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틋한 추억 속 ‘동네 슈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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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틋한 추억 속 ‘동네 슈퍼’
여수 출신 황종권 시인, 에세이집 ‘방울 슈퍼 이야기’ 출간
2023년 07월 03일(월) 20:30
대형 마트가 들어서기 전에는 동네마다 작은 슈퍼들이 있었다. 그곳에선 주류나 담배, 과자, 일상용품을 팔았는데 어린아이들부터 청장년, 노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대 사람들이 드나들었다.

슈퍼는 단순히 물건만을 파는 곳이 아닌 동네 사람들의 사랑방 역할도 톡톡히 했다. 사소한 동네 소식들이 슈퍼를 중심으로 전해졌다.

지금은 사라진 동네 슈퍼를 모티브로 한 에세이집이 나왔다.

여수 출신 황종권 시인이 펴낸 ‘방울 슈퍼 이야기’(걷는사람)는 현재를 지탱하는 빛나고 애틋한 추억들을 소환한다.

시인은 국동에 있는 유일한 구멍가게인 방울 슈퍼에서 유년기를 보냈다. 무엇보다 작은 슈퍼집 아들이었던 시인은 당시 동네 꼬마들에게 선망의 대상이었다.

슈퍼집 아들로 유년기를 보낸 것은 글을 업으로 삼는 이에게는 ‘대단한’ 행운일 수도 있다. 슈퍼를 들락거리는 많은 이들의 이야기와 에피소드는 모두 글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인은 방울 슈퍼에 활기를 불어넣어 준 따뜻한 이웃들의 이야기를 담아내며 과자 하나에 울고 웃던 어린 시절을 소환한다.

“장마철이면 방이 운다고, 연탄을 때웠다. 습기를 잡겠다고 불을 놓는 것인데, 그 불은 우는 아이를 뚝 그치게 하는 맛이 있었다. 연탄불에 구워 먹는 쫀드기의 맛. 누군가에겐 맛난 달콤한 맛이겠지만, 나에게는 눈물을 닦아 주는 맛이었다.”

시인이 된 슈퍼집 아들은 삶은 작은 추락의 연속이며 살아간다는 것은 끝없는 바닥을 마주하는 일이라는 것을 안다. 다만 방울 슈퍼에 위기가 찾아올 때마다 마음을 보태 준 수호신 이웃들이 있는 것처럼 알게 모르게 희망의 좌표를 찍어준 벗들이 있었다. 또한 소소한 일상은 언제고 추억이 되어 생을 지탱해준다는 것도 알게 됐다.

시인은 “일이 녹록지 않고 그리운 자리가 욱신거릴 때 방울 슈퍼 이야기가 편지처럼 도착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책을 쓰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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