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상규명 지지부진…‘5·18 왜곡’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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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상규명 지지부진…‘5·18 왜곡’ 부른다
민간조사 ‘총대’ 멘 5·18재단
1년째 조사기구 설립 못하고
조사위 기록물 접근도 어려워
진실 왜곡·조장 빌미만 제공
민·관·학 동참 후속 조사해야
5·18 45주년 광주에서 세계로 <3> 민간 차원 규명 시급
2025년 05월 06일(화) 20:20
연휴 마지막 날인 6일 광주시 북구 운정동 5·18민주묘지가 오월영령을 추모하려는 참배객들로 붐비고 있다. 할아버지 묘소를 찾은 손자가 묘비를 끌어안고 있다. /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진상조사위)가 조사 활동을 마치고 1년 넘는 시간이 지났지만, 진상규명의 과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5·18기념재단(재단)이 진상조사위에게 바통을 이어받아 진상 규명을 마무리하겠다며 민간조사를 통한 후속 조사 의지를 표명한 지도 1년여가 지났지만 조사는 커녕, 민간조사기구 설립마저 지지부진하다.

진상조사위가 조사 활동을 마치면서 국가에 권고한 사항도 언제, 어떻게, 반영될 지 조차 미지수다. 현재를 구한 과거를 제대로 알리기 위한 조치가 시급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진상조사위는 지난해 6월 종합보고서 작성까지 모든 활동을 마치면서 직권조사 과제 17건 중 핵심 의혹 6건에 대해 조사 미진으로 ‘진상규명 불능’ 결론을 내놨다.

군의 발포경위와 발포명령자를 밝혀내지 못했으며 암매장 여부, 행방불명자의 유해 행방 등도 발굴하지 못했다. “사격 개연성이 충분하다”는 모호한 결론이 나온 ‘헬기 사격’ 여부, 군 기록의 조직적 왜곡 여부, 일부 성폭력 피해자들에 대한 피해 사실 확인 등도 과제로 남았다.

진상조사위는 이에 대한 후속 조사가 필요하다는 차원에서 종합보고서 ‘국가에 대한 권고사항’을 통해 후속 연구 및 교육을 전담하는 ‘5·18연구재단(가칭)’을 설립하고 지원할 것, ‘행방불명된 희생자들의 소재와 신원 확인 및 암매장 의혹 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기구를 설치해 항구적이고 지속적인 조사를 실시할 것’ 등을 권고했다.

특히 민간 차원의 조사가 강력한 후속 조사 대안으로 제시됐다. 진상조사위 활동 도중 조사위원들 간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진상 규명 여부가 갈린 사례가 많았다는 점, 암매장 사건의 경우 진상조사위가 암매장 사실 및 시신 발굴 사실을 확인하고도 행불자와 유전자가 일치하지 않았다며 ‘진상 규명 불능’ 결정을 내렸다는 점 등 독립성, 유연성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하지만 정작 민간 조사 계획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민간 조사 ‘총대’를 메겠다고 나선 재단이 지난 1년 동안 별다른 조사 방안을 세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재단은 지난해부터 ‘5·18조사위 활동 및 국가보고서 분석위원회(분석위원회)’를 꾸리고 지난해 10월 진상조사위 활동을 점검한 결과를 내놨으며, 이달 말까지 ‘기록화 사업’을 통해 진상조사위에서 활동했던 조사관에 대한 기록을 남긴다는 계획을 세우는 데 그쳤다.

일각에서는 재단의 민간 조사에만 의지할 것이 아니라 민, 관, 학이 동시에 후속 조사에 참여할 수 있는 장이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민간 단체가 국가 차원의 조사에서도 밝혀내지 못한 진상을 규명하는 데는 한계가 있는 만큼, 특정 민간 단체에 한정되지 않고 다양한 분야의 5·18 전문가들이 동참해 후속 연구를 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희송 전남대 5·18연구소 교수는 “민간조사위 자체의 실효성에 대해서도 의문이 들지만, 만일 민간조사위가 꾸려진다 하더라도 특정 기관이 기록물을 독점하면서 진행할 일이 아니다”며 “지역사회 전체가 논의에 동참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서 후속 조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진상조사위가 수집한 조사 기록물들이 모두 ‘비공개’ 상태라 후속 조사를 시작할 여건이 마련되고 있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진상조사위 기록물을 5·18기록관과 재단 등으로 이관하라는 요구에 관련법 개정안까지 발의됐지만 끝내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기 때문<광주일보 2024년 9월 26일자 1·6면>이다.

재단 관계자는 “진상조사위가 4년간 수집한 서류 284만여쪽과 4.5TB 분량의 기록물이 대통령 기록관에 수장돼 있어 자료를 못 구하고 있다”며 “관련법 개정을 재추진해 기록물을 확인할 수 있어야 조사가 미진했던 점을 명확히 파악하고 후속조사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류빈 기자 rub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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