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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은 생각으로 짓고 시간이 완성한다”
살고 싶은 이야기가 담긴 집 <2> 책으로 만나는 집 짓기
‘집을 위한 인문학’ ‘내 마음을 담은 집’ 등
건축가·건축주가 들려주는 다양한 집 이야기
실내 주차 주택·협소주택 다룬 책 눈길
2021년 01월 20일(수) 06:00
‘내가 살고 싶은 집-주향재’의 저자 김동희 건축사가 설계한 ‘주향재’ ⓒ Songjung
아파트 잘못 팔아 6억 넘게 손해를 보기도 했던 그는 때론 돈을 좇아, 때론 행복을 좇아 ‘집을 찾는 모험’을 감행했다. 아파트로, 한옥으로, 단독주택으로 15년간 6차례 이사를 하며 이어지던 변화는 작은 땅을 사 협소주택을 짓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서울 서촌에 땅 면적 18평, 3층 짜리 집을 짓고 산다는 생각에 그는 스스로 놀라워 한다. 정성갑 한뼘 갤러리 대표는 집에 대한 단상, 집 짓기 등에 대한 이야기를 묶어 ‘집을 쫓는 모험’(브.레드 )을 펴냈다.<인터뷰 참조>

‘실내주차 주택’이라는 듣도 보도 못한 집을 보곤 눈이 둥그래졌다. 글자 그대로 차가 집 안에 버젓이 들어가 있는 집이다. ‘집에 차를 주차하는 로망’을 갖고 있던 ‘차덕후’가 고단하고 지난한 가족 설득 과정을 거쳐 완성한 집은 흥미롭다. 자동차 전문기자 출신으로 영국 BBC ‘TOP Gear’ 한국 에디터를 맡기도 했던 김준선씨는 서울 아파트 전셋값도 안되는 예산으로 집을 짓는 과정을 ‘차덕후, 처음 집을 짓다:자동차 덕후 아빠의 거실에 주차하는 집짓기 프로젝트’(앵글북스)에 담았다.

‘집’ 시리즈를 준비하며 ‘집’ 관련 책들을 흥미롭게 읽었다. 자기만의 집을 짓는 건 신축이든 리노베이션이든 만만찮은 비용이 들어간다. 책을 통해 미리 그 과정을 경험하고, 작은 노하우를 얻는다면 좋을 듯하다. 내가 당장 집을 짓지는 않더라도, 삶과 이야기가 담긴 집에 대한 이야기를 접하다 보면 사고가 확장됨을 느낀다.

‘건축, 음악처럼 듣고 미술처럼 보다’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건축가 서현의 ‘내 마음을 담은 집-작은 집의 건축학 개론’(효형출판)은 막 출간된 신작이다. ‘문추헌’, ‘담류헌’, ‘건원재’ 등 그가 직접 지은 작은 집 3채에 대한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았다.

EBS ‘건축탐구-집’을 통해 사람들에게 친숙한 노은주·임형남 부부 건축가는 ‘집’에 대한 책을 꾸준히 펴내고 있다. ‘집을 위한 인문학: 집은 우리에게 무엇인가?’(인물과 사상사)는 이런 글로 시작한다. “나를 품어주었던 집, 내가 자라났던 집은 그 후 내 속에 있고 나와 더불어 세월의 지평선으로 사라진다”(프랑스 건축가 폴 앙드뢰)

책에는 두 사람이 지은 집들이 다양하게 소개돼 있다. “집은 생각으로 짓고 시간이 완성하는 살아있는 생명체 같은 것이다. 집에는 가족이 나누던 온기와 생활의 흔적과 집에서 펼쳐질 앞으로의 미래에 대한 생각이 담긴다”라는 생각을 실천하는 그들의 집짓기와 의뢰인들의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두 사람의 또 다른 책 ‘사람을 살리는 집 : 지금 우리 집을 다시 생각한다’(예담), ‘작은 집 큰 생각’(교보문고), ‘도시 인문학 : 도시를 둘러싼 역사·예술·미래의 풍경’, ‘골목 인문학 : 그 골목이 품고 있는 삶의 온도’ 등도 건축과 집에 대한 생각을 갖게 만들어 주는 책이다.

지난해 나온 ‘내가 살고 싶은 집-주향재’는 충남 공주시 작은 대지에 빠듯한 예산으로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작지만 특별한 집을 원했던 젊은 부부가 의뢰한 집을 짓는 과정을 담고 있다. 한정된 예산과 대지라는 제약 속에서 건강한 집짓기를 실천한 김동희 건축사의 집에 대한 고민과 철학이 녹아있는 책이다.

건축디자이너 최재철이 쓴 ‘집짓기 전에 반드시 알아야 할 101’(21세기 북스)은 집을 지을 때 놓쳐서는 않되는 핵심요소들을 소개한 책으로 건축재료의 선택, 일상에 미치는 햇빛 채광의 힘 등 집을 지을 때 최우선으로 삼아야 할 것들에 대해 들려준다. 또 건축가 이일훈과 건축주인 국어선생 송승훈이 ‘잔서완석루’를 지으면서 나눈 이메일 80여통을 엮어 만든 책 ‘제가 살고 싶은 집...’도 눈길을 끈다.

그밖에 인문학자 최효찬과 한옥 건축가 김장권이 쓴 ‘집은 그리움이다’(인물과사상사)는 집은 단순히 거주하는 공간이 아니라, 인간의 성장사와 함께하는 공간임을 이야기하며 ‘집’에 관한 책은 아니지만 건축가 김종진 교수가 쓴 ‘공간 공감’(효형출판)도 눈여겨 볼만하다.

일본에는 건축가가 설계한 독창적이고 흥미로운 소형주택이 많다. ‘일본식 소형 주택’(시그마북스)은 세대별 건축가 21인이 자신이 지은 집을 직접 소개하는 책이며 사사키 요시키의 ‘집은 사는 것이 아니라 기르는 것이다’(중앙북스)는 시간과 더불어 바뀌어 가는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기르는 집짓기’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무슨 일이든 ‘먼저 경험해 본’ 사람에게 이야기를 들어보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우리 가족이 처음 지은 집-집짓기에 먼저 도전한 이웃들의 성공 포인트’(마티)는 16가족이 직접 전하는 생생한 집 짓기 체험담이다.

책을 구입하는 게 부담된다면 도서관을 활용하면 좋다. 서가에는 당신의 흥미를 당기는 집과 건축에 관한 책들이 즐비하다.

‘차덕후, 처음 집을 짓다’의 저자는 한 인터뷰에서 “집 짓기는 주제일 뿐 책을 통해 전하고 싶었던 핵심 내용은 꿈을 꿈으로만 남겨놓지 않는 방법”이라며 “자신만의 강력한 꿈을 갖고, 벽이 있다면 남들과 조금 다르게 생각하고 뛰어 넘으라”고 말한다.

‘나만의 집을 짓는다’는 꿈을 꾸는 것만으로도 행복할 듯하다. 그 꿈을 이뤄가면 더욱 더 좋을테고. 이제 본격적으로 누군가의 삶이 담긴 ‘집’으로의 여행을 떠난다.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다양한 이야기를 품고 있는 ‘집’을 찾습니다. 독자들과 함께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자신의 ‘집’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신 분은 이메일(mekim@kwangju.co.kr) 로 연락 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