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투쟁’ 관점에서 5월을 모티브로 한 시집 펴냈다”
이효복 시인 최근 네 번째 시집 ‘나는 오월로 서 있다’ 펴내
![]() 이효복 시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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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 광주민주화운동을 이끌었던 사람들을 기억하며 그들의 정신을 되새기자는 의미가 투영된 작품집이다.
시인은 최근 가진 인터뷰에서 “‘기억투쟁’의 관점에서 작품집을 펴내게 됐다”며 “오월을 체험하고 오월 현장에 살았으나 잊힌 이들을 기억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미래 세대에게 알리기 위해 시집을 발간했다”고 전했다.
시간이 흐르고 세대가 교체되면 현실에 대한 경각심이 무뎌지기 마련이다. 기억을 환기시키고 역사적 진실을 지키는 방편은 기록이라는 차원의 ‘기억 투쟁’이 가장 유효할 것이다.
그는 개인적으로 1980년 오월의 현장에 있었다고 했다. “다 부서지고 망가지고 깨진 거리를 보며 공포에 시달렸고 그날의 통행금지를 보았으며, 새벽하늘의 참혹함을 보았다”며 “그때 나이 만 스물 셋, 광천교와 금남로의 분수대 등은 기억의 공간”이라고 회고했다.
이번 작품집을 펴내기 위해, 구체적으로 시를 쓰기 위해 그는 역사적 공간을 다시 차분히 둘러봤다. 5·18민주묘지, 옛 전남도청 및 금남로, 학동 참사 현장, 목포경찰서, 고하도, 팽목항 현장을 답사했다. 또한 하제 팽나무에서의 시낭송 참여를 비롯해 무등산과 소쇄원, 장성 죽림서원, 장성 갈재 옛길 등을 수없이 답사했다. 고문서를 찾아 읽고, 뜻을 알기 위해 공부하는 것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시적 영감을 얻기 위해 역사적 공간을 직접 체험하고 기록했어요. 무엇보다 기록되지 않은 역사 현장을 발굴하고 담아내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5·18 유족, 세월호 유가족 유족 등을 만나 증언도 들었죠.”
자료 수집이나 취재보다 중요한 것은 시를 쓰고자 하는 열망일 것이다. “일상을 살아오면서 부대끼고 공감한 내용을 쓰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다”는 말에서 그가 추구하는 시 세계의 단면이 읽힌다.
“무등 둘레 층층이 곱게 머물러/ 가을이 들앉고/ 무성던 한여름 뙤약볕/ 피땀 흘린 대지의 환희,/ 찬사를 보낸다/ 자연이 피워낸 꽃/ 그 앞에 마음 모아 기원한다/ 내가 핀 꽃 또한 그 꿈에/ 기름진 옥토/ 그 속에 모아져 하나가 된다/ 자연의 소리 듣는다/ 내가 없는 나의 소리/ 홀로 의연하다/ 오월 은행나무로 서다, 김향득/(후략)”(‘내가 핀 꽃’ 중에서)
‘5·18 소년 시민군’ 출신 사진가인 김향득을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김향득은 5·18 고문 후유증에 시달리다가 지난 10월 향년 62세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작품 속 김향득은 시적 화자의 입을 빌려 “내가 핀 꽃 또한 그 꿈에 기름진 옥토 그 속에 모아져 하나가 된다”고 노래한다. “내가 없는 나의 소리”가 “오월 은행나무로 서”는 모습은 하나 되는 공동체의 세상으로 수렴된다.
시인은 “지난 10월에 김향득과 예제하의 부음을 들었다”며 “시를 쓰지 않을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렸다”고 말했다.
작품집에는 시인 고향인 장성의 역사를 모티브로 한 작품, 독립유공자 이영규 선생, 역사 속 인물들을 바탕으로 구현된 시들도 다수 담겨 있다. 그가 5월, 역사 등을 시의 주 소재로 차용하는 것은 “문학은 본질적으로 진실을 증언하고 상처를 치유하는 데 보탬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과 무관치 않다.
한편 이 시인은 고등학교 때 시인 양성우에게 국어를 배웠고 작은별 문예반에서 활동했다. 1976년 ‘시문학’에 ‘눈동자’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지금까지 시집 ‘달밤, 국도 1번’, ‘나를 다 가져오지 못했다’, 부부 시집 ‘풀빛도 물빛도 하나로 만나’를 펴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