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확보하고도…경직된 행정에 구입 못한 취약계층 마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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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확보하고도…경직된 행정에 구입 못한 취약계층 마스크
이미 가격 올랐는데 800원에 입찰 의뢰했다 참여업체 없어 포기
광주·전남 지자체 수차례 입찰·수의계약 무산…무료 제공 불발
정부 정책 변경에 구매 불가능…“취약계층 두번 울린 정책” 비난
<광주 5개 자치구·전남도 제공 자료>
2020년 03월 02일(월) 22:10
광주시 북구 복지관리과 직원들이 2일 장애인주간보호시설인 ‘동그라미’ 를 방문, 취약계층에게 마스크 50장과 손소독제 8개를 나눠주고 있다. 〈광주시 북구청 제공〉
광주·전남지역 자치단체들이 마스크 구입 예산을 확보하고도 취약계층에게 지급할 마스크를 전혀 구입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와 자치단체의 소극적 자세와 관료주의적 탁상행정이 빚어낸 사태라는 점에서 취약계층의 건강권을 위협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수급자가 아닌, 공급자 위주의 고민없는 ‘불편한’ 복지 정책이 몸도 가누기 힘든 취약계층을 이른 시각부터 ‘마스크 구입’ 대열에 동참하게 만든 셈이다. 정부와 자치단체의 무신경함이 취약계층을 두 번 울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광주시와 전남도 등에 따르면 시·도는 올해 추진키로 했던 ‘저소득층 미세먼지 마스크 보급사업’에 사용할 예산 84억원으로 기초생활보장수급자, 차상위계층, 생활시설 거주자 등 24만4000여명에게 무료로 마스크를 제공하려던 계획을 전면 보류했다.

코로나 19 확산에도, 정작 취약계층에 대한 마스크 지원 예산도 확보하지 못했다는 지적〈광주일보 2월 4일자 6면〉등을 반영한 조치였지만 수 차례 입찰과 수의계약도 무산되면서 무기한 연기됐다. 제 때 공급할 지도 미지수로, 저소득층 건강권을 소홀히 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광주 서구의 경우 관련 사업에 따라 지난달 6일부터 3차례에 걸쳐 마스크 30만장을 구매, 취약계층에 나눠주려다 모두 실패했다.

보건복지부 권고대로 조달청에 1장당 800원에 입찰을 의뢰했지만 이미 천정부지로 치솟은 탓에 입찰에 참여한 업체가 없었다. 한 차례 유찰된 뒤 18일 재입찰을 의뢰했지만 업체를 선정하지 못해 지난 26일 끝내 입찰 구매 방식을 포기했다. 서구는 입찰을 포기한 26일 당일, 곧바로 입찰가의 2배가 넘는 1장당 1680원에 마스크를 공급받기로 하고 27일 업체와 수의계약을 체결키로 했지만 정부 지침이 이날 바뀌면서 이마저도 물거품이 됐다.

정부가 26일 마스크를 우선 구매할 수 있는 기관과 판매처에 ‘지자체’를 포함시켰다가 하루만인 27일에는 별다른 설명없이 지자체를 삭제, 구입 자체가 불가능해진 것이다.

남구도 조달청 입찰 방식으로 10만개 구매 계약을 체결하려다 업체의 계약 포기로 여태껏 구매를 하지 못한 상태다.

동·광산구 등 광주지역 다른 자치단체도 이같은 방식으로 마스크 구매에 나섰다가 실패, 저소득층 지원이 어려워졌다. 다만, 광주시 북구는 지난해 확보한 마스크를 취약계층에 지원하고 있지만 4만3000여장 밖에 남지 않은 상태다. 북구 취약계층만 3만 9000명이 넘는 것을 고려하면 1인당 1장꼴로 지급되면 동날 것으로 예상된다.

전남지역 22개 시·군도 비슷하다. 취약계층을 위한 마스크 지원 예산을 별도로 책정해놓지 않은 만큼 ‘미세먼지 마스크 무료 보급사업’ 예산으로 마스크를 지원하려다 품귀 현상으로 참여한 업체를 찾지 못한데다, 정부의 일방적 정책 변경으로 구매 조차도 불가능해지면서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주민 김모(69)씨는 “몸도 힘든 데 시·군에서 지원해주지 않고 쉽게 사기도 어렵우니 오전부터 나와서 줄을 서야하지 않겠냐”고 하소연했다.

정부와 자치단체의 무신경한 행정으로 결국 기초생활수급자나 생활시설 거주자 등 몸을 가누기 힘든 취약계층들이 직접 마스크를 구매하기 위해 이른 새벽부터 마트와 우체국 등에서 줄을 서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기초생활수급자인 광주시 서구 주민은 “난치성 희귀 질환인 강직성 척수염을 앓고있다. 정부가 지원해주는 마스크가 떨어져 주민센터에 문의했다가 직접 구입해 쓰라는 말을 들었다”며서 “몸도 불편해 줄 서기도 힘들고 돈도 충분치 않은데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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