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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벽의 상두 소리- 김원명 광주원음방송 교무
2023년 02월 03일(금) 00:30
어느 날 한 교도가 원불교 2대 종법사인 정산 종사께 “기미년 3·1만세 운동 때 대종사께서 시국에 대하여 특별히 하신 말씀은 없었나이까” 하고 묻자 정산 종사님은 “개벽을 재촉하는 상두 소리니 바쁘다. 어서 방언 마치고 기도를 드리자 하였나니라”하고 답했다.

이는 정산종사 법어 국운편 3장에 있는 내용이다. 당시 대종사께서는 9인 제자들과 함께 1918년부터 시작한 영광 백수면 길룡리 방언 공사를 천신만고 끝에 마무리하고 있었다. 대종사님이 방언 공사를 하신 뜻은 단순한 농토 확장의 일만이 아니었다. 몇 사람 조합원과 함께 농토를 만들어 갖고자 하는 일은 더욱 아니었다. 고해에서 신음하는 중생들에게 새로운 삶의 길을 열고자 함이었고, 과거 불합리한 제도와 잘못된 관습과 생활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생각과 태도로써 새 삶을 개척하도록 일깨우고자 함이었다. 아울러 다가오는 물질 문명의 폐단을 막아 정신이 주체가 되고 인도 정의가 바로 서는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큰 뜻을 시범해 보인 것이다.

세계의 대세를 통찰한 대종사는 독립의 만세 소리가 자유와 독립을 갈망하는 민중의 외침일 뿐 아니라 새로운 세상을 여는 개벽의 외침으로 보시고 새 세상을 준비하기 위해 어서 방언 마치고 기도하자 하셨다. 1918년 제1차 세계대전이 마무리되면서 국제사회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게 된다. 미국의 윌슨 대통령이 주장한 민족자결의 원칙은 약소 민족들에게 독립 의식을 일깨우는 계기가 되었다.

독립선언문의 서두에는 “인류적 양심의 발로에 기인한 세계 개조의 대기운에 순응 병진하기 위함이니 천명의 명명이며 시대의 대세이며 전 인류 공존동생권의 정당한 발동이다”라고 하였고, 또한 공약 삼장에서는 “정의, 인도, 생존, 존영을 위하는 민족적 요구이니 오직 자유적 정신을 발휘할 것이요, 결코 배타적 감정으로 일주하지 말라”고 하셨다.

이 3·1독립 만세 운동은 단순한 민족 의식에 기초한 의거만이 아니라 전 인류의 행복과 인간의 보편적 가치에 근거한 양심의 발로이며 무저항 비폭력에 의한 평화적 운동이었다는 점에서 세계사적 의미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일제의 온갖 수탈과 폭압에 대한 원한을 앙갚음하려 하지 않고 일제의 총칼 앞에서도 오직 비폭력으로 맞섰던 장엄한 순교 행위였고, 기독교·불교·천도교 등 여러 종교 지도자들을 포함한 33인의 사회 각계 지도자들과 전 국민의 합심 합력이 이루어낸 대동단결의 민족적 거사였다.

3·1운동의 의미를 몇 가지로 살펴보면 첫째, 양심과 인권에 대한 선언이었다. 잘못된 제국주의, 강권주의, 침략주의로부터 민족 수권과 인간의 존엄을 회복하려는 양심의 선언이고 평화의 선언이었다. 둘째, 비폭력 평화운동이었다. 일본의 잘못을 탓하기보다는 오직 우리의 정당한 주장만을 외치며 총칼 앞에 비폭력으로 맞선 순교 정신의 발현이었다. 셋째, 민족 대단결 운동이었다. 각 종교 지도자들과 사회 지도자들이 종교적 사명과 민족적 양심 앞에 하나로 뭉쳤을 뿐 아니라 온 민족이 하나 된 외침이었다.

앞에서 살펴 본 3·1운동의 정신은 정신이 주체가 되고 인도 정의가 바로 서는 세상을 위해 기도했던 원불교 법인 정신과도 상통하는 의미를 지닌다 할 수 있다. 이제 다음 달이면 3·1절을 맞는다. 많은 세월이 흘렀지만 우리 현실은 어떠한가. 3·1독립선언에서 선언한 진정한 나라의 독립과 인간의 존엄이 보장되는 민족 국가를 성취하고 있는가. 아직도 온전한 나라를 세우지 못하고 동족끼리 서로 적대시하며 강대국들의 간섭을 자초하고 있는 형편이 이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가.

독립이란, 홀로 설 수 있는 힘이 있어야 한다. 힘이란 자각과 분발과 단합과 쉼 없는 노력으로 얻어지는 것이다. 우리 민족이 진정한 주권 국가가 되고 대종사께서 말한 대로 정신의 지도국, 도덕의 부모국이 되려면 어떻게 하여야 할 것인가 깊이 생각해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