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의 죽비 - 임동욱 선임기자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최근 나라 돌아가는 꼴을 바라보는 민심의 한탄이다. 준비된 역량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 리스크’와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정면충돌하면서 민심은 그야말로 마음 둘 곳을 찾지 못하고 있다. 가스비 폭탄 등 고물가, 고금리에 민생은 멍들어 가는데도 해결책을 제시해야 할 정치권의 역할은 실종된 상태다. 양보와 타협을 통해 합의를 도출해내는 정치는 사라지고 상대 진영을 향한 증오와 갈등만이 증폭되고 있다.
지난 28일 ‘대장동·위례 개발 특혜 의혹’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한 이 대표는 윤석열 정부에 대해 ‘검사 독재 정권’이라고 규정했다. 또 ‘법치주의·헌정질서 파괴’ ‘사법 살인’ ‘정적 제거’와 같은 거친 말들도 쏟아냈다. 민주당도 검찰 수사를 “정적 제거용 조작 수사”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에 국민의힘은 이 대표가 “법치의 시스템을 부정하고 있다”고 맞받아쳤다. 이와 함께 ‘아전인수적 궤변’ ‘사법 불복’ ‘뻔뻔한 정치인’이라는 원색적인 비판도 내놨다.
그들의 주장대로라면 대한민국은 그야말로 심각한 위기의 시대를 마주하고 있는 셈이다. 정적 제거용 조작 수사를 하는 검사 독재 정권에, 법치 시스템을 부정하는 제1야당의 대표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상대 진영을 바라보는 시선이 이러한데 민생을 위한 협치나 미래를 위한 공조는 기대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이를 반영하듯, 민생을 챙겨야 할 1월 임시국회는 빈손으로 끝났고 다음 달 열리는 2월 임시국회 전망도 암울하기는 마찬가지다. 검찰이 조만간 이 대표에 대한 처분을 결정할 예정이고 민주당도 반격 카드로 이상민 행안부 장관의 탄핵 소추와 김건희 여사의 주가 조작 의혹에 대한 특검을 검토하고 있어 여야의 극한 대립이 불가피해 보인다.
지난 대선 이후 계속되는 여야의 제로섬 정쟁에 민심은 점차 임계점을 향해 가고 있다. 정치권의 오만과 착각은 결국 민심이 바로잡는 수밖에 없다. 거대한 태풍의 눈으로 부상하고 있는 민심의 분노가 정치권에 죽비를 내리쳐 위기의 시대를 극복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임동욱 선임기자 tuim@kwangju.co.kr
지난 대선 이후 계속되는 여야의 제로섬 정쟁에 민심은 점차 임계점을 향해 가고 있다. 정치권의 오만과 착각은 결국 민심이 바로잡는 수밖에 없다. 거대한 태풍의 눈으로 부상하고 있는 민심의 분노가 정치권에 죽비를 내리쳐 위기의 시대를 극복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임동욱 선임기자 tu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