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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프롤로그 : 문화광주를 브랜딩하라
‘미디어아트’에만 치우친 광주
유네스코 창의도시 네트워크 효과 미미
도시브랜드 관점서 활용방안 모색 필요
산업화·관광 연계…중장기 로드맵 세워야
2020년 04월 19일(일) 18:52
지난해 6월 이탈리아 파브리아노에서 개최된 ‘2019 유네스코 창의도시 연례회의’ 모습. 광주를 비롯한 80개국 246개 창의도시의 관계자들이 참석해 네트워크 구축 및 협력사업 등에 대해 논의했다. <광주문화재단 제공>
지난해 10월 경기도 부천에서는 부천시와 유네스코 한국위원회가 공동주최한 연례행사가 열렸다. 이틀간의 일정으로 열린 ‘한국유네스코 창의도시 네트워크’(Unesco Creative Cities Network·이하 UCCN)워크숍이다. 이날 워크숍에는 광주(미디어아트)를 비롯해 부천(문학)·통영(음악)·부산(영화)·대구(음악)·서울(디자인)·전주(음식) 등 국내 8개 유네스코 창의도시 관계자들이 참여해 성황을 이뤘다.

이날 워크숍의 의제는 ‘유네스코 창의도시 브랜드 활용 및 도시 간 협력 증진 방안’. 이들은 “7개 분야의 유네스코 창의도시가 가입돼 있는 한국의 장점을 살려 도시의 브랜드 가치와 성장동력을 끌어 올리는 데 힘을 모으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이날 워크숍은 부천시가 UCCN에 가입신청하게 된 배경과 오는 2021년 제15회 UCCN 총회 유치 도전의 경험을 공유한 뜻깊은 자리였다.

무엇보다 UCCN를 향한 부천시의 러브콜은 참석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주었다. 사실 부천은 1997년 부천 국제판타스틱 영화제가 탄생하기 전에는 공업도시의 이미지가 강했다. 그러나 이를 벗어나기 위해 고심 끝에 펄벅 여사관련 ‘문화적 카드’를 추켜들었다. 노벨문학 수상자로 유명한 펄벅 여사가 6·25 전쟁 당시 부천 심곡본동에서 혼혈 아동을 보살핀 ‘인연’에 착안해 ‘펄벅기념관’을 건립하고 문학과 관련된 역사적 단편들을 실로 엮어 2017년 유네스코 문학 창의도시에 선정됐다.

비단 부천의 도전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문학도시로서의 담대한 비전을 구현하기 위해 시 산하에 ‘문학창의도시 부천’을 주도적으로 이끌 전담 사무국을 신설했다. 또한 거의 모든 문화시설에 유네스코 로고를 내걸었는가 하면 전용 홈페이지를 오픈해 UCCN과의 교류 활동에도 적극 나섰다.

지난 2012년 국내 최초로 유네스코 음식창의도시에 선정된 전주시의 행보도 눈길을 끈다. UCCN를 통해 명실상부한 세계적인 맛의 도시로 인증받은 전주시는 전국 지자체 가운데 유일하게 시청에 한식팀을 설치해 ‘한식’의 세계화에 올인하고 있다. 또한 매년 10월에 열리는 ‘비빔밥 축제’ 개최, 세계 최초의 한식조리학교 설립, 한식·한지·전통주 등 한(韓)문화 전체를 교육·홍보하는 등 다양한 연계효과를 창출하고 있다.

그 결과, 올해 초 문화체육관광부로 부터 ‘한문화 지역관광 거점도시’로 선정되는 쾌거를 거뒀다. 지역관광 거점도시에 선정되면 오는 2024년까지 국비 500억 원을 지원받는 등 명실상부한 맛의 도시를 꿈꿀 수 있는 동력을 얻게 된다. 실제로 전주시는 오는 10월 국내외 36개 유네스코 음식창의도시를 초청해 국제심포지엄을 개최하는 등 전주한옥마을과 한식을 묶어 글로벌 관광 메카로 거듭난다는 전략이다.

광주가 유네스코 미디어아트 창의도시 가입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등 지역문화예술기관과의 협업이 필요하다. ACC 야경 전경.
이처럼 유네스코 창의도시가 되면 해당 분야의 도시 간 교류는 물론 UCCN을 매개로 도시의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특히 국제 무대에서 통하는 ‘유네스코’라는 로고는 부가가치가 높은 자산이다. ‘유럽문화수도’라는 브랜드를 앞세워 세계적인 문화도시가 된 영국 리버풀처럼 창의도시로 지정되면 문화도시는 물론 관광도시로 거듭날 수 있는 시너지 효과도 크다.

