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은 폭락, 생필품은 폭등…농민도 시민도 ‘시름’
“생산비도 못건져” 해남·고흥·무안 농민들 12일 마늘 뿌리며 규탄 집회
계엄 이후 가공식품 74개 중 53개나 올라…물가 안정 대책 마련 시급
계엄 이후 가공식품 74개 중 53개나 올라…물가 안정 대책 마련 시급
![]() 해남군 북평면의 한 마늘밭에서 자란 마늘이 이상기후로 제대로 크지 못한 채 수확됐다. |
농산물 값은 폭락하고 생필품값은 폭등하면서 농민과 시민 모두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농민들, 폭락한 농산물에 한숨=10일 찾은 해남군 북평면 마늘 농가에서 마늘을 크기별로 선별하던 농민들은 한숨을 푹푹 쉬었다. 최근 마늘값이 폭락하면서 기껏 수확해도 남는 게 없어서다.
마늘은 통상 9월 씨앗을 뿌리는 파종부터 이듬해 5월 말~6월 초 수확까지 10개월 간 손이 많이 가는 탓에 고령층이 농사짓기 힘든 작물로 꼽힌다.
해남의 경우 전남에서 남도종마늘 24%를 생산하는 주생산지다. 고흥(534.4㏊) 다음으로 재배면적(486.5㎈)이 많다.
남도 마늘은 알싸한 맛과 쉽게 무르지 않아 저장성이 강해 예로부터 김장김치를 담그는 데 많이 쓰인 종으로 인기가 높았다.
하지만 2023년에는 폭우로, 2024년에도 이상기후로 가격이 ㎏당 수매가격이 3500원으로 떨어졌는데 올해도 계약재배 단가가 상품 기준 1kg당 3500원에 그치면서 생산비도 건지지 못하게 됐다는 것이다.
통계청 농축산물생산비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마늘의 생산비는 1㎏당 3445원이다. 전년(3187원)에 비해 258원 오른 수준이다. 그나마 실질적 체감 생산비는 훨씬 더 올랐다는 게 농민들 목소리다.
고된 노동력을 필요로 하는 대표적 작물인데도, 수매가격이 생산비에도 못 미치는데 어떻게 농사를 계속 짓겠냐는 게 농민들 하소연이다.
박막례(여·77)씨는 “올해 초까지만 해도 싱싱해서 기대했는데, 4~6월 쌀쌀한 기온이 이어지며 마늘 생장이 멈춰버렸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20년 넘게 마늘 농사를 지어온 허용식 해남군마늘생산협회장도 “제주지역 마늘 수매가가 1㎏당 4300원인데, 우리 지역은 ㎏당 3500원에 수매가 되고 있어 인건비도 맞추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당 4000원 수준은 돼야 현상 유지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마늘값 폭락으로 남도 마늘을 재배하는 고흥·해남, 신안(373.4㏊)·무안(196.3㏊) 지역 농민들의 피해가 큰 상황이다.
(사)전국마늘생산자협회는 이같은 농민들 입장을 감안, 오는 12일 무안(단위)농협과 농협 전남본부 앞에서 집회를 열고 ‘생산비도 못미치는 수매가 결정’을 규탄할 계획이다. 기껏 재배한 마늘을 뿌리는 퍼포먼스도 진행하고 전남도, 농협 전남본부와의 대책 마련 면담도 연다.
마늘 뿐 아니라 양파, 배추 등 농작물도 비슷한 형편이다.
10일 기준 양파(상품·15㎏) 도매가는 1만 274원으로 전년 동기(1만 8616원) 대비 44.81% 급락했다. 1㎏ 소매가도 2393원에서 1882원으로 21.35% 떨어졌다.
배추는 1포기 소매가는 전년 대비 3663원에서 3283원으로 10.37% 떨어졌다. 당근(1㎏)은 전년 대비 5539원에서 3934원으로 28.81% 하락했다.
강선희 전국양파생산자협회 정책위원장은 “농사비용은 더 들어가고, 양파 생산량은 줄었고, 가격은 떨어졌지만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 소비 촉진 등 빠른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시민들, 급등한 가공식품에 한숨=생산비에도 못 미칠 정도로 폭락한 농산물과 달리, 가공식품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이날 광주시 북구 오치동의 한 마트에서 만난 조희연(여·46)씨는 “장보기가 무섭다”고 하소연했다. 초·중·고등학생 삼남매를 키우는데 라면, 과자, 아이스크림, 냉동식품 등 가공식품의 가격이 크게 올라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다는 것이다.
조씨는 “아이들 간식거리 몇 개 산 것 밖에 없는데 10만원은 훌쩍 넘는다”며 “아이들이 한참 성장기라 치킨도 3마리 이상은 시키는데, 가격은 이미 예전보다 너무 올랐다. 물가가 올라서 배달시켜먹기도 외식하기에도 부담스러워서 생활비 걱정이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12·3 비상계엄 이후 지난달 기준 가공식품 74개 품목 중 53개 품목의 소비자물가지수가 일제히 올랐다. 전 정부가 물가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다.
지난달 광주·전남 가공식품 물가지수는 광주 122.21, 전남은 123.78로 지난해 같은 달 대비 3.2%, 전남 3.7% 상승했다. 광주는 오징어채 65.8%, 초콜릿 19.6%, 고추장 17.6%, 비스킷 17.1% 올랐고 전남은 시리얼 24.3%, 김치 17.2%, 초콜릿 15.3% 올랐다.
