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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소멸 막을 특별법 절실하다
수도권 중심 사고 탈피를 인구 정책 바로잡아야
2019년 11월 27일(수) 04:50
[장필수 편집부국장·전남본부장]
화순 북면에 있는 아산초등학교는 전교생이 27명인 미니 학교다. 그나마 6학년생 10명이 졸업하게 되는 내년에는 신입생 2명을 포함해도 학생 수가 19명에 불과하다. 이처럼 시골의 작은 학교이지만 교육 환경은 웬만한 도시보다 낫다. 개인 태블릿PC가 전교생에게 지급되었고, 운동장엔 천연잔디가 깔려 있다. 산 좋고 물 좋은 백암산 자락에 자리 잡아 자연 경관도 최고다.

그런데도 학생 수는 갈수록 줄어들던 참이었는데, 새 교장이 오면서 변화가 시작됐다. 신임 교장은 관사 부지에 새 집을 지어 전학 오는 가족에게 무상으로 임대하겠다고 선언했다. 화순군과 화순교육지원청으로부터 건축비 등을 지원받았는데 다음 달 완공된다. 무상 임대 소식이 알려지자 도시에서 전학오겠다는 전화가 걸려 왔다. 입주자는 쌍둥이 자녀를 둔 광주 사람으로 결정됐다. 쌍둥이가 내년에 입학해 중학교를 아산초 인근 북면중으로 가면 최대 9년간 무료로 살게 된다. 이러한 아산초교의 사례는 농촌 인구 감소가 얼마나 심각하고, 웬만한 인센티브가 아니고선 젊은 층을 잡아 두기 어렵다는 사실을 역설적으로 보여 준다.

전남의 인구 감소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이제는 소멸을 거론하는 단계까지 와 있다. 전남 인구는 하루 평균 65명씩 감소해 186만 명선까지 내려왔다. 심각한 것은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증가하는 데 청년(18~39세) 인구는 해마다 감소한다는 데 있다. 전남의 노인 인구는 41만 명으로 청년 인구 45만 명과 비슷하다. 이미 청년 한 명이 노인 한 명을 부양하는 시대가 됐다. 이렇게 되다 보니 한국고용정보원은 전남 22개 시군 가운데 16개 시군이 소멸 위기에 처해 있다고 경고할 정도다.

인구 감소의 가장 큰 원인은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떠나는 청년층의 유출에 있다. 전남은 출산율이 세종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높은 데도 해마다 유출 인구가 늘어나고 있다. 인구가 줄어들다 보니 교부세 혜택 등을 노리고 지방 자치단체 간 인구 뺏어 가기 경쟁이 불붙고 있다. 주민등록상 인구 빼가기 전쟁이다. 연말이면 주소지를 이전하는 해프닝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지방 인구 감소는 정부의 인구 정책이 출산율 높이기에만 맞춰져 있는 탓이 크다. 국가 차원에선 출생 인구를 늘리면 그만이지만 지방은 전남처럼 출산율을 높여봤자 수도권으로 빠져 나가기 때문에 상실감이 클 수밖에 없다.

저출산이 고착화된 상황에서 인구 쟁탈전은 비단 지방 간의 문제만은 아니다. 이미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인구 뺏기 전쟁이 시작됐다. 지금처럼 정부의 인구 정책에 지방이 없다면 지방의 인구 유출은 결코 막을 수 없다. 게다가 수도권 규제 완화 정책까지 더해진다면 지방 소멸은 필연이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이 내놓은 ‘청년 신도시 조성’ 정책을 보면 ‘지방은 안중에도 없다’는 여당의 시각이 그대로 드러난다. 민주당은 수도권에 청년과 신혼부부의 주거는 물론 출산·육아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는 청년 신도시를 짓겠다는 구상을 밝혔는데, 아무리 청년층 표심을 잡겠다는 총선 전략이라고 하지만 이는 지방 죽이기 정책과 다를 바 없다.

인구 감소로 인한 지방 소멸 위기감은 생각보다 크다. 전국에서 소멸 위험이 가장 큰 전남도와 경북도는 급기야 지방 소멸을 막을 수 있는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지난주 광주전남연구원에서 열린 토론회에서도 전문가들이 나서서 ‘법적 장치를 마련하지 않고서는 지방 소멸을 막을 수 없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박진경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연구위원은 “제2의 도시인 부산이 수도권인 인천에 밀릴 것이란 위기감에 인구정책과를 신설했을 정도다”라며 “가칭 ‘지역인구활력특별법’을 만들어 일본처럼 범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역 균형 발전을 추구하는 현 정부에서 인구 정책은 아직도 수도권 중심의 사고에 머물러 있다. 갈수록 기울어져 가는 인구 운동장을 바로잡지 않고서는 지역 균형 발전은 헛구호일 뿐이다.

/bungy@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