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뷰 살려주는 ‘옥상 사각형 박스’
살고 싶은 집 이야기가 담긴 집 <3> 광주 백운동 ‘백소헌(白巢軒)’
임태형 건축사 ‘하얀집’ 설계
대지면적 36평 옥상까지 4층 규모
광주건축상 주택부문 금상
EBS‘건축탐구-집’ 촬영 2월 방송
현관옆 ‘비밀아지트’ 식탁옆 ‘데크’
3~4층 사이 ‘다락방’ 재밌는 공간
임태형 건축사 ‘하얀집’ 설계
대지면적 36평 옥상까지 4층 규모
광주건축상 주택부문 금상
EBS‘건축탐구-집’ 촬영 2월 방송
현관옆 ‘비밀아지트’ 식탁옆 ‘데크’
3~4층 사이 ‘다락방’ 재밌는 공간
![]() 독특한 사각형 박스가 눈에 띄는 광주시 백운동 주택 ‘백소헌’은 임태형 건축사가 설계해 살고 있다.
ⓒYoon.joonhwan |
시리즈를 시작할 때, 첫 번째 소개할 집은 잘 조성된 단독주택 단지보다는 도심 속에 둥지를 튼 곳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무래도 전원 속, 그림 같은 풍경에 들어선 집보다는 우리 생활과 좀 더 밀착된 집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또 하나, 가능하다면 건축사가 ‘살고 있는 집’이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집을 의뢰한 이의 마음, 집을 짓는 이의 마음을 함께 알고 싶어서였다. 물론, 멋진 집을 선사하는 건축사들은 ‘어떤 집을 짓고 살까’ 궁금증도 있었다.
‘백소헌(白菓軒)’은 두 가지 조건에 딱 맞는 집이었다. 광주시 남구 백운동 골목길에 자리잡고 있고, 임태형 건축사(건축사무소 플랜 대표)가 직접 지어 살고 있는 집이다. 골목길에 들어서면 “이런 곳에, 이런 집이?”싶은 집이 눈에 들어온다. 건물의 시그니처라 할 수 있는 ‘사각형 박스’가 인상적인 ‘하얀집’은 시선을 사로잡고 각기 다른 크기와 모양으로 이쪽 저쪽에 난 ‘창’도 인상적이다. ‘백소헌’은 광주건축상에서 주택부문 금상을 수상했다. 취재 며칠 전엔 EBS TV ‘건축탐구-집’ 제작진이 3일간 촬영을 마쳤고 2월 중 방송에서도 소개될 예정이다.
임 건축사는 처음부터 구도심, 오래된 주택가에 집을 짓자 마음 먹었고 인근 양림동과 봉선동을 둘러보다 백운동에서 꿈을 펼쳤다.
“여유가 있어 교외 전원부지에 집을 짓는 낭만적 상황을 꿈꾸는 사람들이 많기는 하지만 현실이 따라 주지 못할 경우가 많죠. 전 도심에서도 그런 가능성을 보고 싶었어요. 내가 살고 싶은 집, 아름다운 집을 짓고 싶다는 생각을 구현하는 거죠. 원도심에 집을 지으며 도시재생에 자연스레 관심도 갖게 됐어요. 제가 점을 하나 찍음으로써 주변에 작은 영향이라도 미칠 수 있지 않을까하는 마음도 있었어요. 혹시 저희 집을 보고 나도 나만의 집을 지어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면 좋겠다는 마음이었습니다.”
그의 집은 뻔하게 해석되는 집이 아니다. 필요에 맞게 지은, 재미가 느껴지는 집으로 구경할수록 새로운 면을 ‘발견하는’ 공간이었다. 집은 대지 면적 119㎡(36평)에 옥상을 포함, 4층으로 이뤄져 있다. 자동차 2대가 들어가는 주차 공간과 함께 1층에는 ‘사랑방’ 개념을 도입한 공간을 두었고, 2~3층이 거주하는 공간이다. 2016년 완공된 건물 외관은 하얗지만 이웃집과 맞닿아 낮은 울타리 역할을 하는 담장과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붉은 벽돌로 시공했다.
1층 출입구 작은 현판에 적힌 글귀가 눈에 들어왔다. “광주 백운동의 林家와 尹畵(임태형 건축사와 아내인 화가 윤다미)가 사랑하고 첫 아기의 출생을 기다리며 정성을 다해 지은 밝고 따뜻한 하얀둥이”라 적혀 있다.
“이 동네가 많이 톤 타운된 느낌이어서 하얀집을 짓자 싶었어요. 반전 이미지를 생각한 거죠. 하지만 너무 이질감이 들어서는 안되고 주변과 어우러져야 하기 때문에 붉은 벽돌로 담장과 계단을 만들고 대나무를 심었습니다. 건물 자체도 인상적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죠. 예기치 못한 곳에서 만나는 재미난 공간의 느낌을 주고 싶었습니다.”
