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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헌권 서정교회 담임목사]목사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
2017년 02월 03일(금) 00:00
“목사님, 머리가 너무 아파요. 그래서 소주 한 병 사가지고 왔어요. 먹고 잠 잘려고요.”

설날을 며칠 앞두고 세월호 희생자 학생 아빠의 전화 내용이다. 필자는 부활절(2015)과 추석 명절(2016)에 박근혜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냈다. 첫 번째 편지는 2015년 4월5일 부활 축하카드를 박근혜 대통령이 보낸 것에 대한 답장 형식의 편지다.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다.

“화사한 봄날이 서러운 꽃 향기 뿜는 우울한 봄입니다. 먼저 대통령이라고 부를 수 없는 안타까움입니다. 지난 18대 대통령 선거 때 민주주의를 유린하는 전대미문의 국정원이 선거 개입 사건은 만천하에 드러났습니다. 불법부정으로 당선된 대통령이기에 박근혜 대통령이라고 부를 수가 없습니다. 지난 부활절에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 축하 카드를 보내 주셨습니다. 놀랍기도 하고 불쾌하기도 했습니다.… 카드를 받고 답장을 해서 보내니 불편하더라도 읽어 주십시오.

2014년 4월16일 봄. ‘다녀오겠습니다’ 수학여행 떠난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그 시간 세월호가 침몰했습니다. 304명 목숨을 잃었습니다. 승객 대부분 아직 피지도 못한 꽃 같은 단원고 학생들입니다. 우리에게는 죽음의 생중계를 지켜봐야 하는 잔인한 시간이었습니다. 아직도 아홉 분은 차가운 바다에 갇혀 있습니다. 그런데 박근혜님께서는 참사가 있던 날 현장에 없었습니다. 오전 10시 서면으로 사고 보고를 받은 후 7시간 동안 단 한 차례도 회의를 열지 않았습니다. 7시간 만에 대책본부에 나타나 ‘구명조끼를 입었는데 그렇게 발견하기 힘듭니까?’라고 국민 모두를 당황케 하는 질문을 던졌지요. 이후에 ‘모든 책임은 자신에게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기억하시지요. 책임의 시작은 바로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입니다. 그리고 실종자(지금은 미수습자라고 부른다) 아홉 분을 가족 품으로 돌아오게 하는 것입니다.

봄, 다시 봄. 4월16일이 돌아왔습니다. 드러난 진실이라곤 탐욕스러운 권력의 민낯뿐입니다. 박근혜님께서 언제든지 유가족의 말을 들어주겠다는 약속을 직접 입으로 하셨지요. 그런데 왜 약속을 지키지 않습니까? 지난 2014년 5월8일 밤 한 공영방송 보도국장이 세월호 참사를 교통사고와 비교할 때 유가족들은 방송사를 항의 방문했지만 문이 꽁꽁 잠겨 있어서 청와대로 갔습니다. 자녀 영정사진을 안고 울면서 갔습니다. ‘만나 주세요.’ 유족들은 밤을 꼬박 샜지만 새벽이 되도록 응답은 없었습니다. 76일간 국회에서 광화문에서 풍찬노숙을 해도 유가족을 왜 외면하셨는가요? 청와대에서 시원하게 있을 때 가족들은 그 뜨거운 한여름에 걷고 걸었습니다. 따뜻하게 청와대 계실 때 가족들은 한겨울 눈보라 가운데 안산에서 팽목항까지 500㎞ 걸었습니다. 발목이 상하고 물집이 터져 울면서 걸었던 그 시간 박근혜님께서는 가족들의 아픈 다리를 생각해 보셨는가요? 특별법 제정 촉구를 위해 그동안 국민들로부터 받은 서명을 전달하기 위해 삼보일배로 청와대로 갈려고 했지만 경찰이 막았습니다.

국민 600만명의 서명으로 만들어진 특별법은 수사권·기소권이 좌절됐지요. 그나마 조사권 보장에 만족하며 제정됐습니다. 그런데 박근혜님께서 진상규명이 불가능하도록 시행령을 만들었습니다. 무엇이 그토록 두려운가요? 숨긴 것이 얼마나 많이 있는가요? 이처럼 악마와 같은 시행령을 만들어서 특별법을 왜 무력화시키려고 합니까? 세월호 가족들은 삭발을 하며 상복을 입고 하늘의 별이 된 자식의 영정을 들고 다시 거리로 나와 걷고 걸었습니다. 박근혜님, 이 세상 어느 나라도 가족과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국민들을 이렇게 대하는 국가는 없습니다. 다른 날도 아닌 4월16일 해외순방을 떠나야 하는가요.

성경을 한 번씩 인용하시는 박근혜님 이런 말씀도 있습니다. ‘감춘 것이 드러나지 않을 것이 없고 숨은 것이 알려지지 않을 것이 없느니라. 어두운데서 이르는 것 광명한데서 말하며 너희가 귓속말로 듣는 것을 집 위에서 전파하라’(마 10:26, 27)

박근혜님 1년 전 흘렸던 그 눈물이 가짜가 아니라 진짜라면 약속을 지켜 주십시오. 세월호 이전과 다른 나라가 되기 위해서 한 사람의 국민까지 책임져야 합니다. 가족을 잃은 사람들이 아픔을 딛고 일어설 수 있는 나라여야 합니다. 추모의 마음을 담아 노란 리본을 달고 다니십시오. 시행령은 철회를 지시하십시오. 이것도 저것도 못하시면 이미 대통령이 아님을 아시고 청와대에서 나가시길 바랍니다.”(2015년 4월15일 세월호 참사 하루를 앞두고)

희생자 명단과 함께 편지를 보냈다. 물론 답장은 없었다.

지금 탄핵을 받고 대통령 직무가 중지된 상황이다. 특검수사와 탄핵심판을 대비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보수 인터넷 방송 인터뷰에서 자신의 억울한 입장을 토로하며 보수 결집을 시도했다. “그동안 진행된 과정을 추적해보면 뭔가 오래전부터 기획된 것이 아닌가 그런 느낌을 지울 수가 없어요.” 그렇다. 세월호 참사를 그렇게 한 것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