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갑 맞은 시민의 날 - 박진표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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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갑 맞은 시민의 날 - 박진표 경제부장
2025년 05월 16일(금) 00:00
대부분의 도시는 스스로를 기억하기 위한 기념일(시민의 날)을 만든다. 그렇다고 모든 도시에 진정한 시민의 역사가 새겨진 ‘시민의 날’이 부여되는 것은 아니다. ‘시민’이라는 이름을 몸으로 증명한 도시만이 그날을 가질 자격이 있기 때문이다. 광주가 그렇다.

광주시민의 날은 5월 21일이다. 1966년 광주시는 처음으로 10월 15일을 ‘시민의 날’로 제정했다. 당시만 해도 광주시청이 주도해 의전 중심의 기념행사와 체육대회, 시가행진 등을 성대하게 열었고, 정작 주인공인 시민은 들러리에 불과했다고 한다.

그리고 1980년 5월 21일, 광주는 완전히 다른 방식의 ‘시민의 날’을 경험하게 된다. 전두환의 계엄군이 도심 외곽으로 물러난 그날, 시민이 진정한 주인이 돼 도시의 일상을 지켜낸 것이다. 지도자 없는 무정부 상태에서도 공동체는 무너지지 않았고 엿새간 광주는 그 자체로 하나의 자치도시였다. 이 경험은 이후 광주의 정체성이 됐다. ‘민주화’라는 말조차 꺼내기 힘든 시대였기에 진정한 ‘시민의 날’ 5월 21일은 오랜 세월 시민의 기억 속에서만 맴돌았다. 한차례 기회도 있었다. 하지만 광주시는 전두환 정권하인 1986년, 직할시 승격을 명분으로 ‘시민의 날’을 11월 1일로 변경했다.

1990년대에 들어 시민사회와 5·18 유족회, 언론, 학계, 문화예술계 등이 나섰고 광주시는 2010년 5월 21일을 ‘광주시민의 날’로 공식 지정했다. 30년 만의 바로잡기였다. 표면적으로는 날짜 하나를 바꾼 것이었지만 그 하루에 담긴 무게는 무겁고 단단했다.

올해 60번째 생일 ‘환갑’을 맞는 ‘광주시민의 날’은 그 어느 해보다 남다르고 특별하다. 12·3 계엄 사태에 따른 조기 대선으로 시대와 조건이 다른 ‘계엄’의 역사가 겹치는 기념일이 됐기 때문이다. 광주시는 더 많은 시민이 함께할 수 있도록 ‘시민의 날’ 행사를 토요일인 5월 24일로 조정하고 대시민 축제로 확장을 준비 중이다. 시청 앞 도로에는 100m짜리 워터슬라이드와 수영장을 설치하고 기념행사 무대도 위아래 구분 없는 열린 구조로 꾸밀 예정이라고 하니 주인공인 시민들의 많은 참여를 기대한다.

/박진표 경제부장 lucky@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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