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이천공예창의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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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이천공예창의도시
탄탄한 도자 인프라…차별화된 공예도시 보여주다
2020년 08월 24일(월) 00:00
경기도 이천시가 유네스코 공예창의도시로 지정된 이후 지난 2018년 국내 최대 규모의 도자예술촌으로 조성한 ‘예(藝)스 파크’에는 200여 개의 공방과 다양한 문화공간들이 들어서 있다. 도예가 신철의 ‘흙으로 빚은 달’ 마당에 설치된 가로 9.5m, 세로 11m의 달항아리 조형물. <사진·이천시 제공>
경기도 이천은 자랑거리가 많은 도시다. 그 유명한 ‘쌀밥’이 대표적이다. 매년 10월에는 쌀밥을 주제로 한 축제가 열리는 것만 봐도 명성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간다. 이천을 찾은 관광객들은 도심 곳곳에 자리한 임금님표 쌀밥 식당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하지만 근래 이천을 상징하는 또다른 ‘브랜드’가 등장했다. 다름 아닌 공예(도자기)이다. 지난 2001년 제1회 경기세계도자비엔날레를 계기로 도자도시로 거듭난 이천은 2010년 국내 최초로 유네스코 창의도시 네트워크(UCCN·공예부문)에 가입된 후 문화예술의 도시로 화려하게 변신했다.



“유네스코 창의도시 이천시에 오신것을 환영합니다.” 지난 7월 말, 광주에서 자동차로 세 시간 삼십 분쯤 달려 서이천 IC로 들어서자 큼지막한 홍보 조형물이 눈에 띈다. 연한 갈색톤의 도자기 모양이 여타 도시들의 그것과는 다르다. 도심이 가까워지면서 유네스코 창의도시의 ‘분신’들이 속속 모습을 드러낸다. 주요 도로에는 도자기 가로등이 은은한 자태를 뽐내고, 도로를 가로 지르는 육교에는 형형색색의 도자기 조형물이 내걸렸다.

무엇보다 유네스코 공예 창의도시의 ‘실체’를 느낄 수 있는 곳은 도자문화 복합공간인 세라피아다. 이천의 명승지인 설봉공원에 자리한 세라피아는 도자기를 의미하는 ‘세라믹’과 낙원을 뜻하는 ‘유토피아’의 합성어. 지난 2001년 세계 도자기엑스포 개막에 맞춰 문을 연 이후 경기세계도자비엔날레(이하 세계도자비엔날레)와 이천 도자기축제의 발신지로 자리잡았다.

설봉공원으로 들어서면 세계 도자비엔날레와 도자기엑스포의 ‘역사’를 반추할 수 있는 조각 작품과 도자기 소재로 제작된 벤치나 테이블이 즐비하다. 특히 인상적인 건 교육·체험 전용 공간인 ‘세라피아 창조센터’다. 코로나19로 인해 예전만 같진 않겠지만, 도자기의 모든 것을 보고 즐길 수 있는 ‘도자기 천국’이다. 지난 2010년 유네스코 공예 창의도시에 가입된 이후 10년간 도자축제와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도자(陶磁)도시의 정체성을 시민들에게 심어준 게 밑거름이 됐다.

사실 이천시는 ‘준비된’ 유네스코 창의도시이다. 국내공예(도자)업체의 55%가 이천을 중심으로 인근의 광주, 여주에 밀집해 있는 국내 최대의 공예산업 집산지다. 특히 탄탄한 도자 인프라는 공예도시의 차별화된 면모를 보여준다. 유명공예인은 물론 도예전문고등학교, 도자전문도서관, 한국세라믹기술원 등 공예와 관련된 물적, 인적 자원은 도시의 미래를 바꾸는 원동력이 됐다.

실제로 이천에는 도자의 고장이란 명성에 걸맞게 대한민국 도자기 명장 8명, 이천 도자기 명장 18명 등 23명이 창작에 몰두하고 있다. 매년 봄에 개최하는 도예축제는 국내외에서 관람객들의 발길이 이어질 만큼 경기도를 대표하는 메가 이벤트로 성장했다.

