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찬석 천주교 광주대교구 교정사목] 거짓 증언을 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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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찬석 천주교 광주대교구 교정사목] 거짓 증언을 해서는 안 된다
2017년 07월 14일(금) 00:00
“이웃에게 불리한 거짓 증언을 해서는 안 된다.” 가톨릭교회의 십계명중 8계명이다. 본래 이 계명은 재판에서 거짓 증언을 금하는 것이다. 사실 구약성서는 일상에서 불가피하게 행하는 거짓말을 단죄하지 않으며 때로는 ‘삶의 지혜’로까지 여겼다. 그러므로 이 8계명은 개인적인 영역의 거짓말이 아니라 법정의 거짓 증언과 밀접한 연관이 있었다.

고대 이스라엘에서 재판 장소는 주로 성문이었고 재판은 당시 사람들에게 흔히 있는 일상적인 일 가운데 하나였다. 그리고 이 재판 절차에서 증인의 비중이 컸다. 그래서 재판에서의 증언은 피고에게 무죄와 유죄를 선고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런데 실제로 재판에서의 거짓 증언은 원수나 적대자에게 앙갚음하는 수단이기도 했다. 그러므로 이스라엘 백성들은 거짓 증언으로부터 구성원의 명예와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를 마련하여 이를 하느님의 이름으로 선포하였고, 그것이 “거짓 증언을 해서는 안 된다”는 8계명이었다.

그러므로 가톨릭교회에서 가르치고 있는 8계명은 명예를 보호하는 계명이라고 할 수 있다. 거짓말로 남에게 정신적으로 물질적으로 손해를 끼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이다. 위증처럼 재판이나 기타 공적인 자리에서 거짓 증언을 하는 행위, 모함처럼 없는 비행(非行)을 있다고 하거나 불확실한 것을 확실한 것처럼 이야기하든지 또는 과장해서 말하는 행위, 이간질처럼 어떤 사람이 그 사람에게 좋지 않게 말하는 것을 그에게 말하여 둘 사이를 불목하게 만드는 행위, 모욕처럼 상대방의 인격을 무시하는 말이나 행위 등을 금지하는 계명인 것이다.

우리는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된다고 배워 왔고 가르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하루에 평균 1회에서 200회의 거짓말을 하면서 살아간다고 한다. 물론 조사 방법이나 기준에 따라서는 여러 가지 이견이 있을 수 있겠지만, 우리는 매일 거짓말을 하면서 살아간다고 할 수 있다. 만약 나는 거짓말을 한 번도 한 적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 자체가 가장 큰 거짓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어떤 이들은 거짓말이란 항상 나쁜 짓이라는 생각과는 달리 인간이 거친 자연환경에서 생존하기 위한 필요성 때문에, 그리고 거대한 사회 조직을 형성하기 위한 필요 때문에 선택된 적응의 하나라는 점을 이야기하는 이들도 있다. 물론 거짓말이 나쁜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가 흔하다. 그런 경우, 거짓말은 나쁜 짓으로 규정된다. 그러나 거짓말을 모두 나쁘다고 규정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그렇다고 모든 거짓말들을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없다. 그러므로 여기서 개인적인 거짓말에 대해서 옳고 그름을 논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어린 시절 기억으로 머릿속에 남는 사건이 하나 있다. 1986년에 TV에서는 북한에서 금강산댐을 만들어서 댐을 무너뜨리면 서울이 물에 잠긴다는 뉴스였다. 그래서 초등학생부터 온 국민이 ‘평화의 댐 성금’이라는 명목으로 돈을 냈지만, 결국 정권 안보를 위한 거짓말이었다는 것이 밝혀졌다.

IMF 외환위기 바로 직전인 1997년에는 경제부처의 수장이 직접 나와서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fundamental)은 튼튼하다’는 호언이 있었다. 2008년에 당선된 대통령은 4대강 살리기라는 이름으로 약 22조 원의 예산으로 강을 파고 보(堡)를 쌓았다. 그 결과는 물고기들의 떼죽음과 녹조로 우리에게 돌아왔다. 그리고 최근에는 대선 기간 중에 제보를 조작하는 사건까지 일어났다. 그러나 국민을 속인 국가나 소위 책임 있는 사람들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았다. 그래서 그런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 줘야 하는 국가 책임자들이 여전히 국민에게 거짓말을 하는 일이 비일비재(非一非再)하다. 특히 각자가 국가기관이라고 할 수 있는 국회의원들이 신뢰도 조사에서 항상 최하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우리는 누구나 거짓말에 익숙하기 때문에 다른 이들의 거짓말을 쉽게 잊어 버리고, 책임을 묻지 않으려고 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거짓말과 사기(詐欺)는 구분을 해야 한다. 거짓말은 상황에 따라서 다른 이들에게 상처를 줄 수도, 공동체를 유지하게 할 수도 있지만, 자신들의 이익을 취하기 위하여 못된 꾀로 다른 이들을 속이는 사기(詐欺)는 공동체에 상처만 남기고 분열을 야기한다.

특히 청문회나 국회에서 하는 거짓말은 국민에게 상처와 실망만 주고 분열을 야기한다. 자신들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으면서도 그것이 국민의 뜻이라고 하는 거짓말은 단순한 ‘거짓말’이 아니라 ‘사기’(詐欺)다. 그들의 거짓말은 그들과 그들을 믿고 대표로 뽑아 준 국민과의 분열을 야기한다. 그들이 국민의 대표가 될 수 있고 대표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국민과 더불어 살아갔을 때 가능하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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