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의 ‘힘’ - 김미은 여론매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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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의 ‘힘’ - 김미은 여론매체부장
2025년 05월 14일(수) 22:00
군 제대 후 봉제회사에서 1년간 일했던 가수 김민기는 유신독재가 한창이던 1978년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노래극 ‘공장의 불빛’ 음원을 카세트 테이프에 녹음한다. 서울대 노래패 ‘메아리’ 등이 참여한 가운데 송창식의 개인 스튜디오에서 담요로 창문을 가린 채 녹음한 테이프는 전국으로 퍼져 나간다.

2004년 ‘공장의 불빛’ 음반은 다시 한번 제작됐고 가수 이적·전인권과 영화 ‘기생충’ 등의 음악을 맡았던 정재일이 참여하며 역사를 이어간다.

광주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공명-기억과 연결된 현재’는 노래로 기억하는 현대사의 현장이다. “이 세상 어딘가에 있을까 있을까/ 분홍빛 고운 꿈나라 행복만 가득한 나라…”. ‘공장의 불빛’에 수록된 ‘이 세상에 어딘가에’가 잔잔히 흐르는 전시장에 들어서면 역사의 한 순간으로 진입하는 기분이 든다.

광장에서 불렸던 노래들은 큐알 코드와 영상으로 직접 들을 수 있다. ‘겨레의 노래 1’ 음반에 참여해 송창식이 불렀던 ‘이 세상 어딘가에’를 들으며 전율하고, 1987년 ‘노래를 찾는 사람들’의 정기공연에서 ‘이 산하에’를 부르는 가수 김광석의 모습을 보며 뜨거움을 느낀다. ‘꽃잎처럼 금남로에’로 시작되는 ‘오월의 노래 2’는 미셸 폴라레프의 샹송 ‘누가 내 할머니를 죽였나’가 원곡으로 알려져 있다. 이루마가 이 노래를 모티브로 만든 ‘When the Love Falls’는 드라마 ‘겨울연가’에 흐르며 인기를 모았다.

흥미로운 작품은 성기완의 ‘HLKG518 여기는 라디오 광주’다. 작가는 1980년과 2025년을 연결하는 가상의 라디오 방송국을 만들었고 관람자는 공간과 시간을 초월해 직접 사연을 띄울 수 있다. 작가가 1970~ 80년대 사용했던 낡은 책상에 앉아 소형 라디오에서 들려오는 ‘오월 이야기’를 듣자면 역사의 현장에 있는 느낌이 든다.

라디오 사연 중 “45년 뒤 우리는 비슷한 일을 겪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광주가 홀로 외롭지 않았습니다”라는 글이 기억에 남는다. 광장에서 함께 노래하며 역사를 만들어간 이들은 이제, 새로운 대통령을 뽑는 선거를 앞두고 또 다시 연대의 노래를 부르며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김미은 여론매체부장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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