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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의 바다’에서 헤매지 않는 ‘읽기’
2021년 01월 16일(토) 07:00
이강선 호남대 교양학부 교수
일출 사진을 찍었다. 동지에는 하지와 해가 뜨는 장소가 다르다. 같은 장소에서 하지와 동지에 찍은 사진을 비교하면 해 뜨는 위치의 차이가 선명하다. 이때 활용하는 것이 파노라마 기능이다. 주로 180도 전망을 활용하는데, 기준점의 양편으로 각기 다른 풍경이 찍혀 시야가 한결 넓어진다. 파노라마 기능 대신 상하로 움직이는 스크롤 기능을 사용한다면? 당연히 장소의 차이가 나타나지 않는다.

파노라마는 말 그대로 전경이다. 정면뿐 아니라 옆면 및 후면까지 한눈에 들어오도록 한다. 스크롤은 아래위로 펼쳐진다. 어느 한정된 면을 잘라 아래로 내려가도록 한다. 파노라마와 스크롤은 책 읽기와 인터넷 읽기를 연상시킨다. 책은 옆으로 시선이 흐른다. 한 쪽을 읽고 다음 쪽으로 올라가 다시 시작한 다음, 한 장을 넘긴다. 읽어가는 동안 자연스럽게 맥락을 생각하게 된다. 인터넷 독서는 밑으로 시선이 내려간다. 좀 더 깊이, 좀 더 상세히 읽도록 만든다.

각각의 읽기에는 장단점이 있다. 책 읽기는 인터넷 읽기에 비해 속도가 느리다. 책장을 넘겨야 하고 아래로 갔던 시선이 다시 위로 올라가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반면 인터넷 읽기는 속도가 빠르다. 아래로만 내려가기 때문에 그렇다. 인터넷 읽기는 훑어보면서 건너뛰게 된다. 자신에게 흥미로운 점, 혹은 같거나 맞다고 생각하는 면만 찾아 읽는다. 책 읽기 또한 마찬가지이지만 디지털은 유독 그런 점이 두드러지는데 이는 인터넷의 면모와 무관하지 않다.

‘정보의 바다’라는 표현이 있듯이 인터넷에는 수많은 정보가 널려 있고 한편으로 다른 세계로 넘어가기 쉽다. 인터넷은 클릭 한 번으로 다른 내용, 다른 세계로 이동하고 클릭 한 번으로 정보를 다운로드 받는다. 구입을 해야 하고 전체를 읽어야 총체적으로 내용을 알 수 있는 책과 선명하게 다르다. 이처럼 편리하고 많은 정보가 널려 있으니 더 나은 정보, 혹은 흥미로운 정보를 찾아 건너뛰면서 읽거나 다른 항목으로 이동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무수한 클릭을 통해서 이 사이트에서 저 사이트로 넘어가는 동안 왜 접속했는지 그 이유조차 잊어버리기 일쑤다. 필요해서 다운로드 받은 정보들을 저장했다는 사실조차 잊는다. 한편으로 접속하지 않으면 혼자만 세상에서 소외되고 뒤떨어지는 듯한 ‘접속 불안 증후군’에 시달리게 된다. 편리한 접속은 불안을 심화한다. 화장실에서도 이불 속에서도 스마트 폰을 들고 뉴스를 읽거나 정보를 읽거나 카카오 톡을 읽거나 금방 찍은 사진을 올린다. 뉴스에서, 각종 SNS에서 ‘좋아요’와 ‘싫어요’를 누르고 답을 쓴다. 의사소통을 위해 인터넷에 접속하지만 사실은 같은 편을 찾는다. 지식을 넓히려고 정보의 바다를 헤엄치지만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확인한다.

인터넷의 소용은 소통과 지식이다. 소통과 지식이 왜 필요한가? 타인을 이해하기 위해서인가 나를 이해하기 위해서인가. 둘 다 옳다.

그러나 나에 대한 이해는 타인에 비추어 보아야 한다. 인간은 타인과 더불어 살아가기 때문이다. 앎이 많은 사람이 타인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아니 자신의 앎만을 주장한다면 그 앎이 진정한 앎인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자신의 앎만 옳다고 주장하는 지식은 자칫 독선이 된다.

인터넷 읽기에 파노라마식 읽기의 장점을 어떻게 도입할까. 인터넷 항해를 시작할 때 확실한 목표가 있다면 목표에 따라 검색하게 된다. 목표는 방향을 제시하는 동시에 달성함으로써 성취감을 느끼도록 만든다. 목표는 목적으로 이어진다. 목표를 만드는 것은 동기다. 목적과 동기는 나만의 세계를 유지하기 위해 꼭 필요하다.

호기심과 흥미는 세계를 넓히기 위해 꼭 필요하다. 살아가는 동안 끊임없이 호기심을 갖도록 하는 무언가가 필요하고 그 무언가는 동기다. 동기는 어떤 일에 대한 매혹으로 인해 생겨난다. 누군가는 우주 비행사가, 누군가는 작가, 요리사, 정치가가 되고 싶어 한다. 각자는 어떤 매혹에 빠져 있는 것이다.

동기가 있다면 호기심은 가라앉지 않는다. 동기가 있다면 목적은 생겨난다. 결국 동기는 살아가면서 나다움을 형성하는 역할을 한다. 읽기가 정보를 받아들여 시야를 넓고 깊게 하는 일이라면, 그 읽기의 방향성을 잡아주는 것은 동기다. 인터넷 시대에 동기가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