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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돈 동아병원 원장]의료광고, 소비자의 현명한 판단이 필요하다
2017년 03월 01일(수) 00:00
서울 강남을 비롯한 대도시 대중교통 광고회사는 병원이 먹여 살린다는 이야기가 있다. 실제 버스와 택시 광고의 80% 정도가 의료광고라고 한다. 최근에는 버스 후면 광고까지 등장했다. 대중 교통수단에 부착된 광고뿐 아니라 인터넷 홈페이지, 카페 등 온라인상에서도 병원 홍보를 위한 ‘광고’와 ‘광고성’ 글을 많이 보게 된다. 의사 수가 많이 늘고, 병원도 많이 증가하여 병원 간 경쟁도 나날이 치열해지고 있다. 병원 홍보를 위한 가장 직접적인 수단인 의료광고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어 앞으로도 의료광고를 이용하는 병원은 더욱 많아질 것으로 생각된다.

최근 의료광고에 대한 법적 규제가 거의 없어졌다. 지금도 의료광고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으며 과열 양상까지 보이고 있다. 의료광고는 국민의료법(1951년)과 의료법(1965년)은 전문과목과 진료과목을 표시하는 것 이외의 모든 의료광고를 원칙적으로 금지했다. 그 후 1973년 개정된 의료법은 종전대로 의료인의 경력에 관하여 허위, 과대광고는 금지하였지만 일부 범위의 의료광고를 허용하여 의료인의 이름, 면허종류, 의료기관의 명칭, 소재지, 전화번호, 진료일, 진료시간 등 기본적 사항에 대한 광고를 텔레비전과 라디오를 제외한 모든 매체에 광고할 수 있도록 했다.

당시 의료법에서는 “누구든지 특정 의료기관이나 특정 의료인의 기능, 진료방법, 조산방법이나 약효 등에 관하여 대중광고, 암시적 기재, 사진, 유인물, 방송도안 등에 의하여 광고를 하지 못한다”라고 규정하여, 특정의료인의 기능과 진료방법에 대한 광고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2002년 이후 이와 같은 제한 규정에 대해 ‘의료인에게도 표현의 자유, 직업수행의 자유는 보장되어야 한다’는 의료계의 지적이 있었고, 헌법재판소 역시 이 규정이 ‘의료인의 표현의 자유 내지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판단하여 의료광고를 원칙적으로 허용하게 되었다.

하지만 “심의를 받지 아니하거나 심의받은 내용과 다른 내용의 광고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하였고 이를 위반한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명문화했다. 2015년 헌법재판소가 ’심의를 받지 아니한 광고’는 사전검열금지원칙에 위배되어 위헌이라고 결정한 뒤 지금의 의료광고는 ‘전면적인 허용’ 상태이다.

우리나라와 달리 싱가포르는 의료광고를 엄격하게 규제한다. 행정부 ‘사전 허가’ 없이 모든 현수막 광고, 대중매체 광고를 할 수 없다. 의학잡지와 전화번호부 광고만 허용된다. 언론과 인터뷰도 의료기관을 선전할 목적이 아닌 경우에만 가능하며 그 형식과 내용도 규정으로 정해져 있다. 미국은 의료광고를 제한하는 법령이나 규정이 없다. 70년대 의사단체가 승소하면서 의료 광고가 전면적으로 허용되기 시작했다. 또한 80년대 급격한 의료비 상승이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면서 의료시장에서의 경쟁을 유도하고, 의료수가 인상을 억제하기 위해 정책적으로 의료광고가 전면 허용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 의료수가는 정부에 의해 엄격하게 통제되고 있지만 의료광고는 거의 전면적으로 허용되고 있다.

의료는 일반인이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전문적 지식과 기술이 필요하다. 그 때문에 의료광고는 일반 상품의 광고와 달리 그 실질적 내용에 대한 접근이 어려워 어디까지가 진짜이고 가짜인지를 소비자의 입장에서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같은 의료인의 입장에서도 혼란스러울 때가 있다. 이는 소비자의 ‘알 권리’를 보장하는 것과는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허위, 과대광고에 대한 잘못된 판단과 선택이 국민건강에 좋지 않을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의료광고로 인한 피해를 구제할 수 있는 법적 장치도 미비하다. 이는 언론이 가지고 있는 ‘보편적인 믿음’으로 포장되어 일반 의료광고보다 소비자의 판단을 더욱 어렵게 한다. 그 피해도 걱정된다. 대안으로 시행 중인 ‘의료기관 인증’도 의료기관의 실질적인 내용보다는 시설에 치우치는 측면이 있어 의료기관 선택의 기준으로 사용하기에는 좀 부족하다. 실제로 광고가 병원경영에 얼마나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지 따져보지도 못한 채 다른 병원이 하고 있으니 어쩔 수 없이 뒤처지지 않으려고 하는 경우도 많다.

의료광고에 대한 어느 정도 가이드라인은 있어야 하겠지만 없어진 법적 규제를 다시 만드는 것은 민주적 절차와 제도의 긍정적 발전을 저해하는 일이다. 의료의 공공성과 윤리적인 면을 고려한 언론기관, 광고회사, 광고주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광고는 항상 과거와 미래의 모습만 이야기한다. 치료 전후 상황 중 좋은 것만 비교해서 보여준다. 정작 중요한 치료방법에 대한 설명은 없다. 잘못된 광고는 현재 진행형인 치료방법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숨기고 미래에 대한 아련한 환상만을 심어줄 위험이 있다. 그래서 무엇보다도 현실을 정확히 인지하는 소비자의 현명한 판단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