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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완성곡
2021년 10월 21일(목) 02:00
만화영화 ‘개구쟁이 스머프’에서 악당 가가멜과 고양이 이즈라엘이 등장할 때면 들려오는 음악이 있다. 슈베르트의 ‘미완성 교향곡’ 중 1악장이다. 작품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슈베르트는 이 곡을 ‘미완성’으로 남겨 놓은 채 세상을 떠났다. 보통 4악장인 교향곡과 달리, 이 작품은 2악장으로 마무리된다. 워낙 아름다운 곡이라 2악장만으로도 ‘완성’된 느낌이지만 훗날 여러 작곡가가 나머지 부분을 채워 넣기도 했다.

모차르트는 1791년 ‘레퀴엠 D단조(K. 626)’를 쓰던 중 세상을 떠났다. 영화 ‘아마데우스’에서 폭풍우 치던 날, 그의 시체가 구덩이 속으로 던져질 때 흘러나오는 음악이 바로 이 곡이다. 이 곡은 모차르트가 죽은 후 그의 제자인 쥐스마이어가 스승이 남긴 스케치를 토대로 완성했다.

미완성곡을 남긴 작곡가는 또 있다. “제 9번은 나의 최대 걸작이 될 것”이라며, 신에게 이 작품을 끝낼 때까지 살게 해 달라고 빌었다는 브루크너다. 그는 ‘교향곡 9번’을 3악장까지 완성한 후 4악장 피날레 부분을 스케치하다 세상을 떠났다. 완성본을 남기지 못하고 떠난 작곡가들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이들이 곡을 완성했다면 어떤 음악이 됐을까. 요즘의 애호가들은 궁금증이 일 수밖에 없고, 아쉬움도 든다.

얼마 전 베토벤의 고향 독일 본에서 ‘교향곡 10번’ 연주회가 열렸다. 9번 교향곡 ‘합창’의 성공 후 10번 작곡에 들어간 베토벤은 단편적인 음악 스케치 몇 개만을 남긴 채 세상을 떠났다. 따라서 10번 교향곡은 음악사에 존재하지 않는다. 이번에 연주된 10번 교향곡은 인공지능을 이용해 완성했다고 한다. 베토벤 탄생 250주년을 맞아 작곡가와 인공지능 전문가 등이 팀을 꾸려 18개월 만에 3악장과 4악장을 만든 것인데, 유튜브에서 들을 수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이제 ‘미완성 교향곡’이나 ‘레퀴엠’ 등 또 다른 미완성곡들도 인공지능 버전으로 우리를 찾아올지 모르겠다. 독일 연주회를 두고 ‘우리가 오늘 들은 것은 역사의 한 조각’이라 평했던 한 프로그래머의 말처럼, 완성된 곡에 대한 평가와 별개로 우리에게 새로운 세상이 열린 것만은 분명하다.

/김미은 문화부장 me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