에서 입법과 제도 보완이 시급한 상황이다.

우선 노쇼 사기를 통신사기피해환급법의 적용 대상으로 포함하고 사칭·대리결제 유도 등 반복되는 수법에 대해서는 별도의 처벌 조항을 마련하는 게 급선무다.

견디다 못한 소상공인들도 목소리를 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지난 17일 논평을 통해 “노쇼 사기는 단순한 예약부도를 넘어선 파렴치한 범죄”라면서 “정부와 정치권은 법의 사각지대를 보완할 입법에 즉각 착수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예약은 사회적 약속이고 약속은 신뢰의 기반 위에 세워진다. 이 기본이 흔들리면 사회는 그만큼 취약해진다. 노쇼라는 단어가 더 이상 우스갯소리나 소상공인의 애환으로 남지 않도록 이제는 정부와 공권력이 나설 차례다.

/박진표 경제부장 lucky@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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