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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산공항 대신 수상 비행기는 어떨까- 이성현 충남대 철학과 2학년
2023년 02월 02일(목) 21:30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섬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는 사람이어도 흑산도라는 이름만은 그리 낯설게 들리지 않을 것이다. 흑산도는 제주도, 울릉도와 함께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유명한 섬 가운데 하나이며 한국의 대표적인 관광 명소이기도 하다. 그런데 제주도와 달리 흑산도에 가 본 사람은 그리 많지않을 것 같다. 현재 흑산도에는 공항이 없기에 응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헬기를 통해 섬을 나가는 경우를 제외하면 흑산도에 가는 방법은 여객선이 유일하다. 그런데 흑산도는 천 개가 넘는 신안의 섬들 중에서도 먼바다에 있기에 초쾌속선으로도 목포에서 두 시간이 걸릴 정도이다.

이렇듯 흑산도에 가는 일은 전국 각지에 있는 공항을 통해 한 시간이면 방문할 수 있는 제주도에 비해 훨씬 큰 부담이 된다. 물론 흑산 주민들 역시 마찬가지로 뭍으로 나오기 위해서는 배를 타고 긴 시간을 견뎌야 한다.

이러한 불편을 해결하기 위해 지난 2008년 이명박 정부는 낙도 지역 개발의 일환으로 ‘낙도 지역 소규모 공항 건립 사업’을 추진했고 이 사업에 흑산도가 울릉도와 함께 선정되었다. 그러나 흑산공항의 건립은 울릉도와는 달리 흑산도의 거의 모든 영역이 다도해 해상 국립공원에 포함된 탓에 부지 선정에 어려움을 겪었고 사업의 경제성과 조류 서식지 파괴 논란 등으로 인해 환경부와 각종 시민단체 등의 반발을 불러왔다. 흑산공항의 건립 문제가 오랜 기간 논의를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그 때문이다.

흑산도 주민을 비롯해 공항의 건립을 찬성하는 측은 공항 건립은 외진 낙도인 탓에 연륙교 건립이 사실상 불가능한 지역 주민들의 교통 기본권을 보장하는 사업이라 주장한다. 더 나아가 공항 건립으로 인해 야기되는 환경의 훼손보다 도서 지역 주민들의 이동권 보장이 훨씬 중요한 가치라 말한다. 반면 환경단체 측은 공항이 건립돼 환경이 훼손되면 흑산도의 아름다움은 빛을 바랠 것이고 관광지 가치 역시 떨어질 것이라 주장한다. 게다가 흑산도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철새 도래지 중 하나이다. 만약 항공기 운항 중 새와 충돌해 비행기의 고장을 부르는 ‘버드 스트라이크’(조류 충돌)현상이 빈번할 것이라 우려한다.

흑산공항의 건립을 둘러싼 양 측의 의견은 일견 모두 타당한 구석이 있어 보인다. 확실히 지역 주민의 교통 기본권 보장은 철새 도래지 보호보다 훨씬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환경 파괴를 감수하면서까지 만들어진 공항이 오히려 관광객 감소를 부른다면 이는 또 다른 문제이다. 흑산도 주민들 중에는 어업 외에도 관광업에 종사하는 사람들 역시 많다. 또한 비행기 운항 중 버드 스트라이크가 발생해 주민들과 관광객 안전을 위협한다면, 차라리 공항은 만들어지지 않는 편이 훨씬 나을 것이다.

자연을 보존하면서도 지금의 배편보다 빠르게 흑산도를 갈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필자는 그 방법이 대규모 활주로 건설을 요하지 않는 수상 비행기의 도입이라고 생각한다. 이 방안은 기존 선편에 비해 훨씬 빨리 섬에 갈 수 있으면서도 산을 깎고 바다를 매립하는 등 무리한 공사를 수반하지도 않는다. 버드 스트라이크 현상 역시 바다 위에 착륙하는 수상 비행기의 특성상 활주로에 착륙하는 비행기보다는 비교적 드물게 발생할 것이다. 물론 수상 비행기라고 해서 버드 스트라이크 현상이 전혀 발생하지 않는 것은 아니겠지만.

사실 환경 보존을 위해서라면 흑산도에 어떠한 항공편도 운항하지 않는 것이 최적의 방안이다. 세 차례 운항하는 초쾌속선 역시 하루 1회로 줄이는 것이 가장 바람직 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섬을 삶의 터전으로 살아가는 흑산 주민들의 삶의 편리를 도외시하는 일일 수 있다. 인간의 삶을 무시하는 환경 보전은 곧 파시즘과 다를 바 없으며 무분별한 개발만큼이나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 다만 필자는 흑산도에 공항을 건설하는 대신 수상 비행기를 운항하는 방안을 제안할 뿐이다. 흑산도 주민과 환경단체의 대립을 해결할 나름의 절충안이 되지 않을까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