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립준비 청년들의 ‘아보하’를 위하여 - 마수진 광주청년센터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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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보하’라는 말이 있다. ‘아주 보통의 하루’라는 뜻으로 무탈하고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을 담고 있다. 누군가에게는 당연한 하루가, 누군가에게는 간절한 바람이 된다. 자립준비청년들에게 이 평범함은 여전히 먼 이야기다. 하루하루 생계를 고민하고 기본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서 ‘아주 보통의 하루’를 살아내는 것은 결코 평범한 일이 아니다.
자립준비청년은 아동양육시설, 그룹홈, 위탁가정 등 보호 체계에서 자란 후 18세가 되면 보호가 종료되어 스스로 살아가야 하는 청년을 말한다. ‘아동복지법’ 제38조에 따라 국가는 이들의 자립을 돕기 위해 자립정착금(평균 1000만원), 자립수당(월 50만원), 주거·생활이나 취업, 심리 상담 등 다양한 제도적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지원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여전히 열악하며 제도의 실효성과 한계에 대한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이들은 퇴소 이후 주거 계약부터 공과금 납부, 식비와 교통비 마련 등 일상의 모든 것을 혼자 감당해야 한다. 정서적 지지 없이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이들에게는 평범한 일상조차 벅찬 과제가 된다. 일부 청년은 당장의 생계를 위해 불안정한 일자리를 전전하거나 정부지원금을 가족에 의해 유용 당하기도 한다. 또래 일반 청년들이 가정에서 일정 부분 지원을 받으며 ‘비빌 언덕’을 갖는 것과 달리 자립준비청년들은 그런 안전망 없이 홀로서기를 시작해야 한다는 점에서 더욱 큰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2020년 ‘보호종료아동 자립실태 및 욕구조사’에 따르면 자립준비청년의 절반이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고 답했으며, 그 이유로 ‘빈곤으로 인한 생활의 어려움’이 가장 높은 비율(33.4%)을 차지했다. 이처럼 정책상 지원이 있음에도 경제적 어려움이 주요 이유로 꼽히는 것은 지원이 단기적이거나 정착 초기 중심에 머물러 있고, 청년들의 실제 생활비 지출 구조나 위기 상황을 고려한 지속 가능한 설계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들을 돕는 전담 인력은 얼마나 될까. 2023년 기준으로 약 1만 1400명의 청년을 161명이 담당하고 있다. 1인당 평균 71명 수준이다. 전남은 1명이 136명을 맡고, 강원은 94명에 달한다. 국회입법조사처 ‘지속가능한 자립:자립지원전담기관 운영실태와 개선과제’에 따르면 자립지원전담요원들은 과중한 업무를 떠안고 있으며 처우 또한 열악해 지속적인 사후관리와 정서적 지원이 어려운 구조라고 지적한다. 이처럼 과중한 인력 부담은 청년 개개인에게 필요한 정서적 지원은 물론 신뢰 관계 형성과 심리적 돌봄까지 충분히 이뤄지기 어려운 구조로 이어지고 있다.
지원 제도 접근성도 여전히 큰 과제다. 정부는 ‘자립정보온’이라는 자립준비청년 통합 플랫폼을 통해 지원사업 및 생활 정보를 안내하고 있지만 정보 탐색과 활용 능력에는 개인차가 있어 제도 간 연계가 미흡하거나 정보 접근에 어려움을 겪는 청년일수록 필요한 지원을 놓치기 쉽다. 실제로 생계유지를 위해 바쁜 일상을 보내는 청년들은 지원 정보를 확인할 여유가 없어 지원을 받지 못하는 반면, 받은 사람이 또 받는 식의 중복 지원 사례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제는 정책의 중심축을 ‘나이’가 아니라 ‘삶의 속도’로 전환해야 할 때다. 청년 개개인의 여건과 상황에 맞춘 맞춤형 지원이 필요하다. 최소한 29세까지는 주거·생계·진로·심리 등 전반에서 보호망 안에서 자립을 준비할 수 있어야 하며 정기적인 상담과 멘토링이 안정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제도적 유연성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인식의 전환이다. 자립준비청년들은 특별한 것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아주 보통의 하루’를 살아갈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과 일상을 바라고 있을 뿐이다. 이들이 성장 과정에서 충분히 누리지 못한 기회와 환경을 자립 시기에 온전히 경험할 수 있도록 사회는 이를 함께 보완해 나갈 책임이 있다. 청년 당사자의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되고 지역사회와 민간, 공공기관이 협력해 청년 곁에 오래 머물며 동행해야 한다.
