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펜칼럼] 대통령, 미래지향적 리더십 가져야 - 한국환 경영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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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펜칼럼] 대통령, 미래지향적 리더십 가져야 - 한국환 경영학 박사
2023년 12월 05일(화) 22:00
지난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후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은 늘 무조건 옳다. 어떠한 비판에도 변명해서는 안된다. 이념 논쟁을 멈추고 오직 민생에만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는 정책의 방향을 ‘국민의 뜻’과 ‘민생‘에 방점을 두려는 의도로 보인다.

우리는 여론을 각종 언론매체를 통해 쉽게 접할 수 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그동안 지지율에 신경 쓰지 않는다고 했으나 10월 보선 후 “국민은 늘 무조건 옳다”며 ‘여론’의 중요성을 깨닫고 있다. 이는 지금까지 ‘국민의 뜻’을 제대로 살피지 않고 ‘자기 방식(My way)’으로 국정을 운영했음을 방증하고 있다.

조선시대 임금들도 국가 정책에 반대하는 신하들의 말을 경청했으며 상소 등을 통해서도 국민들의 뜻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현 정부는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쓴소리’를 정규방송 뉴스까지도 기준이나 팩트(fact)가 명확하지 않은 소위 ‘가짜뉴스’로 폄훼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뿐만 아니라 대통령 취임 후 국정 운영 시스템이 갖춰져 역대 대통령들이 74년 동안 사용했던 청와대를 놔두고 국민과의 소통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수백억 원의 혈세를 들여 집무실을 용산으로 이전해 많은 국민들의 원성을 샀다.

사실 집무실 이전으로 국민과의 소통 여부 정도는 국정 지지율에 달려 있다. 현 정부는 인적자원의 한계(서울대·60대·남성·검사 중심)와 근무시간(주 최대 69시간) 문제, 여성가족부 존폐, 비정상적인 R&D 예산 삭감, 또한 한미일 중심의 편중 외교와 2030 부산엑스포 유치 실패로 드러난 외교와 정보 역량 부재 등 여러 정책 혼선으로 국정 신뢰도가 깨졌다. 게다가 과반수가 넘는 야당을 협조와 대화의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고 국회의 법안마저 거부권을 계속 행사(3회)하여 정치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국민이 나라를 걱정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런 일련의 일들로 대통령 지지율은 긍정보다 부정 평가가 훨씬 높다. 지난 1년 7개월 동안 지지율은 30%대 박스권인데 지난 보선 패배를 통해 국민 여론을 진심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결국 윤 정부는 그동안 너무 비싼 수업료(집무실 이전 비용·낮은 지지율·정책 혼선 등)를 지불하고 학습한 셈이다.

연말엔 경기도 ‘김포의 서울 편입’ 문제가 큰 이슈다. 인구의 약 51%가 수도권에 몰려있어 OECD 26개국 중 수도권 쏠림이 최고 수준인 상황에서 ‘서울 확장정책(메가시티)’은 곧 지방소멸을 가속시킬 수 있다. 더욱이 2000년대 들어 수도권은 의료, 교육, 일자리, 자본 등을 거의 빨아들이는 블랙홀 현상이 고조되고 있는데 거기에 인구가 더 밀집되면 출산율 감소(한국은행 자료)로 이어지며 결국 지방은 없고 ‘서울민국’만 남게 될 것이다. 더군다나 경기도민 66%의 서울 근교 도시 편입 반대, 김포시민 62%가 편입 반대 여론(리얼미터 11월 12일)이다. 그렇다면 정부와 여당은 당장 내년 총선용 정책들을 남발할 것이 아니라 수도권과 지방이 상생할 수 있는 미래 지향적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 다음 선거를 걱정할 것이 아니라 미래 나라를 걱정해야 한다.

지난 9월 부산에서 열린 ‘지방시대 선포식’에서 대통령은 “지방에 여러 권한 이양을 과감하게 추진하겠다.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열겠다”고 했다. 그런데 여당발 메가시티 서울 발표는 당청 간 엇박자로 미숙한 행정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렇듯 이번 선거용 당리당략적 정책은 수도권과 지방 간 국민 갈등을 조장하며 지금까지 20년 넘게 주장해온 국토 균형발전과 지방분권의 방향을 흔들고 있다.

“리더는 대중의 눈으로 세상을 보지만 보스는 자신의 눈으로만 세상을 본다”고 하듯이 국가 통치자는 비서진 말보다 국민의 외침에 더 귀를 기울이며 공감하는 소통의 혁신을 이뤄야 한다. 지난해의 ‘도어 스테핑(약식 질의응답)’도 사실 국민의 소리를 듣는 자리였다. 기자들 질문은 사실 국민을 대신한 물음이다. 듣기 좋은 말도 거슬리는 말도 다 듣는 시간이다. 당시 한 기자의 귀에 거슬리는 질문 때문인지 그 이후 중단해 윤 대통령은 ‘불통의 벽’을 쌓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본인 스스로 “국민은 늘 무조건 옳다”고 했듯이 진정 국민의 소리를 듣고 싶다면 중단된 도어 스테핑이나 기자회견을 자주 열어 그 뜻을 살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성숙한 민주국가이며 국민의 뜻을 헤아린 미래 지향적 리더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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