예스파크에 들어서 있는 대형 기타 조형물은 관광객들사이에 포토존으로 인기가 많다.
‘도자 도시’의 명성을 엿볼 수 있는 곳 가운데 하나가 국내 최대 규모의 도자예술촌인 ‘예스파크’다. 세라피아와 함께 근래 이천시를 상징하는 랜드마크로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곳이다. 그도 그럴것이 이천시가 유네스코 창의도시로 지정된 이후 국내 유일의 도자산업특구라는 위상을 높이기 위해 지난 2018년 4월 신둔면 고척리 12만3000평에 건립한 메가 프로젝트다. 영어 예스(Yes)와 파크(Park)를 연상케 하지만 ‘예술공원’, 즉 ‘예스’(藝’s)파크라는 뜻이다. 미래지향적인 젊은 감성을 표현하기 위해 영어와 한자를 조합한 독특한 이름이 흥미롭다.

예스파크에 들어서면 마치 외국의 전원마을을 방문한 듯한 느낌을 받는다. 시야를 가리지 않는 1층이나 2~3층 건물이 대부분이고 개성있는 건축미가 돋보이는 건물이 많아 둘러 보는 발걸음이 즐겁다. 이곳에 들어선 공방만 200여개에 이른다. 도예공방을 비롯해 유리, 고가구, 목공예, 규방공예, 회화, 섬유, 옻칠 등 다양한 장르의 공방에서 500여 명의 예술가들이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작업공간, 전시공간, 판매공간, 주거공간이 한곳에 이뤄진 스튜디오나 갤러리에서 방문객들과 소통한다. 상당수의 공방들이 영·유아부터 성인들까지 다양한 단계로 체험 및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 가족 단위 관광객들로 부터 큰 호응을 받고 있다. 이 가운데 작가 신철씨가 운영하는 ‘흙으로 빚은 달’은 가장 인기가 많은 곳 가운데 하나다. 이천을 상징하는 달항아리로 꾸민 스튜디오 입구의 조형물은 그 자체가 작품으로 늘 인증샷을 찍으려는 방문객들로 북적인다.

예스파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또다른 공간은 ‘세라 기타문화관’이다. 수제기타를 만들어 볼 수 있는 기타공방으로 건축물 입구에 설치한 대형 기타 조형물은 도예촌을 상징하는 아이콘으로 불린다. 건물 1층에는 연주 및 워크숍을 할 수 있는 공연장과 수제기타 전시실이 자리하고 있으며 지방에서 온 방문객이나 가족 단위 체험객을 위한 게스트하우스도 운영한다.

이천시는 인구 21만 여 명의 중소도시이지만 유네스코 창의도시 네트워크(UCCN)를 통해 국제도시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지난 2016년 제10회 유네스코 창의도시연례회에서 공예분야 부의장 도시로 선출된 데 이어 2018년 제12회 연례회에서 공예분야 의장도시로 선출되는 쾌거를 거둔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도자산업의 국제화를 위해 지난 2015년 이후 매년 프랑스 파리 메종오브제(M&O)에 참가해 이천도자기 전시 및 판매관을 운영하는 등 해외홍보에 역점을 두고 있다.

특히 이천시 공예인들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난 2014년부터 분기별로 외국어 교실을 운영하고 있는 가 하면 지난 2018년 전 세계 37개 유네스코 공예분야 창의도시가 참여하는 ‘제32회 이천도자기축제’를 개최해 이천도자기의 우수성을 세게에 알리는 성과를 거뒀다.

임선미 이천시 국제교류팀장은 “이천시는 UCCN를 발판으로 한국의 전통공예문화를 국제 무대에 알리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해오고 있다”면서 “국내외 창의도시들과의 지속적인 교류를 통해 이천도자의 해외시장 개척과 공예산업의 활성화를 이끌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천=박진현 문화선임 기자 jhpark@kwangju.co.kr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유네스코 공예창의도시는’

프랑스 리모주 등 49개 도시 가입



‘유네스코 창의도시’라는 명칭은 문학·음악·공예·디자인·영화·미디어아트·음식 등 7개 분야에서 뛰어난 창의성을 동력으로 지속 가능한 발전을 지향하는 도시에 부여된다. 현재 80개국 246개 도시(2019년 말 기준)가 가입된 UCCN에서 공예창의도시는 진주시를 포함해 49개 도시가 있다. 일본 가나자와를 비롯해 프랑스의 리모주, 중국 항조우, 미국 산타페, 태국 치앙마이, 이집트 카이로 등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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