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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이 광주를 자유케 하리라 - 이재웅 광주YMCA 관장
2023년 10월 24일(화) 07:00
성경 말씀 요한복음 8장 32절에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는 구절이 있다. 여기에서 말하는 진리는 예수 그리스도를 칭하며, 예수께서는 내가 곧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요한복음 14장 6절)고 선언하였다. 수많은 사람들이 일평생 진리를 찾아 무수한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며 맡은바 소명을 다해 살아가는데 내가 곧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라고 선언하는 대담함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종교의 영역을 떠나서도 우리는 세상을 살아가며 끊임없이 진리를 추구하고, 내가 지금 잘살고 있는 것일까, 어떻게 사는 것이 생명의 목적을 온전히 실현하며 사는 것일까라는 화두를 부여잡고 살아간다. 우리 모두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지구인으로 더 나아가 우주인으로 태어나 세상에 내 던져져 주어진 환경에 순응하기도 하고, 극복하기도 하며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갈등하고 화합하며 조금씩 더 나은 삶을 추구하기 위해 살아갈 것이다. 그러다 보니 인문학에서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다양한 답변 중에 ‘인간이란 관계의 총합’이라는 답이 가장 마음에 끌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는 우연과 필연이라는 그 어느 지점에서 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국가와 지역 중 그 어디에서 태어날 수도 있었으나 다행히도 대한민국에서 태어나 지금은 광주라는 지역에서 150만 공동체의 일원으로 광주시민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가고 있다. 대한민국이 아닌 타국에서 태어나 광주에서 살아가는 이주민까지도 포함하여 광주시민이라 이름한다. 태어난 곳과 태어난 해, 태어난 시간은 다르지만 광주라는 지역 공동체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 주어진 공통의 사명은 무엇일까.

우리는 흔히 정의, 평화, 인권의 도시로서 광주를 이야기하지만 조금만 주위를 둘러보면 가장 기본이 되는 생명으로서의 광주를 먼저 톺아볼 필요가 있다. 여기에서 생명이란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며 살아가는데 가장 기본이 되는 주거, 교육, 돌봄, 직업 등의 환경을 말한다. 생명 공동체로서 광주라는 울타리는 튼튼하고 건강할 것일까 아니면 외줄 타기를 하며, 언제 추락할지 알 수 없는 불안과 위기 속에 위태위태한 상황에 놓여 있는 것일까.

바로 이 지점에 생명 공동체로서 광주를 튼실하게 가꾸어 갈 수 있도록 바탕이 되는 광주YMCA를 비롯한 시민단체가 존재한다. 올해로 창립 103주년이 지나고 있는 광주YMCA는 광주 정신의 뿌리라 할 수 있는 나환자와 결핵환자의 아버지 오방 최흥종 목사를 비롯한 울안 김천배 선생, 은제 백영흠 목사, 독립운동가 하산 김철 선생 등 광주 정신을 온 삶으로 증명하며 살아간 수많은 이들에 의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들은 한 분 한 분 우리에게 귀감이 되는 성자와 같은 삶을 살았으며, 어떤 자리도 탐하지 않고 일본 제국주의 시대에는 조국의 독립을 위한 투쟁과 유아, 청소년, 청년, 여성들의 교육을 위해 헌신하였고, 조국 해방 후에는 고아와 걸인들과 함께 살며 그들의 생존과 인권을 위해 온 생을 바치셨다. 그랬기에 광주시민들도 온전히 이분들의 삶에 동참하며, 보리와 쌀, 그리고 과부의 동전 한 잎의 소중함을 알고 후원을 아끼지 않았었다.

지금 광주YMCA를 비롯한 시민단체는 광주시민들의 첫사랑을 잃어가고 있다. 세상이 복잡하게 변하고 기존에 시민단체에서 행했던 많은 일들이 복지와 행정의 영역으로 편입된 점도 있지만 그보다 먼저는 우리 스스로 시민들의 아픔에서 멀어진 점도 있을 것이다. 지금 우리 시대의 광주 시민단체에게 주어진 임무라면 시민들의 첫사랑을 회복하는 것이다. 물고기가 물을 떠나면 살 수 없는 것과 같이 시민단체는 시민들의 사랑을 떠나서는 단 하루도 생존할 수가 없다.

광주YMCA는 창립 당시 나환자, 결핵환자, 걸인 등과 함께 하였듯, 지금은 학교 밖 청소년, 가정 밖 청소년, 발달장애 청소년들의 건강한 삶을 위해 그들의 곁이 되고 그들과 동행하고 있다. 그렇지만 우리의 노력과 헌신이 선배들에 비하여 턱없이 부족함을 반성한다. 이 틈을 광주시민이 메꾸어 주기를 기대한다. 그랬을 때 성경 시대 예수의 모습으로 광주시민이 광주를 진정 자유케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