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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8) 한국전쟁 70년, 이고 지고 길 떠나는 절망스런 피난민 몸짓
2020년 06월 25일(목) 00:00
이수억 작 ‘6·25 동란’
최근 북한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등으로 남북관계가 악화되면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남북관계가 금방이라도 봄이 온 듯 했는데 그때가 언제였던가 싶게 다시 일촉즉발의 위태로운 상황이어서 불안감이 밀려든다. 올해는 한국전쟁 70주년을 맞아 어쩌면 남북간 긴밀한 소통과 만남으로 새로운 지평이 열리리라는 기대가 있었기에 더욱 안타까운 마음이다.

이수억작가(1918~1990)의 ‘6·25 동란’(1954년 작)은 이 시기에 각별하게 다가오는 작품이다. 함경남도 출신으로 평양사범학교와 동경제국미술학교에서 양화를 공부했던 작가는 전쟁시기 단신으로 월남했고, 국방부 정훈국 종군화가단에서 활동하면서 전쟁기록화를 그리기도 했다. 1953년 종군화가단 전쟁미술전에서 ‘야전도’라는 작품으로 참모총장상을 받은데 이어 그린 이 작품은 민족적 수난인 한국전쟁 중 피난길의 남녀노소를 서사적으로 묘사한 것이다.

리어카를 힘겹게 끌고 가는 가장, 피난살이 짐더미 속에서도 핏덩이에게 젖을 물리고 있는 모성은 멀리서도 눈에 띄고, 언제일지 모르는 개학에 대비해 책가방을 둘러매고 책보자기를 힘겹게 들고 가는 소년의 모습, 장닭과 키우던 강아지도 가족의 일원이 되어 동행하고 있는가 하면 머리에 이고 등에 짊어지고 길 떠나는 피난민들의 몸짓이 절망스럽다.

전후에 그려진 가장 큰 규모의 전쟁화로 꼽히는 이 작품은 특히 인물구상화이지만 얼굴표정은 알아볼 수 없게 단색으로 묘사함으로써 피난민 행렬의 비극적 상황을 입체파식으로 구성하여 강조한 듯하다.

세계사에 보기 드문 동족상잔의 전쟁을 치르고서도 이를 작품으로 기록하거나 승화시킨 화가가 희소한 상황에서 이수억작가는 한국전쟁사의 주요 작품으로 대표할만한 작업들을 이어간 작가로 꼽힌다. 작가는 ‘6·25 동란’ 외에도 ‘구두닦이 소년’, ‘폐허의 서울’, ‘전선야곡’ 등의 그림을 통해 한국전쟁을 겪은 우리 민족의 아픈 상흔을 절절하게 되살리고 있기 때문이다.

<광주시립미술관학예관·미술사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