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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도서관은 인류 기억의 보고
2017년 04월 05일(수) 00:00
[심명섭 광주·전남 대한문학작가회 회장]
예로부터 우리 민족만큼 글을 숭상하고 인문적 교양을 중히 여기는 민족은 없었다. 집안 뒤주에 양식이 떨어져도 책 읽는 소리가 그치는 건 부끄럽게 여길 만큼 책을 가까이한 문화민족이었다. 그런데 이제 옛말이 되어버린 느낌이다.

최근 UN이 발표한 통계에 의하면 한국인의 독서량은 조사대상 192개국 중 166위로 하위권이고, 남녀 성인 10명 중 9명은 하루에 10분도 독서를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성인 25%는 1년에 단 한 권의 책도 읽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저조한 독서활동은 먹고사는 직접적인 문제가 아니라서 그런지 통계에 나타났듯이 부끄러울 만큼 적다. 이러다 보니 종이 매체는 점점 그 영향력이 낮아지고 그 자리를 스마트기기가 대신하고 있다. 책 읽는 고상한 문화민족이 어느 새 책을 멀리 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형석 교수는 자신의 저서 ‘백년을 살아보니’에서 길고 긴 기간을 할애하여 세계일주를 해본 결과 선진국과 후진국의 차이는 ‘돈’이 아니라 ‘독서’였으며 선진국일수록 동네 곳곳에 작은도서관이 자리 잡고 체계적으로 잘 정리되어 있었다고 한다. 즉 선진국은 ‘돈’이 많아서가 아니라 국가지식 경쟁력을 나타내는 ‘독서량’에 달려있는 것이다.

얼마전 우리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기사가 보도된바 있다. 인도 보팔의 슬럼가에 사는 ‘Muskaan Ahirwar’라는 아홉 살 소녀의 이야기다. 평소 책을 좋아하던 그녀는 방과 후가 되면 특별히 할 일이 없어 슬럼가를 배회하며 범죄에 노출된 동네 아이들과 무슨 일을 할 것인가를 고민한다. 생각 끝에 마을에 작은도서관을 꾸며 보기로 하고 인근에 있는 교육청 사무실에 들러 스물다섯권의 책을 기증받는다.

이 책들을 학교가 끝난 오후가 되면 매일 자신의 집 마당 한 켠에 새끼줄을 서가로 삼아 책을 끼워서 진열해 놓는다. 이 사실을 안 동네 아이들은 학교 끝나기가 무섭게 ‘Muskaan Ahirwar’의 작은도서관으로 달린다. 자신이 직접 사서가 되어 빌려가기를 원하는 아이들에게는 대출도 해주고, 토요일이나 일요일에는 읽은 책에 대한 발표회도 벌인다. 심지어는 글자를 모르는 아이들을 위해서는 직접 책도 읽어주고, 글도 가르쳐 주는 역할까지도 도맡아 한다. 세계 각지의 독지가들이 이 소식을 접하고 이 작은도서관에 책을 기증하여 지금은 1000여권의 장서를 가진 작지만 큰 도서관이 되었다고 한다.

보팔의 작은도서관에서 독서에 열중한 이 아이들이 자라서 어떤 품성을 소유한 인격체가 될 것인가를 짐작해 보면 참으로 희망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분명 어릴 적 독서를 통해 풍부한 정서함양은 물론 활기차고 건강한 청소년으로 성장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철강왕 엔드류 카네기도 어린 시절 마을에 설치된 작은도서관에서 문학과 철학 역사책 등을 즐겨 읽었던 것이 훗날 세계적인 철강왕이 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마이크로 소프트 창업자인 빌게이츠, 최고경영자 워렌 버핏, 마가렛 대처 수상 등 세계적인 갑부와 정치인들도 작은도서관을 이용하여 성공한 사람들이다.

이처럼 작은도서관은 인류 기억의 보고이고 흐트러진 마음을 치유하는 힐링 공간으로 그 문화적 가치는 숫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크다.

우리나라도 전국 곳곳에 규모는 다를지라도 6000여개의 작은도서관이 있다. 최근 광주의 대표적 복지타운인 효령노인복지타운에 노인전문 작은도서관이 개관을 준비중이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이라는 감이 있으나, 이곳을 이용하는 어르신들이 책과 밀착해 바람직한 사회현상을 탐독하는 담론문화의 공간이 되었으면 한다.

아울러 공공도서관이 작은 도서관에서부터 시작했듯이 효령노인복지타운 작은도서관 역시 도서관으로써 구현해야할 역할과 사명은 실로 숭고하고 큰 것이다. 따라서 이상과 목표를 실현할 수 있는 자라나는 유기체처럼 계속 성장하여 읽고 보고 사색하는 활기찬 노년의 산실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은펜칼럼은 오피니언 기고 최우수작 수상자의 모임인 ‘은펜클럽’ 회원들의 칼럼을 싣는 코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