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
영화 ‘히든 피겨스’(2017년)는 냉전시대 미국과 소련의 우주개발 경쟁을 모티브로 제작된 작품이다. 소련이 한발 앞서 우주인을 배출하자 미국은 부랴부랴 뛰어난 천재들을 국립항공우주국(NASA)으로 불러 모은다. 천부적인 수학 능력을 갖춘 캐서린 존슨을 비롯해 리더이자 프로그래머 도로시 본 등이 우주 궤도 비행 프로젝트에 참여한다. 이들은 모두 흑인 여성들로 온갖 차별을 받는데, 유색인 화장실을 사용해야 하는 것도 그중 하나다.
그러나 이들은 냉대에 결코 좌절하지 않는다. 영화 속 대사 가운데 “천재성에는 인종이 없고, 강인함에는 남녀가 없으며, 용기에는 한계가 없다!”는 말처럼 이들은 실적으로 족쇄를 극복한다. 그러나 영화 배경이 됐던 1960년대나 오늘이나 변하지 않는 게 있다면 특정한 조건에 따라 사람이 차별을 받는다는 점이다. ‘맘충’ ‘개저씨’ 등 같은 신조어의 일반화는 혐오의 민낯을 보여 준다.
최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출근길 지하철 시위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대립이 ‘혐오’ 논쟁으로 비화됐다. 이 대표가 페이스북에서 “장애인의 이동권 투쟁이 수백만 서울시민의 아침을 볼모로 잡는 부조리”라고 주장한데 대해 전장연은 “이 대표가 시위 방식을 트집 잡아 갈라치기를 하고 있다”고 맞섰다. 민주당과 정의당은 장애인 이동권 보장과 아울러 이 대표의 ‘혐오 발언’ 중단을 촉구했다.
이주노동자 등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갈라치기의 기저에는 ‘다름’이라는 폄훼가 자리한다. 홍재희 영화감독이 쓴 ‘그건 혐오예요’라는 책에는 이런 내용이 나온다. “연민은 강자인 내가 약자인 그를, 가진 자인 내가 못 가진 자인 그를, 위에 있는 내가 아래에 있는 그를 내려다보는 것이다. 반면 공감은 그의 처지에 서서 그가 보는 세상을 함께 바라보는 것이다.”
사실 이 대표는 정치 입문 초기만 해도 촉망받는 엘리트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일련의 논쟁은 공감 능력, 특히 약자에 대한 공감이 부족하다는 인상을 준다. 그에게 ‘타인의 처지에 서서 타인이 보는 세상을 이해할 수 있는’ 가슴 따뜻한 정치인상을 기대하는 건 무리일까.
/박성천 문화부 부국장skypark@kwangju.co.kr
최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출근길 지하철 시위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대립이 ‘혐오’ 논쟁으로 비화됐다. 이 대표가 페이스북에서 “장애인의 이동권 투쟁이 수백만 서울시민의 아침을 볼모로 잡는 부조리”라고 주장한데 대해 전장연은 “이 대표가 시위 방식을 트집 잡아 갈라치기를 하고 있다”고 맞섰다. 민주당과 정의당은 장애인 이동권 보장과 아울러 이 대표의 ‘혐오 발언’ 중단을 촉구했다.
사실 이 대표는 정치 입문 초기만 해도 촉망받는 엘리트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일련의 논쟁은 공감 능력, 특히 약자에 대한 공감이 부족하다는 인상을 준다. 그에게 ‘타인의 처지에 서서 타인이 보는 세상을 이해할 수 있는’ 가슴 따뜻한 정치인상을 기대하는 건 무리일까.
/박성천 문화부 부국장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