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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의 도전 ‘시즌 3’
임동욱 서울취재본부 부본부장
2016년 08월 17일(수) 00:00
이정현 새누리당 신임 대표가 지역 정치권에서 단연 화제가 되고 있다. 말단 당직자에서 출발, 30년 만에 당권까지 움켜쥔 입지전적인 스토리가 폭염 속에 한 줄기 시원한 바람이 되고 있는 것이다. 비주류에 비엘리트로 ‘개천에서 용이 난’ 격인 그의 성공 신화는 팍팍한 현실에서 다시 ‘꿈’을 얘기할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있다.

특히 ‘무모한 도전’을 현실화시킨 그의 ‘열정과 뚝심’은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지지자들의 마음까지도 흔들고 있다. 그는 말이나 구호가 아닌 실천으로써 ‘진정성’을 인정받았다. 선거 때만 되면 ‘광주 정신’을 들먹이고 ‘호남 적통’을 강조하는 야권의 모습과는 궤를 달리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주위의 비웃음에도 새누리당의 불모지인 호남에서 10년 동안 ‘맨땅에 박치기’로 강고했던 지역주의 장벽을 무너뜨렸다. 그의 구호는 단순했다.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는 것 하나였다. 그러한 그의 진정성이 민심을 움직인 것이다.

18대 비례대표 국회의원 시절, 호남 현안의 창구 역할을 하면서 진정성에 신뢰를 쌓은 것도 19대 보궐선거와 20대 총선에서 잇달아 당선되는데 큰 힘이 됐다. 그의 ‘피와 땀과 눈물’은 지난 4월 총선에서 대구의 더불어민주당 김부겸과 전북의 새누리당 정운천의 당선에도 일정 부분 기여했다는 평가다.

그의 도전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20대 총선 과정에서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한 것이다. 그때만 해도 영남 기반의 당 대표에 호남 출신은 생각조차 하기 어려운 일이라는 점에서 그저 ‘선거용’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하지만 그는 총선에서 당선되자 곧바로 당권 도전을 실행에 옮겼다.

점퍼에 배낭과 밀짚모자의 ‘3종 세트’로 전국 투어에 나섰다. 선거 캠프를 따로 마련하지 않고 발로 걷고, 버스를 타고, 택시로 이동하며 현장에서 민심을 대하는 ‘뚜벅이 유세’로 눈길을 끌었다.

가끔 여의도에서 만나면 햇볕에 그을린 얼굴로 “전국 당원들의 반응이 예상 외로 뜨겁다”며 “당선이 가능할 것 같다”고 특유의 열정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때는 당권 주자로서 ‘그러려니’ 했다. 정치권에서도 보수 여당의 기득권 구조와 정서 등을 감안한다면 최초의 ‘호남 대표’는 쉽지 않다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변화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부터 시작되듯이 민심의 저변에는 ‘이정현 바람’이 불고 있었다. 이미 영남과 보수층을 기반으로 하는 새누리당 지지자들과 당원들이 진정성과 변화로 무장한 ‘이정현’을 박근혜 정권과 새누리당의 위기를 타파할 적임자로 주목하고 있었다. 친박 진영의 지지 오더 등은 말 그대로 사족(蛇足)에 불과했다.

오히려 총선 패배에도 불구하고 전대까지 이어진 친박(친박근혜)과 비박(비박근혜) 진영의 이전투구(泥田鬪狗)가 당선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실제로 전당대회에서의 득표를 분석한 결과, 이 대표는 일반 여론조사에서 38.2%를 득표해 20.5% 득표에 그친 비박 단일후보 주호영 의원을 압도했다. 당원 선거인단 투표에서는 이 대표가 42%, 주 의원이 33.2%를 각각 득표했다. 민심도, 당심도 이정현을 선택하면서 불가능할 것으로 보였던 보수 여당에서의 호남 대표가 현실화된 것이다.

집권 여당의 대표로 섰지만 그의 등에는 많은 짐이 지워져 있다. 정치권에서는 그가 대표로서 해결해야 할 과제로 친박과 비박의 화합, 공정한 대선 관리 등을 말한다. 물론 그것도 중요하지만 그의 가장 큰 과제는 보수·기득권 세력의 색채가 짙은 당을 민심의 곁으로 가져오는 것이다. 이는 김대중·노무현 대통령도 실패했던 지역주의 극복의 길이며 또 그가 그렇게 지키고 싶어 하는 박근혜 대통령을 위한 길이기도 하다.

하지만 쉽지 않은 길이다. 당 내외의 기득권 세력과 수시로 충돌해야 하며 때로는 대통령과도 이견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끝내 가야만 할 길이다. 그에게 주어진 것은 ‘여당 내 야당’의 역할이다. 그가 대통령의 심기(心氣)를 살피는 데 급급하고 기득권의 구조에 몸을 낮추며 대선 관리인에 그친다면 그동안의 도전은 빛을 잃을 수밖에 없다. 그가 주장한 차기 대선에서의 호남 20% 지지율도 공허한 메아리에 그칠 것이다.

여권의 불모지인 호남에서의 재선이 그의 도전 역정의 ‘시즌 1’이라면 호남 출신으로 보수 여당의 대표직을 거머쥔 것은 ‘시즌 2’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제 시작하는 ‘시즌 3’는 그가 보수 여당의 변화를 이끌면서 지역주의 타파를 통한 새로운 정치권의 질서를 만들어 내는 내용이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