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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근 포유건축 대표·건축사] 우리가 건축을 만들지만, 그 건축이 우리를 만든다
2017년 01월 18일(수) 00:00
매일 한번 이상은 남광주 고가도로를 통과한다. 출·퇴근 길이든, 업무상 이동을 하는 경우든 거의 매일 그곳을 지난다. 밤에도 가끔 지난다. 고가도로를 지날 때마다 답답하고 화가 난다. 아파트가 지어지고 있을 때도 참 의아하다고 생각했지만 완성되고 나서는 더욱더 가관이다. 35층 아파트장벽은 위압적이고, 외벽 컬러는 산만하고 어지럽다. 유선형 고가도로 바로 옆 콘크리트 절벽은 운전자에게 강한 심리적 부담감을 준다. 밤에도 자유롭지 않다. 최상층부 붉은 띠 조명은 낮의 중압감을 다시 연상시키며 빛 공해와 더불어 엄습해온다.

운암동 문화예술회관 앞, 고층 아파트 장벽을 보면서도 도대체 ‘뭐야’라고 외치는 사람이 많았다. 그런데 남광주 고가도로 옆 아파트는 그곳보다 더 심한 피해를 주고 있다. 나만이 아니다. 도시 환경과 경관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마다, 만나는 사람 모두 같은 느낌의 이야기를 한다. 일반 시민들의 이야기도 그렇다.

그런데 더 ‘무서운 놈’이 오고 있다. 누문동 광주제일고등학교 주변이다. 44층 초고층아파트 숲에 3500여 세대다. 뉴스테이(New Stay)라는 기업형 임대주택이다. 경관, 가로패턴, 금남로변 가로환경, 광주천변 조망환경, 바람길, 일조 등등 많은 우려를 낳고 있다. 또한 옛도심에, 초고층, 대단지, 주변과 부조화, 중소형 ‘임대주택’ 등등이 가질 수 있는 다수의 문제점을 안고 있다. 그리고 공공성, 커뮤니티 형성, 삶의 생태계 변화 등 인문·사회 환경에 대한 문제도 많이 야기될 것으로 보인다. 여긴 오직 사업성만 있을 뿐 삶의 환경에 대한 배려가 빈약하다.

이 아파트 단지가 완성되었을 때의 모습을 상상해보라. 상상이 안 된다면 남광주 고가도로변 아파트단지에서 느껴보면 된다. 그곳보다 30m 더 높다. 세대수는 약 3배 많은 3500여 세대다. 누문동 옛 도시구조에서 이런 대규모의 성냥갑 아파트 단지를 상상해 보라. 현재 추진대로 완성된다면 이 단지는 물리적·인문적·사회적 연구 대상이 될 것이다. 장래 광주의 가장 큰 골칫거리가 될 수도 있다.

70여 년 전에 영국 수상을 지낸 처칠은 말했다. ‘우리가 건축을 만들지만, 그 건축이 우리를 만든다’고. 유기체처럼 변화무쌍한 도시 환경을 보면서 이 말이 주는 교훈을 되새겨 본다. 인간은 도시·건축환경에 곧바로 적응을 잘 한다. 안 좋은 환경이든, 좋은 환경이든, 환경에 적응하며 그 영향을 받는다. 극소수 몇명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 잘못 만들어진 도시 환경은 대다수의 시민들에게 평생, 또 그 후손에게도 평생 좋지 않은 환경을 대물림하게 된다. 그러니 지금부터라도 만들어지는 도시환경이 우리와 우리 후손을 위한 좋은 삶의 공간이 되도록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

첫째, 예측 가능한 도시계획을 수립하자. 지역·지구별로 도시 규모나 경관을 예측 가능한 도시계획을 수립해야한다. 그래야 도시 괴물(?) 출현을 막을 수 있다. 후손에게 어떤 광주 도시환경을 물려줄 것인지는 오늘을 사는 우리들의 몫이다. 이미 여러 규정들이 있다. 환경과 경관, 인문·사회적 변화가 반영된 세밀한 도시계획을 정비하고 실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죽기 살기로 달려드는 ‘사익’ 앞에, ‘공익’을 외치는 소리는 작은 메아리로 사라질 것이다.

둘째, 입체적 심의방법을 모색하자. 현재 심의는 일반인이 평생 한번도 볼 수 없는 시점의 투시도나 조감도, 2차원 도면을 가지고 심의한다. 심의위원들의 3차원 상상력과 예지력에 의존할 뿐이다. 이는 판단에 많은 오류를 낳고 있다. 주변과 단지를 입체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3차원 모델링과 동영상을 활용하자. 어렵지 않게 만들 수 있다. 또한 대규모 단지의 공간구성과 동선계획에 인문·사회적 환경과 커뮤니티 형성에 대한 도시사회학적 고려사항도 함께 다루어야 한다.

셋째, 삶의 생태계를 복원하자. 도시는 살아 움직인다. 삶이, 문화가, 사회와 기술변화가 도시 생태계 변화를 부른다. 눈앞의 이익으로만 미래 환경을 논한다면 재앙이 될 수 있다. 지금의 도시 환경은 내 것이 아니다. 우리가 빌려 쓰는 것이고, 후손들도 빌려써야할 공간이다. 우리가 망처 놓는다면 그만큼 내 자식이, 우리 후손들이 열악한 환경 속에서 고통받게 될 것이다. 삶의 환경생태계가 선순환 될 수 있도록 제대로 만들고 지키고 관리해야 한다.

결국, 몇 사람이 만드는 건축 환경이 대다수의 삶을 지배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우리가 더욱더 깨어 있어야 할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