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의 문턱에서 천국을 짓는 사람들 - 황성호 신부, 광주가톨릭 사회복지회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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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의 문턱에서 천국을 짓는 사람들 - 황성호 신부, 광주가톨릭 사회복지회 부국장
2025년 12월 26일(금) 08:20
심리학자 최인철 교수는 저서 ‘커넥티드(Connected)’를 통해 인간의 행복은 ‘누구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가’에 달려 있다고 역설한다. 인간은 타인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자아를 확장하고 존재의 의미를 발견하는 존재라는 것이다. 이러한 심리학적 통찰은 가톨릭 신앙의 핵심인 ‘친교(Communio)’의 영성과 깊은 궤를 같이한다. 신앙 안에서 연결된다는 것은 단순히 인간적인 친목을 넘어, 그리스도를 머리로 하는 한 몸의 지체로서 서로의 삶에 참여하는 신비로운 사건이다.

무엇을 연결했느냐에 따라 천국과 지옥이 결정되는 것은 아닐까? 온라인에서 본 글이다. “지옥을 만드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누군가를 미워하기 시작하면 지옥이 시작됩니다.”라는 말이다. 이는 우리가 누구와 함께하며 그 상대를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삶의 상황이 천국과 지옥을 오갈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 내면의 상태는 반드시 밖으로 드러나기 마련인데 안에 있는 것으로 세상의 삶을 살아간다고 한다. 그런데 안에 좋은 것이 있으면 좋은 것을 꺼내며 살아가지만, 내면에 악하고 나쁜 것이 담겨 있다면 또 그렇게 악하고 나쁜 삶을 살아가게 되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마음속에 미움과 배타성을 품으면 세상은 고립된 지옥이 될 수 있지만, 사랑과 환대의 마음은 비록 삶이 복잡해지고 어려워지더라도 연결의 기적이 일어나면서 공동선과 보조성과 연대성으로 서로가 존중할 것이다.

결국 천국과 지옥의 경계는 외부의 환경이 아니라 ‘연결된 존재’로 살아가는 우리의 선택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닐까? 가톨릭 교회는 세상 속에 공존하면서 행복을 추구하는 이들에게 중요한 이정표를 제시한다. 그것은 바로 ‘가난한 이들을 위한 우선적 선택’이라는 가톨릭 사회교리의 핵심이다. 가난한 이들, 길 위의 노숙인, 제도 밖 사각지대에 놓인 미등록 이주민들, 신체적·사회적 장벽에 갇힌 장애인, 그리고 고독 속에 잊혀가는 청년들과 독거 어르신과의 연결은 선택 사항이 아니다.

가톨릭 교회가 이들을 놓치는 순간, 교회는 존재의 정체성을 잃게 된다. 왜냐하면 그리스도께서 몸소 가장 낮은 곳에서 소외된 이들과 당신의 삶을 연결하셨기 때문이다. 따라서 교회는 세상에 “참된 행복은 나만의 안락한 성을 쌓는 것이 아니라 가장 연약한 연결고리를 회복하는 데 있다”는 것을 행동으로 증명해야 한다.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과 연결되는 것은 우리 각자에게 두 가지 중대한 의미를 지닌다.

첫째, 자아의 진정한 확장이다. 최인철 교수가 말한 ‘자기 확장’은 나보다 잘나고 화려한 사람들과의 연결만을 뜻하지 않는다. 오히려 내가 외면하고 싶었던 고통의 현장과 연결될 때 우리의 인격은 비로소 한계를 깨고 성장한다. 고통받는 타자의 얼굴에서 나의 나약함을 발견하고 그를 품어 안을 때 우리의 영혼은 비로소 성숙해진다.

둘째, 가톨릭 사회교리 기본 원칙인 ‘공동선’을 향한 연대이다. 사회적 약자들과의 연결은 파편화된 현대 사회를 치유하는 유일한 길이다. 노숙인이나 이주민을 ‘남’으로 치부하지 않고 ‘우리’의 일부로 받아들일 때 사회적 안전망은 견고해지며 그 혜택은 결국 우리 모두, 곧 내 자신에게 돌아온다. 그들과 삶을 공유하는 행위는 지옥의 문턱을 허물고 이 땅에 천국의 모형을 짓는 거룩한 작업이다.

선택에 대한 책임은 스스로에게 있다. 안에 있는 것이 밖으로 나오듯 우리 마음 속에 ‘환대의 마음’이 자리 잡을 때 세상과의 연결은 아름다워진다. 행복은 결코 혼자서 쟁취하는 전유물이 아니다. 누구와 함께 걷고 누구의 손을 잡느냐에 따라 우리 삶의 온도는 달라진다. 가톨릭 신앙인들은 가장 낮은 곳에 있는 이들과 연결될 때 비로소 우리는 가장 높은 곳에 계신 하느님과 연결될 수 있다는 역설을 살아내고 보여주어야 한다. 미움 대신 사랑을, 고립 대신 연결을 선택하는 결단이야말로 오늘날 이 사회가 잃어버린 참된 행복을 되찾는 유일한 열쇠일 것이다. 한 해를 마무리하며 자신이 무엇과 연결되어 있었고, 그래서 행복했는지 스스로에게 묻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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