집에 들서서자 올해 6세 된 외아들 유안이가 가장 먼저 인사를 한다. 아이는 쉴새 없이 뛰고 계단을 오르내리며 노느라 정신이 없었다. 층간소음으로 아파트에서는 엄두도 못 낼 일이다. 참 행복한 아이다 싶었다.
현관문을 열면 일반 아파트 실내처럼 보이지면 거실로 들어서는 순간 위로 시야가 트이며 시원스레 뚫린 천정이 눈길을 끈다. 거실과 주방, 아이 놀이 공간 등이 자리하고 있는 2층 실내 평수는 56.1㎡(17평) 정도라 시각적으로 더 넓게, 더 높게 보이도록 설계할 당시부터 거실의 층고를 높게 잡았다.
현관 옆 ‘비밀 아지트’같은 공간이 눈길을 끈다. 얇은 시스루 천이 가림막 역할을 하는 따뜻하고 재미있는 공간이다. 한옥의 툇마루처럼 걸터 앉고, 좌식 생활도 가능한 공간이다. 설계 당시 편편한 바닥이었지만 턱을 높여 원목으로 하부장을 짜넣어 새로운 공간을 연출했다. 나무 바닥은 모두 열려 수납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 이곳은 계속 변화중이다. 처음에는 텅 비어 있었지만 아이가 크자 책장을 짜 넣었다. 어쩌면 아이가 다 자라면 이 곳은 아빠의 비밀 공간이 될지도 모르겠다.
아내 윤씨는 집을 지을 때 두 가지를 요청했다. 주방일을 하면서 아이를 살필 수 있도록 주방쪽 공간을 대면형으로 해달라는 것과 드레스룸과 세탁 공간을 함께 만들어 달라는 것이었다. 식탁이 놓인 작은 공간과 문을 열고 나가면 바로 만날 수 있는 작은 데크는 가족들이 가장 좋아하는 곳이다. 데크는 2평 정도의 작은 공간지만 이곳에서 올려다 보는 하늘에 마음이 상쾌해진다. 또 식탁에 앉은 눈높이에 맞게 길다란 창을 냈다. 공간이 닫혀 있으면 정서적인 부분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생각에서다.
아이의 놀이공간이기도 한 4층까지 이어지는 계단은 시선이 관통하도록 앞뒤로 막힌 형태 대신 디딤판만 놓았고, 재료로 얇은 스틸을 사용해 경쾌한 느낌을 주었다. 또 유리 난간과 함께 키 차이가 있는 아이와 어른이 모두 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계단 손잡이를 두 개 달았고 계단 아래는 모두 수납 공간을 만들었다.
3층은 프라이빗한 공간이다. 침실, 아이방과 함께 반층을 올라가면 임 건축사의 방이 나온다. 단차를 두고 설계한 집은 평면적 느낌 대신 재밌는 공간이 만들어졌다. 3평 정도의 작은 방에 다락방 느낌의 공간을 따로 마련했다. 1층은 당초 그림을 전공한 아내가 작업실 겸 교습소로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한 공간으로 아이가 크기 전까지는 임대를 내주었고, 조만간 원래 용도로 사용될 예정이다.
역시 이 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옥상 위 ‘사각형 박스’의 존재다. 시작은 옥상에 그늘 공간을 만들어 날씨에 구애받지 않고 사용하고 싶다는 데서 출발했다. 외관을 재밌게 꾸며봐야겠다는 생각도 했고, 우리집의 ‘뷰’를 의미있게 만들어 주는 장치로 활용해보자 싶었다. 사각형 박스는 45도 비틀어진 형태로 제작해 축이 확장되는 느낌을 준다. 정면으로 박스를 놓을 경우 벽을 마주하게 되고, 또 다른 집에 ‘대놓고’ 향하는 느낌이라 피했다.
옥상으로 올라가 본다. 앞뒤로 탁 트인 이곳에선 수피아여고, 푸른길 공원, 무등산 등 사방이 보인다. 오래된 풍경과 바뀌어가는 풍경을 모두 만날 수 있다. 임 건축사는 “지붕 위로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을 때 참 편안하다. 집의 형태적 재미도 주고, 나만의 공원을 바라보는 느낌”이라며 “저녁에는 불을 켜 두는데 멀리서 바라보면 참 편안해진다”고 말했다.
임 건축사는 많은 이들이 자신의 의지가 담긴, ‘다른’ 집에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무엇보디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나만의 집을 구상하며 내가 어떻게 살 것인지, 나는 어떻게 살아왔는지 생각을 하게되고, 고민을 하며 사고를 확장시키는 과정은 더 없이 재미있는 일일 것이다.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다양한 이야기를 품고 있는 ‘집’을 찾습니다. 독자들과 함께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자신의 ‘집’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신 분은 이메일(mekim@kwangju.co.kr) 로 연락 주시길 바랍니다.