올해는 광주가 유네스코 미디어아트 창의도시로 지정된 지 6주년이 되는 해다. 광주시는 국내 유일의 미디어아트 도시라는 영예를 거머쥔 이후 광주문화재단 미디어사업단을 주축으로 미디어아트 페스티벌, 핵심 시설인 AMT(Art and Media Technology)착공, 홀로그램 극장 오픈, 유네스코 창의벨트 추진 등 인프라 조성에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특히 지난해 6월 이탈리아에서 개최된 유네스코 연례회의에 전 광주시 문화체육실장과 미디어사업단장 등 4명이 참석했으며 여기에서 ‘부의장 도시’로 선정되면서 미디어아트 도시로 한 단계 더 발돋움할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했다.

그럼에도 광주의 미디어아트 창의도시에서 장밋빛 미래를 꿈꾸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사업이 ‘예술’에만 치우쳐 ‘산업’과의 연계성이 떨어지고 창의도시의 성패가 달린 인재 양성과 지역 문화기관들의 협업도 미흡한 실정이기 때문이다. 특히 ‘유네스코’와의 시너지를 내지 못하고 있는 점은 안타까운 대목이다. 지난 2012년부터 개최해온 ‘미디어 아트 페스티벌’도 정체성 부재와 열악한 예산 등으로 제 역할을 못해온 게 사실이다.

유네스코 영화 창의도시 부산의 핵심 시설인 영화의 전당.
그중에서도 아쉬운 건 전문성과 권한을 갖춘 전담 조직의 부재다. 다른 창의도시들이 독립적인 기구나 팀을 구성해 주요 사업이나 정책을 주도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과 달리 광주시는 광주문화재단에 사업을 위탁하고 있는 이원화 체제다. 미디어아트 관련 업무의 경우 광주시 문화도시정책관 주무관 1명이 맡고 있는데 1~2년마다 담당자가 바뀌면서 업무의 연속성과 전문성이 떨어지는 실정이다. 지난해 말 단행된 시 정기 인사에서 시청 공무원 2명과 미디어사업단장이 이탈리아 유네스코 연례회의 출장을 다녀온 지 6개월밖에 안 됐는데도 타 부서로 이동한 게 이를 방증한다.

잘 알다시피 광주는 다른 도시들에 비해 아시아문화중심도시, 동아시아 문화도시라는 화려한 타이틀을 지녀 부러움을 사고 있다. 글로벌 기구인 UCCN의 가치를 간과한 채 도식적으로 관련 사업들을 진행하는 탓에 창의도시 다운 면모를 보여 주지 못하고 있다. 제 아무리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이제부터라도 유네스코 창의도시의 효과를 겨냥한 비전과 로드맵을 촘촘히 짜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번 시리즈는 유네스코 미디어아트 창의도시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도시 브랜드 관점에서 모색해보는 기획물이다. 현재 미디어아트라는 장르에만 치우쳐 있는 유네스코 창의도시를 광주관광의 미래 비전과 연계해 창제작 지원 및 산업화에 대한 필요성을 제시하고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문화광주를 브랜딩하는 방안을 살펴볼 예정이다.

이를 위해 유네스코 창의도시에 선정된 후 해당 분야의 산업화와 관광 콘텐츠로 외연을 넓혀가고 있는 서울, 부천, 부산, 통영, 이천, 전주 등 국내 6개 도시의 생생한 현장사례를 취재한다. 또한 해외 취재로는 독일의 하이델베르크(문학), 베를린(디자인), 포츠담(영화), 오스트리아의 린츠(미디어아트), 그라츠(디자인), 체코의 프라하(문학) 등 3개국 6개 도시의 비전과 전략을 들어볼 계획이다.

/박진현 문화선임기자 jhpark@kwangju.co.kr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유네스코 창의도시 네트워크’

80개국 246개 도시 가입된 글로벌기구

유네스코 창의도시 네트워크(UCCN)는 도시 간 협력을 통해 경제·사회·문화적 발전을 장려하는 글로벌 협력체다. 이를 위해 유네스코는 지난 2004년부터 세계 각국의 도시를 대상으로 문학, 디자인, 민속과 공예, 미디어아트, 음악, 음식, 영화 등 7개 분야로 나눠 창의도시를 지정하고 있다. 유네스코는 매년 전 세계에서 가입신청을 하는 도시들 가운데 뛰어난 창의성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지향하는 도시를 선정한다. 현재 UCCN에는 80개국 246개 도시(2019년 말 기준)가 가입돼 있으며 국내에선 광주(미디어아트)를 비롯해 서울(디자인), 부천(문학), 부산(영화), 대구(음악) 전주(음식), 통영(음악), 원주(문학), 이천(민속과 공예), 진주(민속과 공예) 등 국내 10개 도시가 소속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