여전히 ‘아보하’조차 누리지 못하는 청년들이 존재하는 이 사회에서 우리는 무엇을 바라보고 있는가. 자립준비청년들이 평범한 일상을 누릴 수 있도록 이제는 그들이 마주한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한 사람의 삶이 바로 설 수 있도록 우리 사회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진지하게 마주해야 할 때다.
이들은 퇴소 이후 주거 계약부터 공과금 납부, 식비와 교통비 마련 등 일상의 모든 것을 혼자 감당해야 한다. 정서적 지지 없이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이들에게는 평범한 일상조차 벅찬 과제가 된다. 일부 청년은 당장의 생계를 위해 불안정한 일자리를 전전하거나 정부지원금을 가족에 의해 유용 당하기도 한다. 또래 일반 청년들이 가정에서 일정 부분 지원을 받으며 ‘비빌 언덕’을 갖는 것과 달리 자립준비청년들은 그런 안전망 없이 홀로서기를 시작해야 한다는 점에서 더욱 큰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그렇다면 이들을 돕는 전담 인력은 얼마나 될까. 2023년 기준으로 약 1만 1400명의 청년을 161명이 담당하고 있다. 1인당 평균 71명 수준이다. 전남은 1명이 136명을 맡고, 강원은 94명에 달한다. 국회입법조사처 ‘지속가능한 자립:자립지원전담기관 운영실태와 개선과제’에 따르면 자립지원전담요원들은 과중한 업무를 떠안고 있으며 처우 또한 열악해 지속적인 사후관리와 정서적 지원이 어려운 구조라고 지적한다. 이처럼 과중한 인력 부담은 청년 개개인에게 필요한 정서적 지원은 물론 신뢰 관계 형성과 심리적 돌봄까지 충분히 이뤄지기 어려운 구조로 이어지고 있다.
지원 제도 접근성도 여전히 큰 과제다. 정부는 ‘자립정보온’이라는 자립준비청년 통합 플랫폼을 통해 지원사업 및 생활 정보를 안내하고 있지만 정보 탐색과 활용 능력에는 개인차가 있어 제도 간 연계가 미흡하거나 정보 접근에 어려움을 겪는 청년일수록 필요한 지원을 놓치기 쉽다. 실제로 생계유지를 위해 바쁜 일상을 보내는 청년들은 지원 정보를 확인할 여유가 없어 지원을 받지 못하는 반면, 받은 사람이 또 받는 식의 중복 지원 사례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제는 정책의 중심축을 ‘나이’가 아니라 ‘삶의 속도’로 전환해야 할 때다. 청년 개개인의 여건과 상황에 맞춘 맞춤형 지원이 필요하다. 최소한 29세까지는 주거·생계·진로·심리 등 전반에서 보호망 안에서 자립을 준비할 수 있어야 하며 정기적인 상담과 멘토링이 안정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제도적 유연성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인식의 전환이다. 자립준비청년들은 특별한 것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아주 보통의 하루’를 살아갈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과 일상을 바라고 있을 뿐이다. 이들이 성장 과정에서 충분히 누리지 못한 기회와 환경을 자립 시기에 온전히 경험할 수 있도록 사회는 이를 함께 보완해 나갈 책임이 있다. 청년 당사자의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되고 지역사회와 민간, 공공기관이 협력해 청년 곁에 오래 머물며 동행해야 한다.
여전히 ‘아보하’조차 누리지 못하는 청년들이 존재하는 이 사회에서 우리는 무엇을 바라보고 있는가. 자립준비청년들이 평범한 일상을 누릴 수 있도록 이제는 그들이 마주한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한 사람의 삶이 바로 설 수 있도록 우리 사회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진지하게 마주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