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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철한 선택이 호남의 미래다
임 동 욱
서울취재본부장
2018년 04월 18일(수) 00:00
최근 만난 더불어민주당 기초단체장 유력 후보 측 관계자의 말은 씁쓸했다. 경선 승리 이후, 공약을 어떻게 제시할 것인지 물었더니 “그동안 발표한 것을 중심으로 얼추 만들면 된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당선에는 문제없다는 것이다.

본선에서의 선거 운동에 대해서는 “오전과 오후에 유세차로 지역을 한 바퀴씩 돌면 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캠프 조직원들에게는 “점심 먹고 나오고 저녁은 집에서 가족들과 하라고 할 생각”이라고도 했다. 경선에서 비용이 발생한 만큼 본선에서 최대한 아껴야 한다는 것이다. 웃자고 한 소리겠지만 그냥 웃어넘기기 힘든, 6·13 지방선거의 민주당 독주 구도를 보여 주는 호남의 현실이기도 했다.

이처럼 민주당 독점 구도의 폐해가 재현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재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호남 민심의 지지율은 90%대에 이르고 이를 바탕으로 호남에서의 민주당 지지율도 70%대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 자릿수 지지율에 허덕이는 민주평화당과 바른미래당이 뒤늦게 후보를 내고는 있지만 고공 지지율을 토대로 하는 민주당 주자와의 경쟁은 쉽지 않다는 것이 일반적 관측이다.



민주당 독점 구도의 재현



경쟁 구도의 붕괴로 인해 ‘경선이 곧 본선’이 되다시피 하자 민주당 내 예비 후보들 간의 이전투구(泥田鬪狗)가 펼쳐지고 있다. 실제로 공약 경쟁은 사실상 실종되고 고소·고발과 비방·폭로가 난무하고 있다. 새로운 미래에 대한 비전도, 경쟁 후보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도, 유권자들을 위한 세심한 배려도 찾아볼 수 없는 실정이다.

실제로 모 예비 후보 측에서는 경선에 문제가 되지 않는 경쟁 후보의 전과를 문자 메시지를 통해 전파하는가 하면 또 다른 예비 후보 진영에서는 상대 후보에 대한 루머를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 여기에 공약과 비전 제시를 통해 지지층을 다지기보다 학연·지연과 이해관계 등이 맞물린 조직 선거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경선 일정에 따른 단체장과 지방의원 후보들 간의 줄 세우기와 합종연횡도 횡행하고 있다.

온갖 편법도 속출하고 있다. 안심번호 여론조사 경선에 대비, 지지자들을 조직적으로 대기시키는 교육은 기본이다. 지지자들의 휴면 휴대전화를 살리게 하는가 하면 타 지역에 거주하는 지지자들의 휴대전화를 자신의 지역에 등록하게 하는 방법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 20대의 응답률이 낮고 50∼60대는 마감이 빨리 이뤄진다는 점에서 핵심 지지자들에게 전화를 받으면 20대로 답하라는 지침도 내리고 있다. 이밖에도 경로당 등에 사람을 보내 어르신들의 안심번호 투표를 도와주며 지지를 유도하는 등 탈·편법은 진화를 거듭하고 있어 후유증을 예고하고 있다.

더군다나 민주당의 촉박한 경선 일정도 ‘깜깜이 선거’를 가속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오는 27일로 예정된 남북 정상회담 이전에 경선을 마무리 짓는다는 계획에 따라 예비 후보들의 공약과 비전 검증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후보 압축을 통한 광주시장 후보 1차 경선은 2주의 시간만이 주어져 18일부터 투표가 시작된다. 전남지사 후보 1차 경선 기간은 불과 10일에 불과했다. 이런 가운데 TV 토론은 단 한 차례만 이뤄졌다. 광역단체장 후보 경선이 이러한 상황인데 기초단체장 예비 후보들에 대한 검증은 말 그대로 수박 겉핥기가 되고 있다. 지방의원의 경우, 출마자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유권자가 허다하다. 말 그대로 ‘그들만의 리그’가 현실화되고 있는 셈이다.



비전과 역량이 기준 돼야



이번 지방선거는 호남에 있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호남의 지지를 바탕으로 문재인 정부가 출범했다는 점에서 보수 정권 9년 동안 뒤처져 있던 지역 현안들을 해결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따라서 당을 떠나 새로운 일자리와 먹거리를 창출할 수 있는 역량이 지지의 절대 기준이 돼야 할 것이다. 대권 불임 지역에서 벗어나고 호남 정치 복원을 위해서는 후보들의 정치적 비전도 눈여겨봐야 한다.

결국 답은 호남 민심의 냉철한 선택으로 귀결된다. ‘묻지마 투표’로는 호남의 미래를 열 수 없다. 호남 민심이 경쟁과 견제를 이끄는 주체가 돼야 한다. 호남 민심의 역량이 결집하고 증명돼야 미래를 담보할 수 있다. 6월 지방선거, 호남 유권자들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해 본다.

/tu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