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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한잔 하실래요?
심 상 돈
동아병원 원장
2016년 07월 20일(수) 00:00
4·13 총선이 끝난지 석달이 지나간다. 선거를 치를 때의 민심과 석 달이 지난 지금의 민심은 많은 변화가 있었다. 선거를 치를 때 이 지역의 민심을 누가 어떻게 움직였는지, 선거가 끝나고 민심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에 대한 많은 이야기들이 오가고 있다. 지금까지는 주로 언론 위주의 평가였다면 최근에는 여러 시민단체에서 주관하는 작은 모임들에서 평가가 많이 확대되는 양상이다. 제도권 언론에서는 ‘민심이 요동치고 있다’고 표현한다.

하지만 이것은 언론 단체의 주관적인 입장에서 바라보는 표현이고, 민심의 입장에서 보면 이건 ‘요동친다’가 아니고 차분하게 반성하고 되돌아보며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각각의 모임마다 이름과 내용이 있지만 광주지역에서도 ‘커피 파티’라는 모임들이 하나둘씩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Party’는 다양한 뜻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파티’라는 뜻 외에도 정당, 단체, 그리고 소송과 계약의 당사자라는 뜻도 있다. Party는 원래 부분(part)을 뜻하는 라틴어 ‘pars’에서 유래되었다. 부분은 전체가 아니므로 다른 부분이 있음을 전제로 하고 있고 다른 부분과는 필연적으로 ‘의견의 다름’이 있을 수 있다.

커피파티는 이런 ‘의견의 다름’을 사회라는 틀에서 ‘함께’ 경쟁하는 관계로 해결하려는 새로운 시도라 할 수 있다.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파티가 아니라 사람들이 모여 민주주의와 정치의제에 관하여 자유롭게 토론하는 모임이다.

여기에서 ‘커피’는 사람들을 만나서 편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적 의미일 수 있다. 이는 미국의 진보 진영의 온라인 시민 정치운동으로 2010년 미국 메릴랜드 주에 살던 한인 2세 사회운동가인 에너벨 박의 페이스북 홈페이지에서 시작되었다.

미국의 뿌리 깊은 인종문제, 오바마 정부의 미국 의료보험제도를 개혁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공화당과 민주당이 서로 발목을 잡는 정치행태로 사회가 양분되고 뭔가 잘못되어감을 느끼고 자신의 페이스북에 커피파티를 시작하자고 제안하면서 시작되었다.

국민으로서 맞닥뜨리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민주주의 과정에 참여하는 것으로, 유권자 그리고 풀뿌리 자원활동가로서 사회적 문제에 대해 긍정적인 해법을 찾고자 하는 지도자들을 지원하고 그러한 지도자들을 막는 자들에게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와는 반대로 보수 진영의 티파티(Tea Party) 운동도 있다. 티파티의 티(Tea)는 ‘Taxed Enough Already’의 머리글자이며 ‘이미 세금을 충분히 많이 내고 있다’, ‘세금 더 많이 내기 싫다’는 뜻이다. 18세기 중반 영국이 식민지 미국인들에게 지나치게 많은 세금을 부과하자, 화가 난 미국인들이 보스턴 항에 정박한 배에 실려 있던 차 상자를 바다에 던져버렸던 ‘보스턴 차 사건’, 미국독립전쟁의 발단이 되었던 ‘보스턴 티파티’의 정신을 계승한다고 한다.

한마디로 세금인상에 반대하는 것으로 오바마 행정부의 세금인상 정책과 경기부양 정책에 항의하는 의미의 보수 공화당 지지자들의 정치운동이다.

다원주의에 근거한 절차적 민주주의가 확립되어 있더라도 시민들이 그러한 절차에 부합하는 참여의식이 없다면 민주주의는 제대로 기능할 수 없고, 국민은 정치에서 소외되고 정치판은 자연스럽게 그들만의 싸움판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을 그동안 많이 보아왔다. 선거라는 과정을 통해 진정 자신을 대변할 수 있는 사람을 뽑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설령 자신을 대신하는 사람을 뽑았을 지라도 그들이 온전하게 일을 할 수 있도록 감시하고 지원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이다. 자유와 민주가 약간은 상반되는 성향이 있기는 하지만 개인의 자유에 근거한 공동체의 민주적 질서를 유지하고 단단하게 하기 위해서는 상시적인 관심과 지속적인 토론을 할 수 있는 마당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따뜻한 커피 따뜻한 차, 무엇이든 좋다. 시원한 냉수 한사발도 상관없다. 뭐가 됐든 앞에 놓고 파티를 만들어 보자. 편안하게 오랫동안 이야기할 수 있는 마당을 만들어 보자. 새로운 시도로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 갈 수 있도록 해보자. 그런 의미에서 오늘 커피 한 잔 하실래요?