광주는 지난 달 주류담배 물가 전년보다 0.8% 증가했고, 품목별로 맥주(5.8%), 과실주(3.0%), 소주(0.3%) 등이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전남 주류담배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0.2% 올랐고, 품목별로는 맥주와 소주가 각각 1.8%, 0.9%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이 때문에 전 정부가 방치했던 농산물가격과 물가 관리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글·사진=양재희 기자 heestory@kwangju.co.kr
◇농민들, 폭락한 농산물에 한숨=10일 찾은 해남군 북평면 마늘 농가에서 마늘을 크기별로 선별하던 농민들은 한숨을 푹푹 쉬었다. 최근 마늘값이 폭락하면서 기껏 수확해도 남는 게 없어서다.
마늘은 통상 9월 씨앗을 뿌리는 파종부터 이듬해 5월 말~6월 초 수확까지 10개월 간 손이 많이 가는 탓에 고령층이 농사짓기 힘든 작물로 꼽힌다.
남도 마늘은 알싸한 맛과 쉽게 무르지 않아 저장성이 강해 예로부터 김장김치를 담그는 데 많이 쓰인 종으로 인기가 높았다.
하지만 2023년에는 폭우로, 2024년에도 이상기후로 가격이 ㎏당 수매가격이 3500원으로 떨어졌는데 올해도 계약재배 단가가 상품 기준 1kg당 3500원에 그치면서 생산비도 건지지 못하게 됐다는 것이다.
고된 노동력을 필요로 하는 대표적 작물인데도, 수매가격이 생산비에도 못 미치는데 어떻게 농사를 계속 짓겠냐는 게 농민들 하소연이다.
박막례(여·77)씨는 “올해 초까지만 해도 싱싱해서 기대했는데, 4~6월 쌀쌀한 기온이 이어지며 마늘 생장이 멈춰버렸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 10일 해남군 북평면의 한 마늘밭에서 농민들이 마늘 수확을 하고 있다. |
마늘값 폭락으로 남도 마늘을 재배하는 고흥·해남, 신안(373.4㏊)·무안(196.3㏊) 지역 농민들의 피해가 큰 상황이다.
(사)전국마늘생산자협회는 이같은 농민들 입장을 감안, 오는 12일 무안(단위)농협과 농협 전남본부 앞에서 집회를 열고 ‘생산비도 못미치는 수매가 결정’을 규탄할 계획이다. 기껏 재배한 마늘을 뿌리는 퍼포먼스도 진행하고 전남도, 농협 전남본부와의 대책 마련 면담도 연다.
마늘 뿐 아니라 양파, 배추 등 농작물도 비슷한 형편이다.
10일 기준 양파(상품·15㎏) 도매가는 1만 274원으로 전년 동기(1만 8616원) 대비 44.81% 급락했다. 1㎏ 소매가도 2393원에서 1882원으로 21.35% 떨어졌다.
배추는 1포기 소매가는 전년 대비 3663원에서 3283원으로 10.37% 떨어졌다. 당근(1㎏)은 전년 대비 5539원에서 3934원으로 28.81% 하락했다.
강선희 전국양파생산자협회 정책위원장은 “농사비용은 더 들어가고, 양파 생산량은 줄었고, 가격은 떨어졌지만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 소비 촉진 등 빠른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시민들, 급등한 가공식품에 한숨=생산비에도 못 미칠 정도로 폭락한 농산물과 달리, 가공식품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이날 광주시 북구 오치동의 한 마트에서 만난 조희연(여·46)씨는 “장보기가 무섭다”고 하소연했다. 초·중·고등학생 삼남매를 키우는데 라면, 과자, 아이스크림, 냉동식품 등 가공식품의 가격이 크게 올라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다는 것이다.
조씨는 “아이들 간식거리 몇 개 산 것 밖에 없는데 10만원은 훌쩍 넘는다”며 “아이들이 한참 성장기라 치킨도 3마리 이상은 시키는데, 가격은 이미 예전보다 너무 올랐다. 물가가 올라서 배달시켜먹기도 외식하기에도 부담스러워서 생활비 걱정이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12·3 비상계엄 이후 지난달 기준 가공식품 74개 품목 중 53개 품목의 소비자물가지수가 일제히 올랐다. 전 정부가 물가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다.
지난달 광주·전남 가공식품 물가지수는 광주 122.21, 전남은 123.78로 지난해 같은 달 대비 3.2%, 전남 3.7% 상승했다. 광주는 오징어채 65.8%, 초콜릿 19.6%, 고추장 17.6%, 비스킷 17.1% 올랐고 전남은 시리얼 24.3%, 김치 17.2%, 초콜릿 15.3% 올랐다.
광주는 지난 달 주류담배 물가 전년보다 0.8% 증가했고, 품목별로 맥주(5.8%), 과실주(3.0%), 소주(0.3%) 등이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전남 주류담배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0.2% 올랐고, 품목별로는 맥주와 소주가 각각 1.8%, 0.9%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이 때문에 전 정부가 방치했던 농산물가격과 물가 관리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글·사진=양재희 기자 heestory@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