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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나를 바꾸는 지도 커뮤니티매핑-임완수 지음
함께 만드는 공동체 지도로 선을 이루다
2021년 09월 03일(금) 12:00
코로나 사태때 마스크 구매 장소를 실시간 보여주었던 마스크 시민 지도.
2012년 허리케인 샌디가 미국 동북부를 강타했다. 당시 뉴욕, 뉴저지 지역 70~80퍼센트가 정전됐으며 도로 등 기반시설이 파괴됐다. 전기가 끊긴 나머지 가정에서는 히터를 틀 수 없었고 도로가 막혀 주유소 기름도 공급받지 못했다. 시민들은 주유소를 찾다가 길가에 차를 세워두는 상황에 이르렀다. 무질서와 혼잡 속에 경찰과 군인들이 주유소를 지키는 일이 벌어졌다.

이때 몇몇이 노트북을 펴고 주유소에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는 지도 위에 데이터를 올리기 시작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주민들이 데이터를 제공해주었다.

위 사례는 비전문가들이 발품을 파는 것으로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당시 온라인 지도는 시민들에게 매우 유용한 정보를 제공했다. 미국연방재난관리국, 에너지국, 뉴욕시가 이 웹사이트에 접목해 사용했다.

커뮤니티맵핑(Community Mapping)이라는 말이 있다. ‘공동체 지도 만들기’라는 의미를 넘어 사회혁신 도구로 사랑받고 있다.

임완수 미국 메헤리 의대 교수는 ‘커뮤니팅매핑의 선구자’로 불린다. 지난 2005년 임 교수가 집단지성을 이용해 만든 ‘뉴욕 화장실 온라인 지도’는 커뮤니티매핑의 선구적 모형으로 꼽힌다. 커뮤니티매핑인스티튜트 소장도 역임하고 있는 임 교수는 최근 ‘세상과 나를 바꾸는 지도 커뮤니티매핑’이라는 책을 펴냈다.

책은 그동안 저자가 시민들과 함께 연구하고 개발해온 커뮤니티매핑의 모든 것을 담고 있다. 범박하게 말하면 커뮤니티매핑에 관한 최초의 교과서인 셈이다. 임 교수는 미국에 거주하고 있지만 한국의 커뮤니티매핑센터 운영을 위해 틈틈이 한국을 찾는다.

커뮤니티매핑은 시민과학, 리빙랩과 연관한 사회혁신의 도구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비과학자가 참여하는 과학 프로젝트의 뜻을 지닌 시민과학과 사용자 공동창의에 기반한 열린 혁신 생태계인 리빙랩, 그리고 공동체 지도 만들기는 모두 비전문가들의 참여로 변화를 추구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사실 예전에는 전문가가 아니면 지도를 만들 수 없었다. 그러나 구글을 비롯한 지도 관련 도구들이 공개되면서 지도를 공동으로 제작할 수 있게 됐다. 더욱이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는 지도의 정보까지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커뮤니티매핑의 중요한 가치는 ‘함께’이다. ‘과정의 조직화’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함께 만드는 공동체 지도라는 좀더 폭넓은 뜻이 담겨 있다. 여러 사람이 동시에 움직이면서 정보를 수집하고 공유하며 커뮤니티매핑은 활성화된다.

이러한 방식은 집단지성의 발현이다. 앞서 언급한 허리케인 샌디가 미국을 강타했을 때 사람들은 지리정보 기반의 지식을 공유해 선한 가치를 실현했다.

또 하나의 예가 있다. 지난 2020년 경기도에서는 배리어프리로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장애인 접근성 커뮤니티매핑을 지역사회 기반 활동을 확장한 개념이다. 당시 이 활동에 참여한 학생은 “아는 만큼 보인다고, 이제는 길을 걷게 되면 음향신호기나 점자블록, 볼라드가 잘 설치되어 있는지를 살펴보게 된다”고 소감을 밝힌 바 있다.

저자는 커뮤니티매핑을 도모하며 ‘협력해 선을 이룬다’는 말을 기억한다. 그것에는 “많은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내가 사는 세상을 조금씩 바꿔나갈 수 있었으면 한다”는 바람이 담겨 있다.

<빨간소금·1만5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