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사기 - 채희종 정치담당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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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사기 - 채희종 정치담당 편집국장
2023년 06월 02일(금) 00:00
고등학교 3학년 교사들이 가장 긴장하는 날이 있다. 당연히 수능 시험일인 11월 셋째 주 목요일이겠지만, 실은 12월 초 수능 성적이 발표되는 날이 더 긴장된다고 한다. 3년간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 학생들의 결실이 발표되는 중요한 날이기도 하지만 가끔 성적 결과가 나쁜 학생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가 더러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사고가 언론에 보도되면 같은 상황에 처한 학생들의 연쇄 자살까지 일어나는 탓이다. 더불어 학교 폭력으로 인해 극단적인 선택을 한 희생자가 발생했을 때도 유사한 현상이 일어난다. 먼저 사망한 학생의 처지와 자신의 상황을 동일시한 모방 자살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최근 전세 사기 피해자들의 안타까운 소식들이 잇따라 전해지면서 자살 전염(베르테르 효과)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최근 4개월 새 전세 보증금 수천만 원을 돌려받지 못한 20~40대 피해자 다섯 명이 비관한 나머지 목숨을 끊고 말았다.

이같이 누군가를 뒤따라 자살하는 것을 일컬어 모방 자살 또는 자살 전염이라 부르는데, 어원으로는 베르테르 효과(Werther Effect)를 꼽는다. 베르테르 효과는 자신이 존경하거나 모델로 여겼던 인물, 또는 사회적으로 영향력 있는 유명인이 생을 마감할 경우에 그 사람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그래서 유명인이 안타까운 선택을 할 경우에 그 대상의 행동을 본 따 같은 선택을 하는 현상을 뜻한다. 최근에 와서는 유명인의 자살에 따른 연쇄 자살 같은 경우가 아니더라도, 심리적 동일시나 공감 효과가 발생하는 다양한 분야에서 잇따르는 자살을 뜻하기도 한다.

베르테르 효과와 반대되는 의미로는 ‘파파게노 효과’가 있다. 위험에 처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거나 새로운 희망이 생길 경우 자살 충동을 이겨내는 효과가 나타난다는 의미이다. 파파게노 효과는 사회학적으로는 언론이 자살에 대한 보도를 자제하거나 신중한 태도를 견지함으로써 자살률을 낮출 수 있다고 보는 이론이다.

베르테르의 절망에 빠져 있는 전세 사기 피해자들이 하루빨리 삶의 희망을 얻을 수 있는 실질적인 지원책이 제공되길 바란다.

/chae@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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