“여유가 있어 교외 전원부지에 집을 짓는 낭만적 상황을 꿈꾸는 사람들이 많기는 하지만 현실이 따라 주지 못할 경우가 많죠. 전 도심에서도 그런 가능성을 보고 싶었어요. 내가 살고 싶은 집, 아름다운 집을 짓고 싶다는 생각을 구현하는 거죠. 원도심에 집을 지으며 도시재생에 자연스레 관심도 갖게 됐어요. 제가 점을 하나 찍음으로써 주변에 작은 영향이라도 미칠 수 있지 않을까하는 마음도 있었어요. 혹시 저희 집을 보고 나도 나만의 집을 지어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면 좋겠다는 마음이었습니다.”
![]() 주방에서 바로 외부로 나갈 수 있는 데크는 가족들이 좋아하는 공간이다. ⓒYoon.joonhwan |
1층 출입구 작은 현판에 적힌 글귀가 눈에 들어왔다. “광주 백운동의 林家와 尹畵(임태형 건축사와 아내인 화가 윤다미)가 사랑하고 첫 아기의 출생을 기다리며 정성을 다해 지은 밝고 따뜻한 하얀둥이”라 적혀 있다.
“이 동네가 많이 톤 타운된 느낌이어서 하얀집을 짓자 싶었어요. 반전 이미지를 생각한 거죠. 하지만 너무 이질감이 들어서는 안되고 주변과 어우러져야 하기 때문에 붉은 벽돌로 담장과 계단을 만들고 대나무를 심었습니다. 건물 자체도 인상적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죠. 예기치 못한 곳에서 만나는 재미난 공간의 느낌을 주고 싶었습니다.”
집에 들서서자 올해 6세 된 외아들 유안이가 가장 먼저 인사를 한다. 아이는 쉴새 없이 뛰고 계단을 오르내리며 노느라 정신이 없었다. 층간소음으로 아파트에서는 엄두도 못 낼 일이다. 참 행복한 아이다 싶었다.
![]() 시각적으로 트인 느낌을 주기 위해 디딤판만 놓은 계단. |
현관 옆 ‘비밀 아지트’같은 공간이 눈길을 끈다. 얇은 시스루 천이 가림막 역할을 하는 따뜻하고 재미있는 공간이다. 한옥의 툇마루처럼 걸터 앉고, 좌식 생활도 가능한 공간이다. 설계 당시 편편한 바닥이었지만 턱을 높여 원목으로 하부장을 짜넣어 새로운 공간을 연출했다. 나무 바닥은 모두 열려 수납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 이곳은 계속 변화중이다. 처음에는 텅 비어 있었지만 아이가 크자 책장을 짜 넣었다. 어쩌면 아이가 다 자라면 이 곳은 아빠의 비밀 공간이 될지도 모르겠다.
아내 윤씨는 집을 지을 때 두 가지를 요청했다. 주방일을 하면서 아이를 살필 수 있도록 주방쪽 공간을 대면형으로 해달라는 것과 드레스룸과 세탁 공간을 함께 만들어 달라는 것이었다. 식탁이 놓인 작은 공간과 문을 열고 나가면 바로 만날 수 있는 작은 데크는 가족들이 가장 좋아하는 곳이다. 데크는 2평 정도의 작은 공간지만 이곳에서 올려다 보는 하늘에 마음이 상쾌해진다. 또 식탁에 앉은 눈높이에 맞게 길다란 창을 냈다. 공간이 닫혀 있으면 정서적인 부분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생각에서다.
![]() 수납 장소로도 활용되는 공간. |
3층은 프라이빗한 공간이다. 침실, 아이방과 함께 반층을 올라가면 임 건축사의 방이 나온다. 단차를 두고 설계한 집은 평면적 느낌 대신 재밌는 공간이 만들어졌다. 3평 정도의 작은 방에 다락방 느낌의 공간을 따로 마련했다. 1층은 당초 그림을 전공한 아내가 작업실 겸 교습소로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한 공간으로 아이가 크기 전까지는 임대를 내주었고, 조만간 원래 용도로 사용될 예정이다.
역시 이 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옥상 위 ‘사각형 박스’의 존재다. 시작은 옥상에 그늘 공간을 만들어 날씨에 구애받지 않고 사용하고 싶다는 데서 출발했다. 외관을 재밌게 꾸며봐야겠다는 생각도 했고, 우리집의 ‘뷰’를 의미있게 만들어 주는 장치로 활용해보자 싶었다. 사각형 박스는 45도 비틀어진 형태로 제작해 축이 확장되는 느낌을 준다. 정면으로 박스를 놓을 경우 벽을 마주하게 되고, 또 다른 집에 ‘대놓고’ 향하는 느낌이라 피했다.
![]() 사방이 트인 옥상 공간. |
임 건축사는 많은 이들이 자신의 의지가 담긴, ‘다른’ 집에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무엇보디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나만의 집을 구상하며 내가 어떻게 살 것인지, 나는 어떻게 살아왔는지 생각을 하게되고, 고민을 하며 사고를 확장시키는 과정은 더 없이 재미있는 일일 것이다.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다양한 이야기를 품고 있는 ‘집’을 찾습니다. 독자들과 함께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자신의 ‘집’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신 분은 이메일(mekim@kwangju.co.kr) 로 연락 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