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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국정원 방문, 5월단체-5·18 왜곡기관의 만남 ‘격세지감’
전두환 행적·80위원회 활동 내역 등 비공개 자료 공개 요구
박지원 국정원장 “진실 밝히기 힘쓸 것”…국정원 “최대한 협조
2020년 09월 14일(월) 00:00
1980년 5·18민주화운동 이후 40년만에 처음으로 5·18 관련 단체들이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을 방문했다.

5월의 진실을 왜곡해온 대표 세력이 40년 만에 5월 단체에 화해의 제스처를 보내왔다는 점에서 ‘격세지감’이라는 말이 나올 만 하다.

◇5월단체와 5·18왜곡기관과의 첫 만남=1980년 5월 18일 이후 국가정보원의 감시의 대상이었던 5월 관련자들이 국가정보원으로부터 정식 초청을 받았다.

13일 5·18기념재단과 5월 3단체 등에 따르면 지난 11일 5·18 민주화운동 단체 관계자들은 국정원을 방문해 5·18 진상조사와 관련한 간담회를 가졌다.

5·18연구자들 사이에서는 “국정원은 지금까지 10여 차례의 ‘5·18 진실규명’ 과정에서 단 한번도 협조한 적이 없었다”면서 “5·18의 진실을 왜곡해온 대표 기관이었던 국정원이 선제적으로 5월에 손을 내민 것은 처음”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5·18 연구자들은 국정원의 전신인 중앙정보부는 1980년 5월 당시 광주시 서구 화정동에 전남지부를 운영하며 광주·전남 5·18 관련 정보를 수집·분석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후 10·26 사건을 계기로 1980년 4월 전두환 보안사령관이 중앙정보부장 서리를 겸임하며 중앙정보부는 사실상 보안사령부의 하위 조직으로 전락했지만, 자체적인 정보 수집 능력은 보안사보다 더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정보부는 1981년 국가안전기획부(일명 안기부)로 이름을 바꾼 후, 1985년 2월 전두환 심복으로 꼽혔던 장세동 전 청와대 경호실장이 부장으로 임명된다.

지난 2017년 5·18 민주화운동 헬기사격 및 전투기출격대기 관련 국방부 특별조사위원회는 장세동 부장 시절 안기부는 5·18 왜곡조직인 ‘80위원회’를 통해 조직적인 진실왜곡 등에 개입한 것으로 확인했다. 특히 5·18 관련 자료 일체를 수집하면서 5·18 현장에 투입됐던 군인들의 체험수기형식으로 북한군 투입설, 광주교도소 습격설 등 왜곡 논리가 담긴 백서를 제작했다.

김희송 전남대 5·18연구소 연구교수는 “지난 2017년 국방부 특조위 당시도 국정원은 안기부 작성문건을 제출하지 않는 등 비협조적이었다”면서 “국정원은 정보조직 특성상 자료 일체를 보유하고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5월단체의 요구는=5월 단체들은 첫 국정원과의 만남에서 비공개 자료 공개를 통해 5월의 진실을 밝혀달라고 요청했다. 국정원은 ‘최대한 협조하겠다’ 하면서도 국정원 자료는 국가안전과 관련된 부분이라 국가기관인 5·18민주화운동 진상조사위를 단일창구로 이용해달라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국정원을 방문한 5월 단체 관련자는 송선태 5·18진상조사위원장을 비롯해 5·18기념재단 관계자 와 5월 3단체 관계자 총 10명 이다.

국정원을 방문한 관계자들은 국정원으로부터 지난달 11일 국정원에서 공개한 5·18민주화운동(관련 문서 44건(3389쪽)과 영상자료 1건) 자료와 관련 설명을 듣고 박지원 국정원장과 만찬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1시간 30분이 넘도록 진행된 만찬에서 5월 단체들은 5·18의 진실을 밝히기 위한 다양한 자료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특히 국정원에 있는 5·18 전후 보고서와 다양한 사진 및 동영상 자료를 요청했다. 즉 1980년 5월 28일 옛 전남도청 진압작전 이후 20사단으로 임무교대 전에 도청 내부 상황을 찍은 사진과 영상물 등의 공개를 요청한 것이다.

전두환 집권 당시 중앙정보부에서 작성한 5·18 대책 관련 문건과 전두환 기록이나 행적 부분도 공개해달라고 했다.

5·18 왜곡과 폄훼에 관련한 기록들도 공개해달라고 단체들은 요구했다. 1980년 이후에 장세동이나 안기부장의 5월에 대한 왜곡·은폐 기록, 80위원회 활동내역 등도 면밀히 검토해달라고 한 것이다.

김이종 부상자회장은 “국정원의 설명을 들어보면 국정원 자료의 검색 시스템상 당시 자료의 키워드를 어떻게 입력했는지 여부를 모르면 검색조차 되지 않는 시스템이다”면서 “5·18진상조사위의 다각적인 검색어 분석부터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